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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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15 23:12
시몬 아빠스님, 사랑 섬김 나눔의 기쁨 (2)수도규칙서 사순시기
 글쓴이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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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규칙서 사순시기)

성 베네딕도는 수도규칙서 제49, 사순시기를 지킴에 대하여에서 수도자의 생활은 언제나 사순시기를 지키는 것과 같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덕을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에 사순시기 동안에 모든 이들은 자신의 생활을 온전히 순결하게 보존하며, 다른 때에 소홀히 한 것을 이 거룩한 시기에 씻어내기를 권하는 바이다라는 말로 시작하신 다음, 기도와 절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열거하십니다. 그리고 끝부분에 가서 영적 갈망의 기쁨으로 거룩한 부활 대축일을 기다릴 것이다하고 말씀하십니다. (1)

 

베네딕도 규칙서는 540년경 쓰였습니다. 후대에 쓰인 대부분의 서방교회의 수도규칙서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베네딕도는 당신보다 100년 전에 하신 레오 대교황의 열두 사순강론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저희 수도원에서는 장상이 매주 금요일 저녁기도 다음에 모든 수도자들에게 영적 강화강론을 하는 데, 사순시기인 재의 수요일에는 금요일 강론을 앞당겨서 규칙서 49장을 먼저 읽은 다음, “이번 사순시기에는 어떻게 지내는 것이 좋겠다는 요지의 영성강좌를 합니다.

 

(재의 수요일)

저는 영적갈망의 기쁨으로 사순시기를 지내라는 말씀에 주목하고 오늘 주제인 사랑과 섬김과 나눔의 기쁨이라는 이 제목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재의 수요일에 머리에 재를 받으면서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시오또는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 두 말은 모두 의미가 깊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둘째 문구를 더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저의 존재 자체와 출처를 깨닫게 해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 구절은 창세기 1, 2장에 나오는 인간창조와 3장에 나오는 범죄한 인간의 모습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동식물, 무생물 등 세상만물을 창조하실 때는 그냥 생겨나라하는 짧은 말씀으로 창조하십니다. 그런데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는 달리 하느님께서 손수 정성스럽게 흙을 빚어 사람의 꼴을 만드신 다음, 당신의 입김, 당신의 혼을 불어넣어 당신의 모상 이마고 데이(Imago Dei, 영어 Image of God)’ 즉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하느님 모상)

하느님의 모상은 무엇을 뜻합니까? 하느님의 모상은 동식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인간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이성적 머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양심,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것입니다. 이로서 인간은 하느님과 만나서 대화하고 사랑하는 상대자, 파트너가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은 그 넘치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인간을 창조하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유명한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 첫머리에 당신을 위해 우리를 만드셨기에 당신 안에 쉬기까지 우리 마음에 안식이 없나이다라고 고백하셨습니다. 이상한 표현이지요. 당신을 위해서 당신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를 찾기 위하여 우리 인간을 창조하신 것입니다. 지존하신 하느님이 인간을 인격 대 인격으로 대하시고 사랑하십니다. 게다가 하느님은 인간을 위하여 특별히 낙원을 만들어 주시고 돌보라고 하십니다.

 

(인간의 범죄)

창세기 3장에 나오는 인간 범죄는 신학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나 아주 뛰어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아담과 하와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원조가 하느님께서 만드신 열매를 따먹은 것은 그냥 호기심 때문에 과일 하나를 따먹었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실 저도 어렸을 때 교리를 배우면서 과일열매 하나 따먹은 것을 가지고 하느님께서 그처럼 노하시고, 인간을 낙원에서 내쫒으시고, 그 죄의 벌이 자자손손 이어가는 원죄가 된다는 말에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행위의 동기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봅시다. “너도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미리 아시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라는 마귀의 말에 솔깃해서 그렇게 되어 보려고 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이 짧은 표현은 첫째 하느님을 치사한 사기꾼으로 몰고 있습니다. 둘째 하느님도 별 것 아니고 나도 그렇게 되겠다교만이 숨어져 있습니다. 인간은 자기의 신원과 출처를 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이런 오만에서 하느님을 무시하고 그분의 명을 거역하게 된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추궁에 대해 자기 탓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돌려 어떻게 하면 궁지에서 빠져나갈까 궁리합니다. 이것은 배은망덕이란 말로도 그 의미를 충분하게 나타낼 수 없습니다.

