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만이 답이 아니다. <루카 12, 49-53>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기 위해 40년의 광야 생활이 있었던 것은 민족이 예전의 나쁜 습성을 버리고 순수한 새로운 민족으로 태어나기 위함이었습니다. 모세까지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지금 아무리 우리에게 통일이 필요하고 갈망하더라도 이런 상태로는 아직도 불가능합니다. 서로 이질적 관계가 정화되고 일치의 요인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한 평화통일은 아직 이릅니다.

오늘 주님은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려고 왔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오늘 우리 현실에 참으로 맞는 말씀이고 받아 실천해야 할 말씀입니다.

양쪽이 불로 정화되지 않으면 일치는 불가능합니다. 서로가 가난한 마음이 없으면 일치는 흡수 통일이 되어 서로 바라지 않는 세상이 됩니다. 나라뿐 아니라 가정도 참 일치를 이루고 자유와 평화로 기쁘게 살려면 너와 나 저들과 우리들이 서로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불의 세례를 받아야 합니다. 각자 생각이 다르고 이기적 야심을 가지고 살면 일치가 답이 아닙니다. 서로 따로 떨어져 자기반성과 가난한 마음이 요구됩니다. 국제 사회도 내가 세상의 최고가 되어 내 말에 따라야 한다고 자기 나라의 힘만 믿고 주장한다면 하느님은 계속 불을 지르고 진실과 사랑으로 살도록 이끄십니다. 모두가 일치를 부르짖고 바라고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치는 답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주님은 세상을 불로 망치고 분열로 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깨끗하지 못한 일치의 장해를 제거하고 일치의 길을 가도록 하시는 것입니다. 쇠 두 쪽을 붙이려면 불로 양쪽을 달구고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붙일 수 있어야 든든하게 하나로 일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부가 혼인성사를 통해 서로 사랑을 약속하고 한 몸으로 살 것을 서약하지만 이혼하는 가정이 많아지는 것은 참사랑으로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이 서로 없기 때문입니다.

“함께 살려고 결혼했지만 이제 함께 살 수 없습니다.” 하고 상담을 하다 보면 시작부터 일치의 준비 부족도 있지만, 서로의 이기심을 버리지 않고 참고 살다 보니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서 별거, 이혼의 길을 가게 됩니다. 그 탓은 내게만 있지 않고 상대에게도 있습니다. 부부의 사랑은 서로 목숨을 내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사랑이 너와 나 사이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행복한 일치의 삶을 살지 못합니다. 이같이 하나가 되려는 사람이나 통일을 갈망하는 사람이나 모두가 불로 정화되지 않고는 일치는 불가능하고 하나가 된 것 같아도 하나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핵으로 일치할 수 없고 경제력으로 일치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가난한 마음만이 일치할 수 있습니다.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기도와 실천이 따라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