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안에 있는 것은 하느님 것이다. <루카 12, 13-21> 10월 19일

세상의 물질이 내 것이면 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지만 내 것이 아니어서 공정과 정의로 처리되어야 합니다. 우선 세상에 영원히 내 것은 없고 우리는 하느님의 것을 사용할 뿐입니다. 빌려 쓰고, 돌려드리는 것을 자기 것이라고 독점하려고 하면 부조리와 불공정이 일어납니다.

“여기가 나의 영원한 고향이 아니고 더 다른 나라에 가기 때문이다.” 그 나라에 가면 모든 것이 공영이고 내 것이라 하지 않고 우리 것이라고 합니다. 필요한 대로 쓰고 그 자리에 가져다 놓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세상은 불의와 불공정으로 싸우고, 비난하고,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라면 서로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에서도 비슷한 모형이 있다면 수도 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수도원의 모든 것은 내 것이라 말하지 않고 우리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수도원 안에도 어떤 차별이 생기기도 합니다.

수도원에 상담실이 4개 있는데, 며칠 전 상담자가 있어 문간에 나가니 늘 사용하던 방은 아빠스님이 사용해서 다음 방으로 가서 2시간 가까이 상담하고 서로 심각한 말을 주고받는데 “똑똑” 하여 대답했더니 다른 방으로 가라고 하면서 다른 신부님이 이 방을 좋아한다며 이 방에서 상담하시니 비켜달라고 하여 원칙에 맞지 않지만, 우선 아무 말 하지 않고 비워주었습니다. 나는 상담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말이었지만 분위기가 깨져 이어지지 않아서 다음날 주일이라도 계속해야 했기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나오다 생각하니 여기는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아서 속앓이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다른 사람이 필요해서 사용하는 것 빼앗기는 일은 허다합니다.

왜 이런 부조리, 부정의와 불공정한 세상이 될까요? 각자 이기심이나 욕심 때문입니다. 유산 때문에 사랑해야 할 형제가 원수가 됩니다. 힘 있는 사람, 욕심이 많은 사람이 고집스럽게 자기 것으로만 하려고 할 때 정의의 칼이 있어야 하지만 주님은 오늘 비유로 “그것은 네 것이 아니다.” 자기 밭에서 자기 노력으로 곡식을 많이 수확하고 혼자서 쉬고, 먹고, 즐기고자 했지만,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라고 말씀하시며 “내 것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하느님의 것이다.” 하십니다.

누구나 자기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 생명은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그 안에 살게 하셔서 숨 쉬고, 태양의 힘을 받고 땅에서 나는 음식과 물을 먹고 마시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니 생명도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입니다. 죽음이란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것이니 우리는 순종하는 마음으로 평화와 기쁨을 가져야 합니다. 성 바오로 교황님처럼 죽음의 순간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하고 운명하심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우리도 언제나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에게 돌려드리며 살 때 공정하고 정의롭게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누고, 내주고, 함께 하는 사람은 바로 하느님의 사람으로 사는 것입니다.

부정과 불의가 없는 나라가 되어 자유, 평화, 기쁨을 누리며 사는 나라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