이제 인간은 낙원에서 내쫒기고 본래의 기원, 출신대로 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범죄로 인하여 인간은 하느님과 분리, 인간 서로의 분리, 자책감으로 인한 자신 안에서 분열, 그리고 자연과 분리가 일어납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계약)

그런데 하느님은 쫓겨나는 인간, 괘씸한 인간을 붙들고 여자의 후손이 악의 상징인 마귀의 머리를 짓밟을 것이다즉 구세주를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구약, 신약이라고 하는 테스타멘툼(testmentum 영어 testament)계약(契約)’을 뜻합니다. 우리가 매일미사 성혈축성에서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이다하는 말을 듣습니다. 새로운 계약을 줄여서 말하면 신약입니다. 그러면 옛 계약을 뜻하는 구약은 무엇입니까? 아브라함과 계약, 이삭과 계약, 야곱과 계약, 시나이 산에서 계약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이 많습니다.

 

계약은 어느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예컨대 국가 간 계약이 있고, 개인 간 계약이 있습니다. 개인 간 계약도 그렇듯이 계약을 파기하였을 때는 그에 상응한 배상이나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인간 사이의 계약에서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점이 있습니다. 첫째, 인간은 지존하신 하느님과 대등한 존재나 위치에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그런 인간을 당신의 계약 당사자로 삼아주신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둘째, 계약에는 조건이 있기 마련인데 하느님이 인간에게 제시하시는 조건은 너희가 나와 함께 머물러 있고, 나를 저버리지만 않는다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는 것이니, 인간 편에서 보면 하느님과 함께 있으면서 복을 누리기만 하면 됩니다. 세속적인 표현을 쓴다면 하느님은 판판히 손해 보는 계약을 맺자고 하신 것입니다.

 

구약의 역사를 보면 제물로 바쳐질 동물을 반으로 갈라서 불에 태우는 번제로 바쳤습니다. 이것은 계약을 어겼을 때 이런 벌을 받으리라는 하나의 표시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여 하느님은 당신을 배반하는 인간을 붙들고 다시 계약을 맺자하시고, 또 배반하는데 또 계약을 맺자고 호소하십니다. 하느님은 성조들, 판관들, 예언자들을 보내시고 당신 사랑을 호소하셨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구약성서에 나타난 인간의 역사는 하느님을 배반하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느님과 나의 계약)

우리 각자는 모두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세 가지 계약을 맺었는데, 세례 때, 수도서원 때, 사제서품 때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세 가지 계약에서 모두 우리의 자유의지를 묻는 원합니까?”, “예 원합니다라는 답을 하고, “약속합니까?, 계약의 조건인 ㅇㅇ를 약속합니까?” 하는 질문에 예 약속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여러분은 적어도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2)

 

(1) 교부문헌 총서 5. 성 베네딕도 수도규칙 이형우 역주, 분도출판사

 

(2) 하느님과 인간의 계약에 관하여 시몬 아빠스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셨습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계약은 단체계약이 아닙니다. 오로지 하느님과 인간개인의 일대일(1:1) 계약입니다. 성서 어디에도 계약에 있어서 너희들 (복수)’로 표시된 곳은 없습니다. 모두 (단수)’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과 아브라함의 계약, 이삭의 계약, 야곱의 계약들은 모두 각 개인의 계약입니다. 마찬가지로 세례성사도 여러 예비신자들과 함께 하지만, 본질적으로 하느님과 나, 일대일(1:1) 계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