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다케 세례성사)

오늘 강의는 이 두 문헌에 나오는 ‘예비신자 교육’과 ‘세례성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디다케에 나오는 세례성사를 봅시다. 디다케에서 세례에 언급하는 7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세례를 주시오. 이 모든 것을 말하고 나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살아있는 물로 세례를 주시오. 만일 살아있는 물이 없으면 다른 물로 세례를 주시오. 찬물로 할 수 없으면 더운 물로 하시오. 둘 다 없으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머리에 세 번 부으시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비신자 교리교육)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이 모든 것은 먼저 말하고 나서” 라는 표현은 문맥상 앞에 부분(1장 - 6장)의 가르침을 지칭하며, 이것은 세례를 받기 전에 예비신자들이 배워야 할 사항들, 즉 예비신자 교리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성삼의 이름)

둘째, 세례는 “성삼의 이름”으로 베푼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도 시대에는 주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예컨대 사도행전 2장38절, 8장16절, 갈라디아 3장27절, 고린도 전서 6장11절, 로마서 6장3절 등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베푼다”고 되어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마태오 복음 26장19절과 디다케의 이 대목에서는 “성삼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푼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마태오 복음서와 디다케가 쓰인 시리아 교회의 세례관행을 볼 수 있으며, 이후 교회 세례방식으로 정착되었습니다.

(살아있는 물과 침수세례)

셋째, 세례를 베푸는 방식입니다. “세례는 살아있는 물로 주라”고 되어있는데, “살아있는 물”이란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움직이는 물”, 즉 강이나 샘에서 베푸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주는 세례를 고여 있는 죽은 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물로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례 ‘밥티스마’ (baptisma, 영국영어 baptise, 미국영어 baptize)는 머리까지 완전히 잠그는 침수세례를 말합니다.

예외적으로 “찬물이 없으면 더운 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은 샘이나 강이 없거나 찬물로 침수하기 어려운 병자들의 경우를 염두에 둔 듯합니다. 이마저 불가능한 경우 “이마에 물을 세 번 붓는 세례를 하라” 고 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로마 가톨릭교회는 이 예외적인 세 번째 방법을 주로 실시하고 있는 방면에, 정교회와 일부 개신교, 즉 침례교에서는 침수세례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입교절차)

그러면 사도전승에 나오는 ‘입교절차’ 와 ‘입문성사’ 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합시다. 디다케보다 100년 후 쓰인 사도전승 15장부터 21장에서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들어오는 입교과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입교하기 위해 ①예비신자 등록하는 것부터 예비신자 지망자의 윤리생활과 사회생활에 대한 심사를 합니다. 그리고 ②금지된 직업과 일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거친 다음, ③3년간의 교리교육을 받게 되고, 그 다음 ④세례대상자들을 선발하는 예식, ⑤세례를 준비시키고, ⑥세례성사와 ⑦견진성사, ⑧성체성사로 이어지는 입문성사 전 과정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 당시 얼마나 예비신자 교육이 철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비신자 등록심사)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처음 교회에 찾아오는 사람은 예비신자 등록에 앞서서 믿음을 가지려는 동기에 대해 질문을 받는데 이때 본인의 대답뿐 아니라 그를 교회에 인도한 후견인이 추천하는 증언이 있어야 합니다. “이 사람은 예비신자로 등록할만한 사람입니다.” 그런 증언이 있어야 합니다. 이 예비신자 등록심사는 예비신자의 윤리생활, 사회적 신분, 직업 등 여러 각도에서 아주 엄격하게 행하여졌습니다.

이 심사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규정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당시 노예제도가 실시되고 있었고, 주인은 자기 소유의 여자노예를 마음대로 첩으로 둘 수 있었고, 전반적으로 다신교적 뿌리를 두고 있는 사회이고, 게다가 박해받고 있는 교회가 어떻게 신자들에게 올바른 신앙과 윤리적으로 바른 생활을 심어주려 했는지를 역력히 엿볼 수 있습니다.

