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과 은혜 <루카 4, 14-22>

사람은 영과 육이 결합한 하느님의 사랑 받는 고귀한 존재입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이 오심으로써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시며 가난한 이에게 기쁜 소식, 잡혀간 사람에게 해방, 눈먼 이는 보게 하시고, 억압받는 이를 해방해주시는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모두가 놀랐다고 합니다. 은총은 하느님이 주시는 것이고, 은혜는 육 안에 이루어지는 고마움, 신세 짐, 혜택받음입니다. 흔히 스승의 은혜, 권력이나 재력가나 높은 명예를 가진 사람에게 얻는 것을 말하지만 은총은 하느님이 베풀어 주시는 것, 최대의 은총은 오늘 복음 말씀처럼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심이 은총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구별하면 영에서 오고 영을 이롭게 하는 것을 은총이라 하고, 육에서 나오고 육에 이로운 것을 은혜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의 기도문 전반부는 은총이라면, 후반부는 은혜라 할 수 있습니다.

새해 인사를 나누며 “복 많이 받으세요.” 권력, 재력, 명예에 관한 것이지만 “은총 충만히 받으세요.” 하면 하느님 나라에 현존하는 자유, 평화, 기쁨을 살면서 행복해지기를 축원하는 말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 기뻐하소서.” 여기에는 주님의 어머니 되심을 알리고, 그 은총을 받아들이시며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응답하셨습니다.

은총의 구체적 삶과 은혜의 구체적 삶은 주의 기도문 안에서 기도와 실천의 의지가 있습니다. 전반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행복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의 기도이면 후반부는 행복은 일용할 양식, 인간관계의 안정과 화목 그리고 악에서의 구원입니다. 우리는 영과 육의 혼합체이므로 다 필요한 것이지만 하느님과 깊은 사랑의 관계에서는 은혜로운 삶보다 은총의 삶이 더 바람직합니다.

오늘 복음에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웠다.” 하심 같이 우리도 은총의 말씀에 감동과 호응의 삶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배불리 먹고, 따뜻한 집에 살고, 좋은 옷을 입고, 걱정 없이 사는 것보다 자유와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삶을 바라고 살고 있습니다.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회는 지옥이며, 평화가 없는 곳에는 분쟁과 죽음과 삶이 교차하고 기쁨이 없는 삶은 긴장과 불안, 근심, 걱정이 가득하고 웃음을 잃은 삶입니다.

은총의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고 불평하지 않고, 있다고 교만하지 않으며,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에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하는 기도의 삶이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 믿는 모든 사람에게 충만한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을 받기를 기도합니다. 은총과 은혜를 혼동해서 살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