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상징인 십자가 <요한 18, 1-19. 42>

오늘 우리는 아버지에게도 버림을 받은 듯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하시며 고통을 호소하셨습니다. 그러나 루카 복음에서 “아버지 제 영을 당신 손에 맡기옵니다.” 하시며 숨을 거두시고 시간과 공간 안에 주님은 계시지 않고 아버지 품에 안기셨습니다. 여기 계시지 않으시나 우리는 깊은 슬픔의 도가니 속에 위로의 길을 찾지 못하지만, 다행히 십자가의 표징을 남겨놓으셨습니다. 십자가 잡고 이제 십자가 경배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어제 주의 만찬 미사 시작 입당송에“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서 자랑해야 합니다. 십자가 안에 우리의 구원과 생명과 부활이 있습니다. 십자가로 말미암아 우리는 구원되었고 해방되었습니다.” 하는 노랫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성삼일은 오늘 십자가의 현존에 대한 감사와 찬미가 우리의 마음을 슬픔에서 기쁨으로 바꾸어 주셔서 행복하게 합니다.

저는 십자가의 귀함을 알고 18살부터 신학교 입학할 때까지 벽 고상을 허리춤에 차고 다니다가 신학교 입학 후 십자 성호를 놓는 것이 십자가와 함께 사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 고상을 벽에 걸고 고상도 없이 살고 있지만, 십자가는 제 구원의 도구입니다. 저는 아침에 수도원 복도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잡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여 당신이 지고 가신 십자가를 저도 지고 주님을 따르게 하소서.” 적십자, 녹십자, 온갖 강복도 십자가 표시이며 축복도 십자가 표시입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각기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이 말씀을 따르는 삶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지 않으면 마지막 죽음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 제 영을 당신 손에 맡기옵니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며칠 전 알퀸 아빠스님께 <아프리카에서 우리 수도원에 오셔서 안식년을 지내시는 분> “아빠스님, 아빠스님으로 십자가를 지고 목에 매고 사시는 것 보다 주님이 지고 가신 십자가 중 어느 것이 더 무겁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니 본인의 십자가라고 하십니다. 각자 자기 십자가보다 무거운 것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주님이 지시고 골고타 언덕에 세우신 십자가 온 인류의 희망이며 기쁨입니다. 슬픔과 기쁨은 일치합니다. 행복하려면 슬픔이 있어야 합니다.

주님의 행복론은 슬픔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다고 하십니다. 진복팔단의 행복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 배고픈 사람, 우는 사람, 온유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주님도 십자가 상에서 “목마르다.” 저는 이 말씀은 이렇게 듣습니다. “나는 네 사랑에 목마르다. 사랑을 다오” 하십니다.

십자가 경배하면서 단순히 절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주님께 사랑을 약속하며 우리 서로 사랑함을 보여드려야 합니다.

끝으로 필립보 2, 1-8 주님은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이같이 우리도 십자가에 죽기까지 아버지의 뜻을 따르며 살도록 기도하고 결심합시다. 그를 통해 십자가의 가치는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