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사람 <시편 4, 15. 23>

기다리는 사람은 희망이 있는 사람이고,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희망을 잃은 사람입니다. 정류장에서 다음 차를 기다리는 사람과 막차가 지나간 다음은 기다려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구세주를 십자가에서 내리고 무덤에 묻은 다음 기다리는 성 토요일입니다. 미사는 없고 아침 독서 기도와 찬미 기도를 드리며 오늘 밤 주님의 부활을 기다립니다. 깊은 침묵 속에 주님께 부르짖고, 주님의 도움을 갈망하며, 주님의 거처에 살기를 바라며 영광의 주님 부활을 기다립니다.

1) 나는 어디서 기다리나?

주님이 남겨놓은 십자가 밑에서 아니 십자가가 현존하는 자리에서 부르짖습니다.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주님의 죽음은 오로지 제 탓입니다. 제가 주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지 않아서 일어난 일입니다. 아담이 금한 과일을 따 먹지 않았으면 아니, 우리가 온갖 유혹에 떨어지지 않았으면, 악마의 유혹과 나의 욕망에 떨어지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을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그 큰 사랑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영원한 삶을 주시려고 기다리게 하셨습니다. “영원한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너희가 십자가를 지고 죽음에 이르러도 내가 살 듯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리라” 그래서 죽기까지 주님의 십자가 밑에서 기다립니다.

2) 저는 고통 중에 주님의 도움을 기다립니다.

사제가 되기 위해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이 함께 계셔서 8년이란 시간을 지나 사제가 되었고, 60년 수도자로 살면서 아버지의 뜻을 이 땅에 전해왔습니다. 사제로 수도자로 온갖 어려움 속에 여기까지 주님의 도움으로 살아왔습니다. 아직 기다립니다. 죽음이 오는 시간 저를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신 주님 품에 두 팔 벌려 안기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다립니다.

3)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를 알리고, 전합니다. 하느님 아버지는 영광의 임금이시고 만군의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리고, 모든 영광은 주님의 것임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도록 명하신 주님의 말씀과 약속을 믿으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4) 오늘 저녁 부활초를 어둠 속에서 축성하고 불을 붙이고 만천하에 “그리스도 우리의 광명”이라고 외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감사합니다.”하는 응답과 함께 어둠이 가시고 새롭게 비치는 희망찬 부활 밤을 기다립니다. 주님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심을 만천하에 전하고 희망이 없는 곳에 참 희망이 있음을 전하는 참 신앙인 되도록 기다리며 기도합니다.

5) 모두 기쁘고 즐거운 부활을 맞이하여 행복한 믿음의 삶을 살도록 다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