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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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04 18:29
시몬 아빠스님, 레오 대교황 실천적 영성 (3)새로운 작품으로 삶
 글쓴이 : 김영진
조회 : 49   추천 : 0  

(하느님 모상 복원)

그런데 하느님은 인간 안에 있는 하느님 모상을 복원시킬 분을 세상에 보내심으로써 당신자비를 보여주십니다. 인간은 마귀의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하느님 말씀께서 친히 인간이 되시어 인류를 대표해서 이 싸움을 마치셨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재미있는 논리전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신성과 인성을 지니신 구세주께서 악마와 직접 대적하시는 것이 아니라, 악마가 인간을 유인했던 그 속임수를 역이용하는 것입니다. 성자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신성을 감추시고, 비천한 아기로 태어나셨는데, 악마는 이 아기가 다른 아기와 같은 보통아기인줄 알고, 후일 인간에 대한 자기의 전제권 죽음을 그분에게도 행사합니다. 그러나 무죄한 그분은 악마에 종속될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악마는 월권행위를 한 셈입니다. 월권행위 탓으로 전 인류에 대한 지배권마저 상실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들으면 동화적 표현 같지만, 이것은 고린도 전서 15장에 나온 바에 따라서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로 인간의 죽음에 대해 승리하셨다는 파스카 신비에 그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죽음아 네 승리가 어디 갔느냐? 죽음아 네 독침이 어디 갔느냐?(1고린 15, 55)” 하는 바오로 사도의 외침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분의 죽음을 전제로 하는 데, 이 죽음은 인간이 되신 그분의 육화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그분이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는 돌아가셔야 합니다. 돌아가시려면 인간이 되셔야 합니다. 그래서 육화의 의미가 파스카 신비와 연결됩니다.

 

(성탄 밤 강론, 구세주께서 죄에 묶인 만민을 해방하러 오심)

그러면 구체적으로 성탄 제1강론 본문을 직접 읽어드리겠습니다. 이 강론은 레오 대교황이 교황이 되신 440년 성탄 밤에 신자들에게 하신 강론이고, 시간관계상 앞부분과 끝부분만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오늘 구세주께서 탄생하셨으니, 우리 모두 기뻐합시다. 우리에게 죽음의 공포를 없애주시고, 영원한 기쁨을 약속하신 생명의 탄생일에 슬퍼하는 것은 당치 않는 일입니다.

이 기쁨에 동참하는 데 제외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니, 만민이 다 같이 기뻐해야 할 하나의 공통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죄와 죽음의 승리자이신 우리 구세주께서 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보시고 만민을 해방시키러 오신 것입니다. 당신이 거룩한 신자라면 기뻐하십시오. 승리의 월계관이 가까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죄인이라면 기뻐하십시오. 죄를 용서받기 위해 초대받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이교도라면 그래도 용기를 내십시오. 당신은 생명으로 불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정하신 때가 찼을 때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헤아릴 수 없는 심오한 계획에 따라 인류를 창조주와 화해시키기 위해 인간본성을 취하셨습니다. 이로서 죽음의 창시자인 악마는 전에 쟁취했던 바로 그 죽음을 향해서 이제 패배한 것입니다. 전능하신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시작하신 이 싸움에서 위대하고 기묘한 정의의 법으로 싸우셨으니, 가장 잔인한 적을 당신의 엄위(嚴威)’로써가 아니라, ‘우리의 비천(卑賤)으로써 맞서 싸우셨습니다. 그분은 우리와 같은 조건 즉 우리의 죽음의 본성에 동참하셨지만, 어떠한 죄에도 떨어지는 일이 없이 적과 맞서 싸우셨습니다.

이 탄생은 모든 사람에 대해 아무도 세상에 하루만 산 갓난아이라도 죄 없는 사람은 없다 (14,4-5)” 라고 말한 것에 전혀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 유일한 탄생에는 어떠한 육의 정욕도 전수되지 않았으며 어떠한 죄의 법칙도 스며들지 않았습니다.

