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고 푸는 삶 <마태오 18, 15-20>

살면서 인연을 맺어야 할 때도 있고 인연을 풀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맺고 푸는 것은 잘못 생각하면 권력이나 힘 있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는 보편적 원리가 적용됩니다. 악연은 풀고 선한 인연은 맺어야 합니다. 이렇게 살려면 시편 88에 “사랑과 진실은 당신의 길잡이외다.” 하신 것같이 인연을 맺고 푸는 것은 지혜롭게 사랑과 진실을 따라 판단하고 서로의 관계를 이어가야 합니다.

일에도 풀고 매는 일이 있습니다. 엉킨 실을 정리하려면 우선 풀고, 푼 것을 또 다른 타래에 정리해야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와 원수의 관계가 되면 조용히 푸는 시간이 필요하고 다 풀면 정리하여 다음은 엉키지 않도록 뒷정리를 잘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 “너희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 실타래가 엉키면 푸는 방법은 혼자나 둘이서 공동체에 호소하여 풀라고 하시고 안 되면 둘이서 함께 손잡고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다음 맺고 푸는 것은 지혜롭게 하라고 하십니다. 국내 사정이나 국제 사정이나 모두가 이 원칙을 배우고 익혀서 적용하면 가능한 것을 서로 자기 틀 안에 들어오라고 하고 틀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더 큰 원수가 되어 악마의 도구인 싸움의 도구가 됩니다.

악마의 소리는 “싸워라, 투쟁하라, 망가트려라” 삶이 아니라 죽음의 길입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콜베 성인은 사랑과 진실의 관점에서 상대방의 생명을 살리는 방법으로 풀고, 자기의 생명을 내줌으로써 맺음을 잘하셨기에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화해와 사랑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도 이런 경우를 만나게 됩니다. 풀어야 할 사람과 맺어야 할 사람을 만나게 될 때 언제나 지혜로운 마음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기도가 우선이고 다음은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원칙은 내가 손해 보고 상대가 이익이 되어야 합니다.

요사이 우리 민족 간에 일어나는 일, 국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깊이 살펴보면 풀고 맺는 지혜가 부족한지 아니면 알고도 상대를 죽이려고만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방법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한풀이식 해결이 문제를 더 키우고 넘어서는 안 되는 강을 넘어 함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립니다. 먼저 풀어야 할 일을 풀지 않고 옭매려 하기에 “네 탓이다”만 반복합니다. 풀기 위하여 가난한 마음,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풀고 맺는 것은 오로지 각자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하십니다. 옆에서는 싸움을 부추기지 말고 말려야 합니다. 옛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 하였습니다.

모두가 진실과 사랑으로 풀고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