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 십자가 <루카 14, 25-33>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생명을 지니고 사는 한 십자가에 눌려 살아야 합니다. 이 십자가를 벗어버리고 살려고 하면 할수록 십자가는 더 무겁고 고통에 고통이 가해집니다. 이솝 이야기에 당나귀가 소금을 지고 가다 강가에서 넘어진 후 소금이 녹아 가벼워지니 다음도 그렇게 해서 가볍게 길을 가게 되었는데 이를 알아차린 주인이 다음은 솜을 잔뜩 싣고 가다 물에 일부러 넘어진 당나귀는 물을 머금은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느라 고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기가 당한 고통을 벗어나려고 하면 점점 더 심한 올가미에 엉키게 됩니다. 그래서 주님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하셨습니다.

제가 40이 조금 지난 때 본당신부를 그만두고 학교 선생으로 재직 중 하루는 금요일 수업을 6시간 하고 나니 배는 고프고 짜증도 나고 하여 이 고통을 벗어보려고 장상에게 도저히 이런 힘든 일을 할 수 없으니 본당으로 보내 달라고 청하는 편지를 쓰고 봉투에 봉해서 장상의 편지함에 넣고 성당에 가서 마침 금요일이라 십자가의 길을 하던 중 9처에서 묵상 중 주님이 저러시다가 길가에서 돌아가시면 우리의 구원이 무산된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소리가 나왔습니다. “주님 가시던 길, 일어나 끝까지 가셔야 합니다. 일어나 가세요.” 그런데 나는 주님 구원의 협력자로 이 작은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지하려고 하는 자신을 깨닫고 기도를 중지하고 달려가 편지함의 편지를 찢어 버리고 기도를 계속하면서 3년의 기간을 마쳤습니다.

십자가에 돌아가신 주님을 따라 제자가 되려는 사람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때 주님 십자가의 영광과 구원의 역사가 우리와 함께 완성되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려는 사람은 가난해져야 합니다.

어렵고 힘들고 하기 싫은 일 가운데 구원이 있습니다. 상담 중 “신부님 말씀은 바른 말씀이지만 따르려 하면 어렵습니다. 더욱 부담됩니다. 내가 짊어진 십자가를 벗어 놓으려고 하는데 신부님은 지고 가라는 말씀이 너무나 부담됩니다.”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면 왜 하느님을 믿습니까?” “기도하여 내 뜻대로 해결해 달라고 청하는 마음에서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자기를 떠나야 참믿음이 되는데 그렇지 못하면 믿는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사랑을 만들어 내기 위함입니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하느님 자비의 은총을 받지 못합니다. 사랑이 없으면 완성하지 못합니다.

지금 순교 성월입니다. 믿음을 통해서 사랑으로 완성되어야 순교의 은총을 누리게 됩니다. 순교 정신으로 많은 장애를 극복하고, 주님의 참 제자로 살고, 나의 희생 없이 구원은 불가능함을 깨닫고, 기도함으로써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