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의 일치는 함께 있는 것이다. <요한 17, 11-18>

미사의 은총은 하느님의 자비와 일치와 생명 속에 사는 것이라고 하면서 일치를 일반적으로 영성체 때 받은 은총으로 생각하고 말합니다. 너와 나의 일치는 진정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미사 전례 안의 대화 기회는 말씀의 전례 중 하느님의 말씀과 듣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말씀 안에서 진, 선, 미이신 주님의 참모습을 보고, 모든 창조의 본질이시고 근본이신 하느님의 참모습을 알고 깨닫게 됩니다. 주님은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으로 세상에 오시어 참 진리의 선포자, 참 선의 실천자, 참 아름다움을 보여주신 분으로 그 이름에 합당한 뜻이 전해지고 따르게 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배를 타고 험한 세상을 항해하는 여정에 있습니다. 배의 환경이 나쁘다고 배에서 뛰어내리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습니다. 이 배는 어떤 풍파가 닥쳐와도 침몰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지옥문이 쳐서 이기지 못한다고 하셨고, 세상 끝날까지 지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있는 곳은 시작부터 박해가 있었고, 수많은 순교자의 피로 다져진 교회입니다. 누가 잘못하고, 교회가 잘못한 것처럼 보이니 교회를 떠나는 것을 합리화하려고 하지만 배에서 내리면 아무런 방어도 없이 물속에 빠지게 됩니다.

수도원이 시대적 요구에 따르지 못하거나 공동체가 부족하게 보여도 이 길이 아니면 진, 선, 미의 하느님 아버지께로 갈 수 없으니 밖에 나가서 투쟁할 것이 아니라, 안에서 투쟁하여 우리의 삶을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삶으로 이끌어가야 합니다. 나라가 혼란하고 힘들다고 나라를 떠나는 기업이나 돈이 있는 사람들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없고 일치의 방해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세상에 피와 물을 주시고 목숨까지 내주셨습니다. 로마에 바오로 사도와 베드로 사도의 순교로 가톨릭교회가 세워졌고 그들의 피 흘림으로 교회는 견고해졌습니다. 지금도 피 흘려 신앙을 지키고 한목숨 다하도록 싸워 이기지 않으면 그 많은 사람의 구원이 막연하게 됩니다.

중세기 혼란한 교회 밖으로 나가 싸운 사람과 안에서 싸운 사람과 비교하면, 안에서 지속해서 피와 땀을 흘려 목숨까지 바쳐가며 떠나는 것이 아니라 개선의 기를 높이 든 사람들의 희생으로 여기까지 교회가 왔습니다. 우리도 비록 힘이 없다 해도 순교 정신으로 교회를 지키며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일치하여 손에 손을 잡고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기도하며,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살도록 기도합니다.

나는 60년을 이곳에 살면서 “떠나서 더 좋은 세상에 행복하게 살아야지”하고 떠나려고 하면 주님은 “이 어려운 세상에 내가 와서 십자기에 죽음까지 당하였듯이 너도 함께 죽기까지 가자”하는 주님의 소리를 듣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기 있습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주님의 말씀과 그 뜻을 알아듣고 따르게 하신 주님의 뜻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