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서 드리는

2007년 연례 편지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저희 수도원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영적으로 물질적으로 도와주시는 은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사랑과 봉헌에 대해 하느님께서 백배의 상급으로 갚아주시기를 기도하면서 지난 일 년 동안 수도원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공동체 생활(Ora)

우리는 4월 6일 성금요일 한밤중에 수도원 본관 건물에 일어난 엄청난 화재를 6시간 동안 지켜보면서 크나큰 충격을 겪었습니다. 아직 잔불을 걱정하는 상태에서 오후 3시 주님의 수난전례를 거행할 때 우리는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매달린 주님과 더 긴밀하게 하나 될 수 있었고, 부활 성야의 감격과 기쁨은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지켜주시고 함께 하신다는 큰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천만다행으로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었고, 망연자실해 있는 우리를 격려하고 기도하고 물질적으로 돕겠다는 국내외의 수많은 고마운 은인들, 그리고 우리 공동체에게 위로와 격려의 편지를 보내주신 교황성하, 6월 18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있었던 자선음악회에서 보여준 따뜻한 반응 등을 생각해 보면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것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과 형제자매들의 도움 때문이라는 현실을 보면서 하느님께 더 큰 영광을 드리고 교회와 이웃들에게 더 봉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화재를 당한 저희 수도원을 위해 기도하시고 도와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올해에도 부족한 저희 공동체를 이끌어주시고 풍성한 강복을 주셨습니다. 1월 15일에 조 민수 아르도 수사, 강 해석 피델리스 수사, 고 진석 이사악 수사 등 3명의 형제들이 종신서원을 하였습니다. 종신서원을 한 고 이사악 수사는 6월 25일에 사제로 서품되었습니다. 이에 앞서 1월 14일에는 8명의 형제들이 첫 서원을 하였고, 1월 13일에는 4명이 수련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1월 3일에 10명이 입회하였습니다. 내년 1월 3일에 7명의 지원자가 입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뉴튼 수도원에서는 3명의 지원자가 입회하였고, 7월 15일에는 이 한샘 베르나르도 수사가 첫 서원을 하였습니다. 뉴튼 수도원이 이렇게 계속 성장한다면 몇 년 안에 자치수도원으로 승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수도원에 지원자들을 계속 보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희 공동체는 매년 7월 11일 사부 성 베네딕도 대축일을 기해 그 해에 축하받는 모든 형제들을 공동으로 축하하는데, 올해는 화재로 인해 간소하게 하였습니다. 김 용택 필리보 수사님은 수도서원 60주년(6월 26일)과 함께 91세 생신(2월 23일)도 맞이하였습니다. 뉴튼 수도원의 죠엘 아빠스님와 루가 수사님이 서원 40주년(8월 19일), 김 동진 마리오 수사님은 서원 은경축(2월 16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민 공도 알로이시오 신부님은 사제수품 금경축(7월 7일)을, 이 덕근 마르티노 아빠스님과 김 상진 스테파노 신부님은 사제수품 40주년(1월 6일)을, 김 종필 뽈리카르포 신부님은 은경축(2월 20일)을 맞아하였습니다.

민 알로이시오 신부님은 1957년 7월 7일에 독일 뮌스터슈발작흐 수도원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다음 1년 후인 1958년에 우리나라에 선교사로 오셔서 49년 생활하고 계십니다. 이북 덕원과 중국 연길에서 일하다가 공산당에 의해 체포되어 수용소 생활을 하고 석방되었다가 다시 파견 되신 선배들 이후의 세대로서 첫 선교사가 바로 민 신부님이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신부님은 여러 본당에서 본당신부로 일하셨고, 지금은 금남 노인마을에서 지도신부로 일하고 계시기 때문에 노인마을에서 조촐한 축하식이 있었습니다. 아주 조촐한 축하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처럼 너무나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가실 본당신부로 사목하고 계시는 현 익현 발돌로메오 신부님은 선교파견 40주년(5월 28일)을 맞아하셨습니다. 그리고 6명의 형제들, 함 정태 가시아노 신부님(2월 24일), 정 우섭 암브로시오 수사님(3월 5일), 김 치삼 알렉산델 수사님(3월 13일), 고 건상 멜키올 신부님(3월 21일), 성 환선 바오로 수사님(5월 23일), 김 기룡 스테파노 수사님(8월 23일)이 회갑을 맞이하셨습니다. 주 광남 보나벤투라 수사님은 70세 생신(1월 23일), 이 동식 베네딕도 신부님은 80세 생신(7월 4일), 고 용권 토마 수사님은 85세 생신(9월 29일) 그리고 수도원의 최고 고령이신 이 석철 미카엘 수사님은 93세 생신을 맞이하셨습니다.

