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앞에 나는 누구인가? <요한 1, 19-28>

‘주님 뒤를 따르는 믿음의 사람이지만 오늘 주님에게 나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주님의 길을 곧게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인가? 아니다. 주님이 말씀하신 대로 나를 종이라 부르지 않고 벗이라고 부른다.’ 나는 주님의 벗이며, 함께 길을 가는 동반자이며, 주님을 모르는 사람에게 주님을 알려서 주님 앞에 가까이 가도록 인도하는 안내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희망 사항이기도 하지만 밤에 달이 되고 별이 되어 밤하늘을 비추며 수많은 나그네의 길잡이기도 하고 길 잃은 나그네에게 주의 빛으로 빛이 되어 주님의 현존을 증명하는 선 체험자이기도 합니다.

영으로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세상의 시간과 공간 안에 모시고 오신 주님은 시간 속에 사는 이들에게 피안의 세계에 현존하는 하느님을 알리고 믿음으로 인도하는 사명을 띠고 오신 분의 삶은 비난과 배척과 몰이해로 십자가에 죽임을 당하셨지만, 부활의 영광으로 하느님의 분명한 현존을 끝까지 증명하고, 세상 안에서 현존을 느끼며 우리를 벗으로 대하시고, 구원의 길에 동반자 되었으니 나의 존재는 시간과 공간 안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오늘 우리 수도원에 두 분의 사제와 한 분의 부제가 탄생하게 되었는데 이 사제직이야말로 주님 앞에 안내자, 동반자이며 길 잃은 양에게 길을 보여주고 각자의 믿음으로 증명해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명은 세례성사를 받은 모든 믿는 모든 사람의 사명입니다.

나만이 아니라 믿는 모든 사람은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사람으로 주님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삶이어야 합니다.

우리를 보고 “믿는 사람이 왜 저렇게 사는가?” 하면 그 귀한 사명을 잊고 세례의 고귀한 가치를 알지 못하고 사는 것이며, 저 태양의 빛을 어둠에 비추지 못하는 빛이 됩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며 빛이다.” 하신 주님의 말씀을 저버리는 사람으로 남게 됩니다.

미사 끝에 주님의 벗으로, 동반자로 복음을 전하고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때 “주님과 함께” “사제의 영과 함께”라는 미사 때 기도의 내용을 믿음으로 증명하러 오신 주님의 참 벗이요 동반자로 살아가게 됩니다.

오늘도 어둠에 살고 헤매고 길을 찾지 못하는 이들의 참 소금과 빛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사람으로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