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수도원 소식 > 요셉 수도원을 다녀와서-수련 수사 일동

속칭 배밭이라고 일컬어지는 요셉수도원! 그곳을 다녀가는 것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수련자라면 누구나 거치는 4박5일의 필수코스이다. 사실 수도원 과수원에서 자두를 따본 경험이 있는 터라 과수원에서 일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러한 비장한 각오를 품고 수련자 일행은 오전 빨래 소임을 후닥닥 힘든 줄도 모르고 해치우고 오후에는 수건까지 빨아주겠다는 말로 아줌마들을 안심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끝내고 수건을 빨러 가려하는데 로무알도 신부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출발하자는 것이었다. 후에 돌아올 빨래방 아줌마들의 원망과 잔소리를 생각하고 모두들 눈앞이 캄캄해지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우리를 실은 그레이스는 그 길로 출발하여 예정된 시각에 요셉수도원에 도착하였다. 불암산을 배경으로 산 경사면에 펼쳐져 있는 배나무들 사이로 고즈넉한 수도원 성당과 앞뜰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선 우리는 저녁기도를 바치고 요셉수도원 수사님들의 환영 속에 즐거운 식사를 가졌다. 가짓수가 상당히 많은 왜관 수도원의 식탁과 달리 이곳은 가짓수는 별로 없었지만 입맛이 팍팍 돋는지 다들 정량을 초과하는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들을 즐겁게 한 것은 지글지글 끓는 방바닥이었다. 오랜만에 온돌방에 누우니 잠이 절로 오는 듯 하였다. 그래서 평소보다 30분 이른 기상시간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생생한 기분으로 기도를 하고 일터로 나갔다. 그러나 작업은 예상밖에 배따는 일이 아니었다. 그 후에도 배따는 일은 주어지지 않았다. 결국 배는 한번도 따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 배따는 시늉만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주로 한 작업은 배나무에 퇴비를 넣는 작업이었다. 약 3000포 가량의 퇴비를 넣었다고 했다.

요셉수도원의 생활은 집도 한옥이고 사람도 적고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가족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의자와 침대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방바닥 생활을 하려니 다들 적응이 잘 안 되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변화된 생활양식이 조금 낯설었지만 떠날 무렵이 되어 서운한 감정이 드는 건 무슨 까닭일까? 무엇보다도 그곳의 수사님들이 수련자들에게 베풀어 준 친절과 사랑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것이 아무래도 ‘정’이라는 걸게다. 요셉수도원에는 말로 잘 표현이 안 되는 따뜻함이 있었고 그것이 우리 마음을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린 결국 한 가족’ 이런 감정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특기할 만한 일은 서울 베네딕도 수녀원의 수련수녀님들과 수련장 수녀님이 우리 수련자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는 일이다. 그리하여 목요일 오후 잠시 동안이었지만 같은 수련자로써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나누고, 근처 불암사에 잠깐 다녀오는 시간을 가졌다. 수녀님들은 평소에 만나기 힘든 왜관 남자들과 만난 덕분이었는지 아주 즐거워하는 표정들이었다.

2001년 10월

수련수사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