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곳을 잃어버린 사람 <마태 10, 1-7>

누구나 길을 떠날 때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고 떠나지만, 길 잃은 사람은 갈 곳을 찾지 못하여 길거리에서 헤매고 목적지와는 반대의 길을 가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저는 1948년 원산에서 남쪽을 향해 오는 길에 철원까지 기차를 타고 와서, 걸어서 동두천까지 가야 했습니다. 연천에서 한 정거장을 60리를 돌아서 산골짜기로 가야 하는데 안내자가 필요했습니다. 도중에 아버지는 길을 잘 아셔서 우리를 먼저 보내고, 볼일을 보고 뒤따라오시기로 했는데 오시지 않아 13살 장남인 내가 아버지를 찾아가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철원에서 금강산 쪽으로 가는 길과 연천 쪽을 가는 길이 갈라져 있는데 한참 금강산 쪽으로 가다가 길을 잃어 고아가 될 뻔했습니다. 그래도 하느님의 도움으로 “그 길이 아니다.” 하시는 사람의 말을 듣고 뒤돌아 연천 가는 길을 찾아 많은 고생은 했지만 밤새 걸어 임진강을 넘어 동두천에 도착했습니다. 목적지도 잃고, 길도 잃고, 가족도 잃었으면 지금 나의 운명은 ???

나는 추수 일꾼이며, 양을 돌보아야 하는 일꾼이며, 잃어버린 양을 찾아가야 할 길을 목적지에 길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오늘 주님은 사도들에게 잃은 양을 찾아 나서라고 하십니다. 이 명령은 500만 신자 중에 400만 명이 길을 잃고 가야 할 곳, 찾아야 할 곳을 찾지 않고 고통의 길을 헤매는 사람을 찾아 나서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하느님을 알려주고 하느님께로 인도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길을 가다가 길 잃은 사람은 찾아 나서야 하고 이끌고 와야 해서 더 큰 노력이 따라야 합니다. 상담자 대부분이 자녀들의 신앙생활을 걱정합니다. “내 힘으로 안 됩니다.” 사실 10명 세례 주고 8명이 올바른 믿음의 삶을 떠나 산다면 심각한 고민입니다.

제 귀에는 항상 “내 잃은 양을 찾아오너라.” 하시지만 이제 사목 자로서는 은퇴하고 여기 수도원에 살면서, 허락받고 외출하고 들어와서 보고하는 이 삶은 잃은 양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병원이나 외출하는 경우 잃은 양을 만나면 드물게 길을 찾아주는 일을 하게 됩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은 면담자 중에 길을 잃고 가야 할 곳을 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바른길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주님을 찾아 얻는 길이 생명의 길이며 참 행복의 길인 것을 알려주는 일을 기쁜 마음으로 이 생명 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면 한 사람 모시고 두 시간, 세 시간, 하루도 걸려서 듣고, 말하고, 길을 찾아주는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삶의 굴곡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 수도원에 오시어 피정과 기도를 통해 잃은 길을 찾으시길. 혼자서 못 찾으면 찾아주기도 합니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하느님을 잃은 사람이며 하느님을 찾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모두 행복한 시간과 날을 보내시게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