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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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사순3주일(가해)-생명수가 되자!: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1 00:15: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344   
사순 제3주일(가해) 강론(2002. 3. 3)

"생명수가 되자!"
제1독서: 출애 17,3-7
제2독서: 로마 5,1-2.5-8
복 음: 요한 4,5-42


오늘 사순 제3주일 전례는 물에 관한 주제로 특징지어집니다. 제1독서는 사막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갈증과 물의 기적에 대해서, 그리고 복음은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의 대화를 통해 참된 물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물 없이 살 수 없습니다. 물은 생명의 본질적 요소임과 동시에 모든 더러움을 씻는 정화의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만일 물이 없다면, 모든 생명은 갈증으로 죽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아마도 물 부족을 피부로 체험하지 않기에 물의 귀함과 고마움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물을 중심으로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에 대해서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1. 목마른 인간: "그 물을 주십시오"(요한 4,15)

오늘 제1독서와 복음에서 우리는 하느님께 물을 청하는 목마른 인간을 볼 수 있습니다. 이집트로부터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타오르는 갈증을 느껴 마침내 불평을 시작하게 됩니다.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데려 내 왔느냐?"(출애 17,3). 이에 하느님께서는 바위에서 샘솟는 물의 기적을 통해 이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십니다. 복음의 사마리아 여인 역시 예수께 "그 물을 주십시오"(요한 4,15)라고 청합니다. 하지만, 이 두 주체가 느낀 갈증의 종류와 그들이 청한 물의 성격은 다릅니다. 먼저 이스라엘 백성이 느낀 갈증은 육적인 갈증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청한 물 역시 육적인 물 곧 '자연수'였습니다. 반면 사마리아 여인의 경우는 영적인 갈증이었고, 그녀가 청한 물은 영적인 물 곧 '생명수'였습니다. 소위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 이스라엘과 이방인 사마리아 여인이 느낀 갈증과 그들이 청한 물은 이렇듯 큰 차이를 보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갈증과 청하는 물의 성격이 어떠한 것인지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영적인 것입니다. 영적인 물을 통해 우리는 영적 활력과 생명을 얻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도 사마리아 여인과 같이 영적인 물, 생명수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당신 아드님을 통해 우리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셨습니다. 예수께서 우리 죄인을 위해 죽으심으로써 이러한 해갈이 이루어 진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물이 솟아오른 바위는 바로 그리스도를 예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에게서 생명을 주는 물이 나옵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분은 생명의 샘, 생명의 원천이십니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샘이 되고 거기서 물이 솟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입니다"(요한 4,14b). 그리스도에게서 나오는 물은 우리 영적 갈증을 해소시켜 생명력을 부여하고, 아울러 우리 더러움을 씻어 줄 것입니다.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의 대화 주제는 이제 예배의 장소로 이어집니다. 예배 장소에 관한 문제는 유대인들과 사마리아인들이 대립되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예수와 더불어 이제 이 논쟁은 무의미해 집니다. 하느님께 대한 예배는 이제 더 이상 장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예수께서는 '영적인 예배'를 강조하십니다. "하느님은 영이십니다. 그러니 그분을 예배하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해야 합니다"(요한 4,24). 예수를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 곧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예배는 이제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지게 됩니다. 생명의 샘인 그리스도는 이제 하느님과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가 됩니다.


2. 목마른 하느님: "마실 물 좀 주시오"(요한 4,7)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먼저 예수께서 갈증을 느껴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십니다. 목마른 주님께서 인간에게 "마실 물 좀 주시오"(요한 4,7)라고 하십니다. 그 다음 사마리아 여인의 깨달음이 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역할이 바뀌어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께 물을 청하게 됩니다. 여기서 예수께서 먼저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신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목마른 인간이 하느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인간을 '목말라'하시며 당신을 받아주기를 요구하시는 듯 합니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역시 "목마르다"(루가 19,28)하시며 이러한 갈증을 표현하셨습니다. 과연 예수께서 느끼시는 갈증과 우리에게 청하시는 물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 갈증은 영적인 것으로 곧 우리의 회개와 정화, 영적인 예배일 것입니다. 따라서 회개와 정화, 영적인 예배를 통해 참된 물이 되어 그분의 갈증을 풀어드려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목마른 인간과 목마른 하느님간에 영적 해갈을 위한 '물'의 교환이 이루어짐을 볼 수 있습니다. 즉 하느님께서는 영적 갈증을 느끼는 우리에게 생명의 샘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적인 활력과 생명을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영적 예배와 정화로 하느님의 갈증을 해소해 드리는 것입니다.


3. 우리의 응답: 생명수가 되자!

우리 역시 물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더러움을 정화'하고, '세상에 생명을 부여'하며, 사람들의 '영적 갈증을 해소해주는' 물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오염되지 않은 맑고 깨끗한 물이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염되고 썩은 물이 아니라 생명수, 곧 생명을 주는 살아 있는 물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의 갈증을 풀어드리고 사람들이 마음놓고 우리를 마시게 될 것입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물을 돈주고 사먹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어디서나 마음놓고 물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물을 사먹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만큼 물이 오염되었다는 말입니다. 강들도 대부분 자정 기능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세상의 온갖 그릇된 가치들과 우리 자신의 악습들로 오염될 때, 하느님은 더욱 더 심한 갈증을 느끼실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도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고 멀리하게 될 것입니다. 오염된 우리에게서 어떤 도움도, 희망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수질 검사가 필요하듯 우리 역시 부단한 자기 성찰과 정화가 필요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탈출한 이집트는 고대 수도승 문학 안에서 흔히 욕정들이 머무는 인간 육체를 상징하였습니다. 따라서 이집트 탈출은 바로 욕정들로부터 해방을 뜻했습니다. 그리고 광야는 시험과 정화의 장소, 신앙만으로 건너갈 수 있는 땅을 나타냈습니다. 우리 인생은 어찌 보면 이집트를 탈출하여 사막을 거쳐 하느님의 도성 천상 예루살렘을 향한 영적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노예 살이 하던 이집트를 탈출하여 약속된 땅으로 들어가기까지 광야에서 오랜 기간 정화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하여 회개와 정화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신앙생활은 자기 자신과의 부단한 내적 투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전 삶을 통해 지속되는 이 싸움은 신앙을 전제로 합니다. 신앙이 없으면 도저히 메마르고 건조한 사막의 황량함을 견디어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이 희망은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나가게 하는 용기를 줍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늘 생명의 샘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영적인 물을 마십시다. 그리고 부단한 자기 성찰과 내적 투쟁으로 정화된 생명수가 되어 사람들이 우리를 마시고 영적 갈증을 해소하고 생기를 얻게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렇게 되면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은 생명수와 정화수가 샘솟는 샘터가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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