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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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0-05 23:21
시몬 아빠스님, 교부들의 순교 (3)성 폴리카르포스 순교록
 글쓴이 : 김영진
조회 : 106   추천 : 0  

(순교, 성체성사)

이보다 더 감격스러운 것은 이냐시오스 주교가 자신의 순교를 성체성사의 신비와 연결시켜서 순교의 신학과 영성을 설파한 대목입니다. “저를 맹수의 먹이가 되게 버려두십시오.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하느님이 미리) 맹수의 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맹수들을 유인해서 그들이 저의 무덤이 되게 하십시오. 또 제가 죽었을 때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도록 맹수들이 제 몸 어떤 부분도 남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세상이 저의 몸을 볼 수 없게 될 때, 저는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하느님께 희생제물이 될 수 있도록 저를 위해서 하느님께, 그리스도께 기도해 주십시오.” (5)

 

여기서 이냐시오스 주교는 자기가 하느님의 밀”, “깨끗한 빵이 된다고 하는데, 마치 밀이 맷돌에 갈려서 가루가 되고, 그 가루가 빵이 되듯이 자신의 몸이 맹수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자신의 순교를 성체성사 신비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맹수들이 자기 몸을 깡그리 먹어치워 없애 달라. 그래서 장사지내는 수고까지 없애 달라는 그의 바람은 당신의 몸과 피를 온 인류를 위해 내어주신, 그리고 또 우리에게 당신 몸과 피를 우리의 양식으로 내어주신 그리스도를 본받음으로서 그리스도의 참다운 제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에서 나옵니다. 자기 몸이 맹수의 이빨에 짓이기는 것만도 끔직스러운 것인데, 이냐시오스 주교는 마치 다른 사람이 이야기 하듯 이처럼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발상이 어떻게 나왔겠습니까? 아마도 그분은 평소에 미사를 봉헌하면서 성체성사에 나타나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신비를 너무나 잘 깨닫고 묵상하였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답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자기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히시면서 우리를 위해 그 몸까지 우리에게 양식으로 내어주신 그것을 매일 거행하면서 그러한 사랑을 보여주신 그리스도께, 예수님께, 당신의 순교로서 응답하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파스카 신비에 동참하는 것으로 그분은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성 폴리카르포스 순교록)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냐시오스 일곱 개 편지 중에서 이냐시오스 주교는 폴리카르포스가 주교로 있는 스미르나 교회에 편지를 보내고 또 동료 주교에게 편지를 보냈나는 사실은 이냐시오스 주교와 폴리카르포스 주교 사이에 친분관계가 얼마나 돈독했고, 아울러 폴리카르포스 주교가 당시 교회에 얼마나 비중 있는 인물이었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물론 폴리카르포스 주교는 이냐시오스 주교보다 20년 정도 젊습니다.

폴리카르포스 순교록이란 귀중한 문헌이 전해오는 데 이 문헌은 순교자 공경에 관한 의미 있는 영성을 증언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아울러 소개하겠습니다. 교회의 이러한 여러 증언에 의하면 폴리카르포스 주교는 어렸을 때 사도 요한에게 직접 배웠고, 표현에 의하면 사도 요한이 강론할 때 밑바닥에 어린이로 앉아서 직접 들었다고 합니다. 사도 요한으로부터 스미르나 주교로 서품되었습니다.

그의 순교록에 의하면 86세 되는 해에 화형, 불로 태워 죽이는 형을 받아 순교하였고, 순교한 해는 150-160년경으로 추정됩니다. 성 폴리카르포스 순교록은 순교형장을 지켜본 목격자에 의하여 폴리카르포스 순교한 당시 박해와 함께 순교한 순교자들의 용기, 특히 폴리카르포스 주교의 영웅적인 모습을 알리기 위하여 스미르나 교화가 프리지아(Phrygia) 지역의 필로메리움(Philomelium) 교회에 보내는 서간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순교록은 교회역사상 최초의 순교록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또 편지형식으로 쓰여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보고 필로메리움 신자들에게 순교의 위대함과 영성을 주지시키는 교훈적인 목적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6)

 

(순교 현장)

