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되게 하소서 <요한 17, 20-26>

사람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한쪽으로 넘어지게 되는 것은 몸이 하나의 중심을 잃고 분열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라도 두 쪽이 되어 서로 싸우면 나가야 할 길을 가지 못하고 분열로 인해 멸망합니다. 내가 사람으로 생명을 누리고 살게 된 것은 시작부터 꽃이 암술과 수술이 하나 되어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 한 생명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며 사람의 도리를 알고 지켜나갑니다. 이같이 일치는 우리 삶의 본질적 요소입니다.

너와 내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가정, 교회, 나라를 형성합니다. 불일치는 생명의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합니다. 그런데 일치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하나가 되는 길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늘 요한복음에 제일 중요한 구절 17, 20-26. 이 구절이야말로 복음 중의 복음이며 하나가 되지 못한 상태는 가장 비 복음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 되는 길은 너무나 어려워서 일방적 명령이나 의무감으로는 부족하여 주님은 새로운 계명 “서로 사랑하라”는 명령을 지시하시면서 간절한 기도로 하나 되기를 소망하셨습니다. 주님과의 일치는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그들 안에 있고 저도 그들 안에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려면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주님이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것이라고 하심으로써 성부, 성자, 성령이 하나이신 것같이 하느님 아버지 안에 하나가 되는 것이 구원의 완성입니다.

기도와 같이 우리가 협력해야 할 우리의 근본적 자세는 내 것은 없고 네 것만 인정해야 합니다. 나를 앞세우고 자기 존재만 인정받으려면 일치는 불가능합니다. 민주주의 대원칙은 다수에 의해 내 생각, 바람은 없고 결정에 따라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내가 하나 되고 민족이 하나 되어야 나라가 나라답게 됩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자기주장만 하면 하나 되지 못합니다.

주님이 원수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심은 인간적 방법으로 일치가 불가능하니 기도 즉, 우리를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힘으로 가능함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면서 간청하는 것입니다.

진실로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 앞에 무엇을 가지고 자랑하고 내세우고 자기주장을 말할 수 있습니까? 시간 안에 무엇을 했다고 주님 앞에 말할 수 있습니까? 영원이란 것에 시간은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공간을 차지하고 무엇인가 했다고 보아도 모래 위에 지은 집같이 파도가 지나가면 평평해집니다. 가꾸고 중하게 여긴 몸, 죽으면 하나의 먼지처럼 사라져 버립니다.

오로지 영원히 자비로우시고, 하나이시고, 생명을 가지신 하느님 안에 주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 되는 것이 우리의 참 구원이심을 굳게 믿고 자기를 버리고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면 하나 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