예비신자 지망자의 사적 심사에서 “자유인과 노예 신분의 차이를 두지는 않으나, 노예인 경우 그의 신자 주인이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당시 실질적인 사회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노예가 신자가 되고 싶다고 해서 예비신자 교육에 올 수 없지요. 묶여있는 몸이니까요.

(일부일처 결혼생활)

윤리생활에서는 특히 일부일처제의 결혼생활이 강조되어 있었고, 미혼자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성생활 즉 지금 관계하고 있는 여자와 정식으로 결혼하든지, 비정상적이면 그만 두든지 먼저 결단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직업 심사)

여러 가지 직업이 나열되는 데, 어떤 직업은 예비신자 등록 자체가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칼싸움 하는 사람과 포주는 당연하겠지만, 교사와 화가도 안 된다고 합니다. 요즘으로는 이해가 잘 안되지요. 그 당시에는 학교에서 제우스 신, 비너스 신 같은 이교적인 것을 가르치고, 화가와 예술가는 그런 신상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교리교육 3년)

선발기준에 따라 예비신자로 등록된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3년간 교리교육을 받게 되는 데, 교육을 받는 열성과 윤리생활의 태도에 따라 이 기간은 가감될 수 있습니다. 연장될 수도 있고 줄여줄 수도 있습니다.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예비신자들은 미사전례 특히 성탄전례에는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3년간의 예비신자기간 중 1주일에 몇 번 교리교육 받았는지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한차례이상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예비신자 기간 중에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기 전 순교한 경우, 아직 물로 세례를 받지 않았다 할지라고 ‘피의 세례’로 의화되어 구원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서 교회는 물로 세례를 받는 것을 ‘수세(水洗)’ 라 하고, 순교에 의한 피의 세례는 ‘혈세(血洗)’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세례자격 심사)

3년간의 예비신자 교육이 끝날 즈음에 세례희망자들은 세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심사를 받습니다. 이 심사는 예비신자 등록을 위한 심사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집니다. 예비신자 등록심사에서는 결혼생활, 직업 등 금지사항에 대한 심사가 주종이지만, 세례 대상자 선발심사에서는 예비신자 교육기간 동안에 ‘생활전반에 전향적인 발전’이 있었는지에 대한 심사입니다.

이 둘째 심사기준은 성실하게 살았는지, 과부들을 공경했는지, 병자들을 방문했는지, 온갖 종류의 선행을 했는지에 대해서 묻는데, 이 물음은 단순히 “의무사항을 잘 지켰느냐?” 가 아니라 “이웃사랑의 차원에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생활했는가?”에 대한 보다 차원 높은 심사이었습니다.

이 심사에서 예비신자 등록 때 그를 인도했던 후견인은 또 다시 그에게 증언을 합니다. 따라서 이 증언은 후견인들이 3년간의 예비신자 교리교육기간 동안 자기가 인도했던 예비신자를 계속 돌보아 주고 지도했음을 말해주는 동시에 예비신자가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날 수 있는지 여부를 하느님과 교회 앞에서 책임 있게 증언할 의무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후견인 제도가 오늘의 대부, 대모 제도로 발전된 것입니다.

(말씀의 전례 참여자격)

이 심사에서 선발된 사람들은 복음을 듣게 되는 데, 이것은 성찬전례 전에 하는 말씀의 전례에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선발된 예비신자들은 선발된 날로부터 매일 구마식과 안수를 받으며 세례일이 다가오면 주교로부터 직접 구마식을 받습니다.

(세 번째 심사)

이때 선발된 예비신자들은 주교로부터 세 번째 심사인 동시에 마지막 심사를 받게 되는데, “선하지 못하거나 깨끗하지 못한 사람은 세례대상자에서 제외된다”고 말합니다. 이 마지막 심사는 주교의 구마식을 통해서 행해지는데, 이것은 악령이 계속되는 구마식으로 예비신자 안에 숨어있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세례 대상자들이 선발된 날부터 세례 받는 날까지의 기간에 대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일주일 이상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교회의 전통에 따라 세례성사는 부활성야에 거행되었고, 이에 앞서 며칠동안 매일 단계적인 예식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