순교록에 의하면 미미 86세가 된 노인 폴리카르포스 주교는 자신의 순교를 예언하였을 뿐 아니라 충분히 도피할 수 있었음에도 체포하러온 군인들 앞에 스스로 나서며 그들에게 식사 대접하라고 지시하고, 그동안 조용히 기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드디어 그는 공공 경기장에 끌려가서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배교하고 황제를 숭배하고 그리스도를 모독하면 살려 주겠다고 유혹을 받습니다. 그러자 그는 “86년 동안 그분을 섬겨왔습니다. 그분은 어떠한 그릇된 행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를 구원하시는 왕을 어떻게 모욕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반문합니다. 집정관이 맹수형에 처하라고 명하자 그는 맹수들을 부르십시오. 우리는 정령 더 좋은 곳에서 더 나쁜 곳으로 마음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악한 것에서 의로운 것으로 마음을 바꾸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집정관은 그가 맹수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 화형에 처하겠다고 위협합니다. 그러자 폴리카르포스는 당신은 잠시 타다 마는 불로 위협하는 군요. 당신은 불경스런 이를 위하여 준비된 다가올 심판과 영원한 불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왜 주저합니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하고 태연하게 대답합니다. 집정관은 그를 화형에 처하도록 명령하자 군중들은 장작더미를 쌓아 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포졸들은 그가 뜨거워 요동칠까봐 손에 못질하려고 하자, 노 주교는 나를 이대로 내버려 두십시오. 나에게 불을 참을 힘을 주실 분께서 여러분이 나를 못으로 고정시키지 않아도 장작더미 위에서 움직이지 않게 견디어 내는 힘을 주실 것입니다.” 하고 안심시킵니다.

사람들이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고 불꽃이 활활 타올랐지만, 그 불꽃은 배의 돛이 바람을 안고 불룩해지듯이 아취 형이 되어서 그의 몸을 둘러싸고 향내 나는 유향이나 다른 값진 향료들과 같은 향기가 났다고 합니다. 사형집행인은 그의 몸을 불로 태울 수 없는 것을 알고 그를 칼로 난도질하자 많은 피가 흘러나와 불을 꺼버릴 정도였다고 매우 소상하게 순교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감동적인 순교록은 교부문헌 총서 13권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 분이 어떻게 순교하였는지, 그 당시 로마시대 순교자들의 용감한 모습, 그들의 뜨거운 신앙을 여기서 맛볼 수 있습니다. (7)

 

(성인유해 공경, 순교 준비)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폴리카르포스 순교록 182절에서 3절에 나오는 다음의 내용이 교회에서 성인들의 유해공경의 기원과 정신을 말해주는 첫 번째 문헌이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우리 스미르나 신자들은 그 후에 그분의 유골을 모아들였는데, 그 유골은 우리에게 보석보다 더 귀하고 금보다 더 값진 것입니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 그분의 유골을 안장했습니다. 우리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가능한 빨리 그곳에 모셨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그분이 순교한 날을 기념하는 것을 허락하셨으니, 이는 이전에 투쟁한 이들을 기억하고 앞으로 순교할 이들이 단련하고 준비하도록 하기 위해서 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스미르나 신도들이 순교한 주교의 유해를 안장했다는 도의적 차원을 넘어서 주님을 위해 목숨을 마친 순교자에 대한 공경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순교는 하느님에 대한 경탄할 만한 사랑에서 나오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찬미하는 일이며, 최고의 행위라고 말합니다. 사실 이 순교록은 순교자들의 수난과 주님의 수난을 자주 연결시켜서 묘사하는 데, 순교자는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것이고 따라서 주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듯이 순교자들도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된다는 영성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순교정신 본받음)

다시 말해서 신도들이 성인의 유해가 모셔진 곳에 모여 기도하는 것은 앞서 신앙을 중거한 선배 순교자들을 기리며, 또 어느 날 갑자기 순교로서 신앙을 증거해야 할 날이 자기 자신들에게 닥치더라도 선배 순교자들의 용기를 본받아 순교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주시도록 하느님께 기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초대 교회부터 순교자들의 유해가 모셔진 곳, 예컨대 카타콤바(Catacombae) 같은 곳에 신도들이 모여 기도하였고, 특히 순교자가 순교한 날에는 함께 모여서 그분의 영웅적인 순교를 회상하면서, 기도하는 관습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관습이 발전하여 지금의 순교자 축일로 된 것입니다.

박해가 끝난 다음에 순교자들의 무덤위에 또는 유해가 모셔진 곳에 성당을 짓는 관습이 생겨났고 그 순교자의 이름을 따서 성당의 이름이 붙여지고 주보성인으로 모시는 경우가 생겨난 것입니다.

 

(5) 맹수형에 처해지는 이냐시오스 (1000년경 그림)

https://en.wikipedia.org/wiki/Ignatius_of_Antioch#/media/File:Ignatius_of_Antioch.jpg

 

(6) 필로메리움(Philomelium) : 터키 중앙에 있는 아나톨리아(Anatolia)의 프리지아(phrygia) 지역에 있는 아세히르(Akşehir)의 고대 도시이름이다. 로마와 비잔틴 시대에 불렸던 이름이다. (wikipedia 백과사전 https://en.wikipedia.org/wiki/Ak%C5%9Fehir)

 

(7) 교부문헌총서 12, 폴리카르포스, 편지와 순교록, 하성수 역주, 분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