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자기 편에서만 보지 말자 <루카 20, 27-38>

우리는 편견과 차별 속에 살고 있습니다. 내가 본 것이 참이라 하고, 상대방에서 본 것은 참이 아니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하여 사회적 갈등을 일으킵니다.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는 세상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거나 자기편에서 보는 것이 참 진리라 생각하고 질문을 던졌지만, 양쪽을 아시는 주님은 사람의 하느님으로 즉, 죽음과 생명을 아시는 분으로 저승의 삶은 이승과 다르다고 하시며 하느님 앞에는 죽음과 삶이 없으며 모두가 살아있는 상태로 하느님과 관계 맺고 있다고 하십니다.

양쪽을 모르니 자연 이쪽에서 보는 것, 저쪽에서 보는 것이 서로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판단합니다. 지구는 밤과 낮이 있듯이 한 목표물을 두고 사방에서 동서남북으로 보게 되니 같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서로 참 진리에 도착하기 위하여 장님 코끼리 만지며 판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시고 아시는 분은 하느님 말고 없습니다. 교황님이나 전체를 다스리는 사람도 사람은 한쪽만 보고 판단합니다. 아니면 내 편에 있는 사람 말만 듣고 판단하게 됩니다.

“나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사람들의 하느님이다.” “산 사람의 하느님이시다.” 저는 이 말씀을 듣고 죽어서 저 너머에 다시 살아나 현존하는 세상에 대한 더 분명히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여기 살고 있으면서 그 세상의 삶을 다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다 안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우리는 내일의 일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내일을 말로 예약할 수 있지만, 말이 그대로 현실화됨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시작은 반이다. 반에 이르면 시작할 때 기대보다 더 실망한다.” 이상을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애쓰지만, 이상의 실현이 멀어져 가면 실망합니다. 이상과 현실은 큰 괴리감이 있습니다.

저는 ‘어떤 사제로 살까?’ 높은 이상이 있었지만 이제 마무리 단계에서 나를 보면 이상과 너무나 떨어진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내가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삶을 온전한 뜻으로 전해야겠다고 했는데 판단 실수, 실행의 용기가 없어서 지금의 현실은 시작만도 못합니다. 이유는 한쪽에서만 보고 판단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네 생각과 내 생각이 달라 생긴 현실을 일치하려면 거부하고 버릴 것이 아니라, 일치의 도를 깊이 깨닫고 참사랑의 실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의 구현 사제들과 판단의 방향이 다르면 그 반대하는 사람은 서로 무릎을 맞대고 사랑과 진실로 대화를 나눔으로써 일치의 길을 찾지 않고 비방과 저주, 단절을 말하면 일치의 근본이신 하느님의 뜻이 아닙니다.

“물러가라” 아니고 “약속대로 잘해주세요” 하는 것이 바른 소리이고 서로 다른 삶을 같은 삶으로 살게 되며 더 좋은 세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만나고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가 됩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기도가 실현되려면 서로 다른 생각을 걷고 자기 생각으로 끌어들이려 하지 말고,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삶을 살면 이것이 서로 사랑하는 새로운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만 알고 너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대치와 결별의 삶이 아니라 일치와 함께 가는 삶을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