예년처럼 11월에는 왜관 수도원의 봉헌회원들을 위한 행사들이 많았습니다. 11월 4일에는 제8기 봉헌회원 43명이 첫 봉헌을 하였고, 11일에는 제4기 56명이 종신봉헌을 하였고, 18일에는 제9기 명이 수련에 들어가는 예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25일에는 제6기 명이 유기봉헌 갱신을 하였습니다. 봉헌회의 충실한 발전을 위해 올해는 입회자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곁들여 베네딕도회의 영성에 따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임인 “베네딕도 벗들”도 꾸준히 늘어 1,600명에 이릅니다.

왜관수도원이 외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에 걸맞게 영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건축 문제로 어려움이 많겠지만 2년 남은 한국베네딕도회 설립 100주년(2009년)에 맞추어 공동체의 영적 쇄신과 성장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활동(Labora)

저희 수도원은 영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북 덕원수도원에서 일어났던 비극으로서, 공산당원들은 1949년 5월 9-10일부터 시작하여 모든 독일인 신부와 수사들 그리고 수녀들을 체포하여 평양 감옥으로 끌고 갔으며, 한국인 사제들은 개별적으로 체포하여 몰래 처형하였습니다. 신 보니파시오 주교 아빠스를 포함해 체포된 67명의 독일인 신부 수사 수녀들 중에서 25명은 희생되었고, 나머지 42명은 1954년 1월 8일에 본국에 귀환되기까지 4년 7개월 동안 여러 수용소를 옮겨 다니는 ‘죽음의 행진’을 해야 했습니다. 이때 목숨을 바친 25명과 다른 곳에서 처형당한 11명의 한국인 신부 수사 수녀들을 합쳐 36명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덕원수도원 자치구 교구장 서리의 자격으로 5월10일에 교령을 발표하고 이 과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수도자 144명의 가족으로 구성된 저희 수도원은 본원(80여명 거주)과 6개의 분원과 14개의 활동분야를 통해 한국교회와 지역 발전에 봉사하고 있으며,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시작한 화순 수도원은 환경에너지인 지열 냉난방 공사를 하였습니다. 또한 올해 더덕과 야콘 농사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수도생활을 정착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 수도원의 주력 사업 중에 하나인 분도출판사에서는 교부학연구회와 함께 교부들의 성서 주해를 출판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이 책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신자들에게 성서를 더욱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유익하게 읽혀지기를 바랍니다.

저희 수도원의 목공소, 유리화공예, 금속공예는 특히 성당 건축과 전례에 기여하는 활동 분야입니다. 특별히 목공소는 올해 들어 새 성당에 들어갈 장궤틀과 제대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고 합니다. 이는 수도원에서 제작하는 제품들은 튼튼하고 실용적이며, 전례에 알맞다는 평을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속공예실 역시도 각종 제구들을 제작하고 수리하는데 여념이 없는 한 해를 보냈습니다. 유리화 공예실도 대구대교구 만촌1동 성당과 전주교구 전동성당의 스태인글라스 제작 등으로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한편 “금남 노인마을”과 “구미 가톨릭 근로자 문화센터”는 복지 차원에서 봉사하는 분야입니다. 특별히 “구미 가톨릭 근로자 문화센터”는 타종교들과 협동하여 ‘아시아인의 문화축제’를 여는 등 구미 지역의 이주노동자들의 복지와 인권을 위해서 활동하고 있고, 다문화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및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 선교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가톨릭 교리통신교육회”를 통해서도 매년 약 6천 명 정도의 예비신자들을 위하여 봉사하며 선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 수도 공동체가 맡고 있는 일들을 한정된 지면에 자세히 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수도자들의 신학 공부를 위한 대구가톨릭신학원, 왜관에 있는 순심 남녀 중․고등학교의 교육사업, 서울과 부산과 왜관에 있는 피정의 집, 3곳의 수녀원 지도, 간접 선교의 일환인 베네딕도 미디어 등의 일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활동들에 있어서 은인들의 도움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우리 형제들이 감당하기 힘들지만, 기도와 노동의 조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내년에도 영과 육으로 건강하시고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왜관 수도원의 모든 형제와 함께

이 형우 시몬 베드로 아빠스 드림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수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