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 강론)

성탄•공현 강론집을 출간한 다음, 레오교황의 사순시기 강론이 감동적이고 신앙생활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교부문헌총서 제9권에 번역하면서 신자들의 영성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90쪽이상 해제를 썼습니다. (주3)

사실 저는 교부총서가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총서가 아니라 일반신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을 이 강론들을 통해서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입니다. 레오 대교황은 사순시기를 “인류구원의 신비를 더욱 특별하게 드러내는 파스카 축제를 시기적으로 앞두고 있는 때”라고 규정합니다.

다시 말해서 사순시기는 인류구원의 모든 신비를 수렴하는 파스카 축제를 합당하게 경축하기 위해 준비하는 때인 것입니다. 인류구원의 신비는 구체적으로 죄 가운데 있는 인간이 죄 사함을 받아 구원되는 것이기 때문에, “파스카 신비 전체는 죄인들의 죄 사함을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또는 “온 교회가 죄 사함을 받고 기뻐하는 것이 파스카 축제의 특성입니다” 라고 레오 대교황은 역설합니다.

(하나의 파스카 신비; 성탄, 수난, 죽음, 부활)

파스카 신비는 ①주님의 부활 뿐만 아니라 ②주님의 수난과 ③십자가에 죽으심을 포함하는 신비입니다. 사실 주님의 부활은 수난과 죽으심 없이는 있을 수 없으며, 만일 주님이 돌아가신 다음 부활하지 않았다면 인류구원에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따라서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은 서로 분리시킬 수 없는 하나의 신비 즉 파스카 신비로 지칭되는 것입니다.

레오 대교황은 사순시기 제10강론에서 파스카 축제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교회 전례구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그리스도교의 전례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공경하는 일련의 모든 날들 중에서 파스카 축일보다 더 탁월한 축일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축일은 하느님의 교회 안에서 거행되는 다른 모든 축일의 품격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④사실 주님이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신 성탄 자체도 이 신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태어나신 것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한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그분은 동정녀의 품안에서 사멸할 육신을 취하였으며, 그 사멸할 육신 안에서 수난계획을 이루셨기 때문입니다” 라고 설파하셨습니다.

교회의 전례주년은 ‘부활 대축일’과 ‘성탄 대축일’, 두 대축일을 축으로 해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보듯이 성탄신비도 파스카의 신비 안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현대 교회에서는 파스카의 신비와 성탄 신비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성탄신비를 파스카의 신비와 연결시키는 것은 초대교회 때부터 있어왔던 교회신학입니다.

(동방교회 성탄이콘)

동방교회는 이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특히 성탄 이콘들에서 아기예수가 포대기에 싸여 있지 않고 수의에 싸여있고 돌로 된 관에 있는 것은 바로 이 신앙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콘(icon)’ 이라는 것은 동방교회에서 그린 성화(聖畫)를 말합니다. 이코노그라피(iconography) 라고 하는 데, 이콘 성화를 “그린다”고 하지 않고 “쓴다”고 합니다. 성화 안에 신학 신비를 그림으로 써 나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미적인 감각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신학을 표현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동방교회의 성탄 이콘을 보면 구유가 아니고 돌관 입니다. 강보에 싸인 것이 아니고 수의에 둘둘 말려있습니다.(주4) 그러나 서방 이콘은 아기예수가 금발로 토실토실하고, 그 옆에 목동, 양, 당나귀 등이 경건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수의를 입힌다는 것은 기가 막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성탄의 목적은 인류구원을 위해서 ‘돌아가시는 것’이며, ‘돌아가신다’는 것은 곧 ‘부활’을 의미하지요. 성탄신비와 파스카 신비는 하나인 것입니다.

(자선 행위)

우리는 레오교황의 사순시기 강론들에서 여러 가지 실천적 영성에 대하여 묵상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자선(慈善)’에 대한 영성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주5) 자선은 “부자나 할 수 있는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자선을 하려고 해도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레오교황은 루가복음 21장1절에서 4절까지 나오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 이야기와 마태오 복음 10장42절 “냉수 한잔의 자선”에 대한 예수님 말씀을 통해서 자선의 진정한 가치와 다양한 가능성을 사순 제6강론에서 다음과 같이 설파합니다.

(과부 헌금)

“자선행위는 아주 폭넓게 적용되는 것이며,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줍니다. 애긍(哀矜, 이웃을 불쌍히 여김)을 하는 데에는 부유하고 풍족한 이들만이 아니라 평범하고 가난한 이들도 각자 해야 할 자기 몫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재력에 있어서 똑같지 않을 지라도 그 마음의 애정은 같을 수 있습니다.