다윗 왕족의 출신인 동정녀가 간택되어 거룩한 아기를 잉태하셨는데, 몸에 앞서 마음으로 하느님이며 인간이신 아들을 잉태하셨습니다. 그때 동정녀는 지존하신 분의 뜻을 아직 깨닫지 못했고 잉태를 전혀 예기치도 못했지만 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동정녀는 천사와 대화를 통해 성령께서 당신 안에 역사하신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동정녀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 정결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동정녀는 지존하신 분의 능력으로 아기를 잉태하게 된다는 약속을 받으셨는데, 그 잉태의 기묘한 방법에 대해서 왜 의심하였겠습니까? 동정녀가 아미 지녔던 돈독한 믿음은 천사가 앞서 말한 기적이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나자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줄이겠습니다. 끝부분으로 가겠습니다)

 

(강론 계속, 새로운 작품으로 삶)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우리는 성자를 통해서 성령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시다. 하느님은 그 큰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셨으며, 죄를 지어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려주셔서(에페 2,4-5), 이제 우리는 그분 안에서 새로운 창조물, 새로운 작품이 되었습니다(에페 2,10). 그러므로 우리는 옛 인간과 그 행실들을 벗어던집시다(에페 4,22; 로마 6,4; 골로 3, 8; 히브 12,1).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의 탄생에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되었으니 육적인 행실들을 끊어버립시다.

그리스도 신자 여러분, 여러분의 고귀함을 의식하십시오. 여러분은 하느님의 본성을 나누어 받았으니, 지난날의 천한 생활로 되돌아가려고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어떠한 분을 머리로 모시고 있고, 여러분 몸 자신의 몸이 어떠한 지체인지를 기억하십시오(1고린 6,15). 여러분은 암흑의 권세에서 벗어나 하느님과 광명의 나라로 옮겨졌음을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골로 1,13). 여러분은 세례성사를 통해 성령의 궁전이 되었으니(1고린 6,19), 그처럼 고귀한 손님을 사악한 행위로 내쫒아 버리고 악마의 종으로 스스로 되돌아가려고 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당신 피로 여러분의 몸값을 치루셨으며(1고린 6,20), 여러분을 자비로이 속량하신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진리 안에서 여러분을 심판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파하십니다.

 

(강론집 번역 동기)

왜관수도원에서 성탄 밤 전례에서 이 강론을 교부독서로 듣습니다. 부활성야 전례에서는 부활찬가 엑술떼(Exsultet)를 노래하듯이, 성탄의 기쁨을 잘 드러내는 이 강론을 노래로 부릅니다. 제가 33년 전 수련받을 때 이 강론을 들으면서 너무나 감격했습니다. 곡도 아름답지만, 그 내용이 너무나 감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밤에 세상의 모든 사람, 죄인이나 선인이나 이교도나 신자나, 모두 기뻐해야할 중대한 이유가 있으니 지존하신 하느님께서 미천한 인성을 취하시어 모두를 당신의 영광 안에 초대하시는 선언, 그리고 우리는 육화하신 그리스도를 통해서 새로운 창조물, 하느님의 새로운 작품이 된 만큼 이에 걸맞게 품위 있게 살아야 한다는 내용은 성탄의 전정한 의미를 저에게 일깨워주었습니다.

그 후 제가 교부학을 전공하면서 레오 대교황의 이 성탄 강론이 하나가 아니라 열 개가 있었고, 공현강론이 여덟 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수련 때 감격이 동기가 되어서 이 18개의 강론을 모아서 대역본으로 번역하면서 성탄신비에 대한 해제와 함께 교부문헌총서 제4권에 출판하였습니다. 1편에 나오는 성탄강론 뿐 아니라 18개의 강론 하나 하나가 주옥같은 아름다운 강론들입니다. (2)

 

(2) 교부문헌 총서 4, 레오대종 성탄공현 강론집, 이형우 역주, 분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