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어디 계십니까? <성 토요일>

캄캄한 무덤에서 부활의 날 기다리십니까?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셨는데 볼 수 있을까요? 어제저녁부터 우리는 깊은 침묵 속에 잃어버린 주님을 찾아 밤새도록 헤맸으나 제대에도 계시지 않고, 감실에도 계시지 않고, 무덤은 돌로 막혀있고, 인공위성 타고 별나라에 가셨나? 저 높은 하늘에서 우리를 내려 보고 계신가요?

분명 시간 안에 우리와 함께 사시려고 오셨는데 어디 가셨나?

“아니다. 나는 아니 없는 곳이 없다. 시간 안에도 시간 밖 영원 안에도 유한과 무한한 존재로 어디나 있다. 천지가 창조되기 전에는 무한과 영원 안에만 있었지만, 우주 만물을 창조한 다음 여기도 저기도 현존한다. 어디서 나를 찾는가? 어디나 있는 나는 내가 찾기만 하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아니 너를 기다리는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잠깐 사이 나를 보지 못하겠지만 잠깐 사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사도신경에 “‘묻히셨다가 저승에 가셔서’ 하였는데 저승은 어디입니까? 천국입니까? 연옥입니까? 지옥입니까?” “아니다. 구원의 사업을 마치고 바로 아버지 집 앞에 나가 세상에서 겪은 일, 한 일, 마친 일을 보고하러 갔지.” “참으로 신비스럽습니다. 시간과 영원을 넘나드시는 주님! 우리에게도 이런 은총이 있습니까?” “바로 죽음이다. 죽은 사람이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하신 것같이 믿고 있는 것이 모든 이에게 이루어질 것이다.” 주님 주님의 십자가상 죽음이 우리에게 이렇게 큰 은총을 주심에 감사와 찬미 드립니다.

저는 오늘 주님이 돌아가셔서 사라지시거나 무덤에서 3일을 기다리시는 것이 아니라, 유한과 무한을 넘나들고 시간과 영원을 초월하여 여기 지금도 찾기만 하면 현존하셔서 나를 사랑하시며 나와 함께 계심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것이 증명되기 위해 죽음과 부활을 보여주시려고 예수 부활축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밤까지. 죽기 전 주님은 2000년 전으로 가야 하고 정한 장소, 정한 시간으로 한정되었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내가 찾는 곳에서 웃으면서 우리를 맞아주십니다. 비록 시간 안에 부활 미사에 참례 못 하지만, 부활하신 주님을 어디서나 만나고, 서로 사랑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부활을 함께 축하합시다. 부활하신 주님은 당신 곁에 살아계십니다. 온 세상이 봄의 향기 속에 새 생명이 솟아 나오는 계절 부활을 만끽하시기를 기도하고 축하합니다.

부활의 참 기쁨이 무엇이지 전해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