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쾅 관 뚜껑을 닫는 소리
긴 여정을 마감하는 소리
구십오 년 나고 자라고 걸어온 길
먼 길이어도 가는 길은 잠깐이네

수도복 입고 구십 평생 걸은 길
감싸주던 옷을 입고 가는 길
안녕이란 말도 하지도 않고
우리 곁을 떠나신 수사님이여

고이 간직한 하느님의 사랑
품에 안고 묵주알 굴리던 손
아베 마리아 울려 퍼지는 곳
갈 길을 떠나시는 모습이여라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리듯
그리움 속에 가고 싶은 길 가
주 만나 하시고픈 말 하시려
오던 길을 급히 떠나시었구나.

아쉬움도 없이 미련도 없이
옷을 벗어던지고 빈 몸으로
주님이 주시는 영광의 옷 입고
가신 길 다시 오시라 그리네

남아 있는 것 모두 다 쓰레기
알려주며 가신 청빈의 사도여
나도 가는 길을 모두 벗어 던져
가신 길 따라 가려고 마음먹네

미움도 서러움도 벗어버리고
얽매여 사는 삶도 벗어 자유 찾고
가진 것 버리고 평화를 얻으려
주님과 어울려 영원히 살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