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소리를 듣는 사람 <루카 12, 6-12>

소리를 듣고자 하는 사람은 들을 귀가 있어야 하고, 소리를 알아듣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성령은 머리에 대고 말씀하지 않고 마음에 두고 말씀하십니다. 마음이 순수하고, 깨끗하고, 받아들일 자세가 이루어져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무엇을, 어떻게, 걱정 없이 말하는 사람은 성령의 소리를 듣게 되어 말하게 된다고 하십니다.

성당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기도 손을 하고 기도하는 사람, 엎드려 간절히 무엇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손을 무릎 위에 놓고 기도하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손을 무릎 위에 놓고 기도하는 사람은 대부분 성령 기도회에 나가거나 그곳에서 배운 사람입니다.

얼마 전 전례 피정 때 “주의 기도를 드리면서 손을 벌리는 것이 좋으냐? 손을 펴는 것이 좋으냐?” 하는 말이 나왔는데 주의 기도는 바치는 것이어서 기도 손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하시며 공동체가 결정하는 대로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드리는 기도로 생각하면 기도 손이 합당하고 받는 기도이면 벌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주의 기도는 드리고 받는 기도입니다.

그러나 손의 모습이 어찌 되었든지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마음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성당 안에서만 기도하고 성당 밖에서는 기도가 중지된다면 항상 기도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주님 생각에 마음을 쓰고 길을 걷거나 음식을 먹거나 감사와 찬미의 생각이 마음을 울려주는 삶이어야 합니다.

이번 휴가는 어디를 찾아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을 가는 곳마다 느껴보고 싶어 빨리 가도록 만들어진 고속도로를 피하고 골짜기 길을 선택하여 갔습니다. 느낀 건 흙길이 거의 없고, 시멘트 길이었습니다. 골짜기마다 지은 집들을 보니 초가집은 거의 없고, 양옥집이었습니다. 하우스 농사짓고 들에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길은 불영계곡에서 영양 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되고 그저 풍요롭게 느껴졌습니다.

옛날 사람은 주막집에 가서야 먹을 것을 얻어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굽이굽이 산중에도 먹거리 식당이 있어서 때를 거르지 않고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몸은 고달팠지만 정신은 깨끗하고 마음은 평화를 느끼며 오늘 오전까지 수도원으로 들어가 수도원 안의 일상생활을 시작하며 더 강한 마음으로 성령의 소리를 받아들이고 순종하며 살겠습니다. 기도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며 기도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