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깨어 기다리는가? <루카 12, 35-38> 10월 20일

우리는 어떻게 보면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무엇을, 누구를 기다립니까? 오늘 주님은 “등불을 켜 놓고 주인을 기다리는 종은 행복하다.” 하십니다. 파수꾼은 아침을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 수 있지만, 짧은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사람 만나고, 얻고자 하는 것도 얻고, 되고자 하는 사람도 됩니다. 어제 아들 시험을 치고 자격증을 기다린다고 기도 부탁을 받았습니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주인의 그 모습을 보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을 기다리며 새벽 4시에 일어납니다. 지구가 스스로 돌아서 태양을 만나 아침을 만나게 된 저는 또 하루 감사와 축복의 날이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은 지남철같이 이끌리는 힘이기도 합니다. 길 떠난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사랑은 안전하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크게 성공하여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기다림을 묵상하니 작은아들의 비유 속에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자비로운 아버지 하느님이 생각납니다. 모든 것을 받아 객지로 나가 온갖 죄를 다 짓고, 재산을 낭비하고, 거지가 되어 돌아온 아들을 매일 기다리던 자비로운 아버지 하느님을 생각하니 나 비록 죄 많고 보잘것없어도 자비로운 하느님이 행복하게 영원히 살 집을 마련하고 기다리시는 것을 생각하니 감사와 찬미의 삶을 사는 것 참으로 행복합니다.

태양은 지구 곳곳을 비추며 생명의 힘을 보내고, 지구가 돌면서 태양을 찾아가듯이 하느님을 만나려고 하느님을 찾아 나서서 만나게 되는 삶은 행복이라고 합니다.

수도자의 생활은 아침 일찍 일어나 나를 기다리는 주님을 만나러 성당에 가서 주님을 기다리고, 깊은 침묵 속에 가슴 두근거리며 주님을 만나 “내 입술이 주님을 찬미하나이다.” 하며 시작하는 기도로 하루의 시작부터 행복해집니다.

신자 생활도 어디나 계신 주님을 기다리며 만나야 합니다. 아니, 깨서 기도해야 합니다. 일어나자마자 먹을 것 찾고, 마실 것 찾기 전 새날 새 아침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드리고, 그 귀한 시간을 빛 속에 지내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입니까? 그런데 기다림도 없고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다면 외롭고 쓸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깨어서 항상 기다리는 삶이란 바로 주님을 만나서 기도와 일이 서로 어울려 사는 삶입니다. 그런 삶은 기도 속에 일이 있고, 일 속에 기도가 살아있게 됩니다. 기도는 없고 일만 있는 사람은 하느님을 만나 빛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 사는 삶입니다.

주님을 기다려서 만남은 밤낮으로 마음속에 그리움과 사랑을 지니고 사는 삶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주님과 사랑이 넘치는 대화 즉 기도의 삶입니다. 기도는 무엇이 필요해서 청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만남 그 자체가 중요하여 주님과 하나 되는 것입니다. 서로 대화가 없으면 사랑이 없는 것이며 사랑이 없는 만남은 죽음입니다.

앉으나 서나 주님 생각으로 가득한 삶을 살면 주님을 만나서 행복한 종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