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위임장 <요한 21, 15-19>

주님은 베드로 사도에게 위임장을 주시며 목자는 사랑이 최고라고 하시고 세 번씩이나 다짐하셨습니다. 착한 목자이거나 하느님의 뜻을 자신이 있는 곳에서 실천하는 사람은 주님께 무엇을 받고 파견되는가를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사제가 품을 받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수이며, 성령 충만의 은총입니다. 그것은 주님도 알고 받는 이도 알아야 하는 사랑의 위임장입니다. 사목 자가 알아야 할 일은 자기에게 맡겨진 양들을 사랑으로 감싸고, 사랑의 장으로 부르고,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위임장을 받은 사람의 참삶은 첫째도 사랑이고, 둘째도 사랑이고, 셋째도 사랑입니다. 사랑이란 말의 그 본질적 의미는 너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자기 목숨까지 내놓는 행위입니다. 사랑은 그저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고통까지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상대하는 양은 여러 가지 형태나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지한 사람, 유약한 사람, 병든 사람, 고집쟁이. 주님도 세상에 오셔서 여러 종류의 사람과 상대하시고 배신자까지 만났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선포하는 사람이어야지 심판자가 되어서는 사랑의 사명을 망치게 됩니다. 어느 날 미사 때 어떤 부인이 자기 아이를 울리고 성당을 시끄럽게 해서 “분심”이란 이유로 부인을 야단치고 나가라고 소리 지른 일로 냉담자를 만들었습니다. 40년이 지난 오늘까지 반성하면서 가는 곳마다 유아실을 만들고, 사랑의 목자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병을 찾아 치료에 전념하듯이 사목 자는 잘못된 것을 찾아 겸손하고 부드럽게 고쳐나가는 사랑의 위임장입니다.

바티칸 공의회 후 “모든 사목 자와 함께 믿는 이는 평신도가 되어라”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 운영도 사제 혼자 하지 않고 신자들과 함께하면서 “평신도 사도직”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사실 사랑을 전해주신 주님은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보편적 의무입니다. 나는 너의 목자이며, 나는 너의 의사가 되어 병든 곳을 치유해주어야 합니다.

사목 자만 목자의 사명을 지닌 것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사랑의 위임장을 받고 살고 있으며, 그렇게 살도록 저는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