주님이 보는 앞에서 여러 부자들이 헌금함에 많은 예물을 바칠 때 한 과부는 동전 두 닢을 넣고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다른 모든 이들의 많은 헌금보다는 과부의 적은 예물이 더 귀하게 여기시면서 과부를 칭찬하셨다고 증언합니다. 왜냐하면 부자들은 많은 예물을 바친 다음에도 아직 많은 것을 갖고 있지만, 과부의 미소한 헌금은 그의 전 재산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궁핍한 사람들에게 동전 두 닢을 줄 수 없을 만큼 극도로 가난한 사람이다 하더라도 선한 뜻의 의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주님의 가르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냉수 한잔 자선)

“목말라 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냉수 한잔이라도 마시게 하는 사람은 자기행위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마태 10,42)고 하셨으니, 주님은 당신 날을 얻기 위해서 가능한 방법들을 당신 종들에게 얼마나 많이 마련해 주신 것입니까! 주님께서 냉수를 예로 든 것은 혹시 누가 물을 데울 나무를 살 돈이 없어서 자신은 자선에서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 일은 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여러분 이 내용을 잘 들어보십시오. 냉수 한잔에 대한 이야기, 정말 흘려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주님께서 따뜻한 물 한잔 주라고 한 것이 아니라, 찬 물 한잔, 그냥 떠서 주면 된다. 그렇지만 거기에 대한 하느님은 엄청난 선물을 우리에게 보상으로 약속하셨다는 것입니다.

(영성의 이해와 실천)

저는 레오 대교황의 강론을 읽고서 제가 두 가지 놀란 점이 있습니다. 첫째 레오 대교황께서 정말 성서적으로, 신학적으로 얼마나 호소력 있게 말씀하시는 가? 그 풍부함에 놀랍니다. 둘째 그 당시 신자들의 수준에 놀랍니다. 분명히 그 안에 많은 신학적 내용이 들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알아들었으니 하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런데 오늘날 우리 신자들의 이해수준은 1600년 전 레오 대교황시대 수준보다 훨씬 못하지 않은가?

레오 대교황의 강론들은 바로 보배로운 영성을 생활하도록 가르치셨습니다. 우리는 레오 대교황의 영성이 1600년이 지난 오늘도 호소력이 있고, 우리는 그 영성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오늘 강의를 끝내도록 합시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주3) 교부문헌 총서 9, 레오대종 사순시기 강론집, 이형우 역주, 분도출판사

(주4) 이콘. 동방교회에서 벽화나 모자이크, 목판 등에 신성한 인물이나 사건 등을 그린 그림이나 조각이다. 그림은 성화(聖畫)라고 하고 조각은 성상(聖像)이라고 한다. 글을 모르는 신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수단이기도 하다. 동방교회의 이콘은 사실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인 미술로서 선과 색을 통해 신학적 가르침을 전달한다.

‘이콘’이란 고대 그리스어 에이콘(εἰκών eikon)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미지(image)라는 뜻이다. 그리스어 에이콘(εἰκών, eikon)과 그라페인(γράφειν, graphein, 쓰다 write)가 합성되어 이코노그래피(또는 아이코노그라피 iconography)라는 단어가 유래되었다.

이코노그라피(iconography, 도상학 圖像學)은 오늘날 비잔틴 미술과 동방교회의 조각이나 그림에 나타난 종교적 내용을 밝히는 학문이다. 이 의미가 확장되어, 불교 등 다른 종교의 조각이나 그림에 나타난 내용을 밝히기도 한다. (출처 이콘 https://ko.wikipedia.org/wiki/%EC%9D%B4%EC%BD%98

이코노그라피 https://ko.wikipedia.org/wiki/%EB%8F%84%EC%83%81%ED%95%99

동방교회 성탄 이콘 (15세기 성 안드레이 루블레브)https://en.wikipedia.org/wiki/Christmas#/media/File:Nativity_(15th_c.,_Annunciation_Cathedral_in_Moscow).jpg

성탄 그림 랜스버그(Landsberg) 수도원 (12세기) https://en.wikipedia.org/wiki/Christmas#/media/File:Hortus_Deliciarum,_Die_Geburt_Christi.JPG

(주5) 사순시기 강론집에는 실천적 영성으로서 자선 행위를 포함하여 ①파스카 신비와 사순시기, ②마음의 정화, ③구원의 원수인 마귀와의 싸움, ④단식, ⑤자선 행위, ⑥용서 가 있습니다.

(참고) 동영상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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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터넷 주소 http://www.cpbc.co.kr/onmedia/programe.php?code=&cid=76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