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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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4주일(다해)-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3 23:53: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992   
연중 제 4주일(다해) 강론(1998. 2. 1)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제 1독서: 예레 1,4-5.17-19
제 2독서: 1고린 12,31-13,13
복 음: 루가 4,21-30

요사이 우리에게 가장 낮익은 말 중 하나는 I.M.F일 것입니다. I.M.F는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적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나라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국제 통화 기금'의 약자입니다. 보통 최후의 수단으로 I.M.F의 지원을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자율이 엄청나며, 결국 국민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맡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나라는 I.M.F라는 비상체제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있게 될 대량 실업사대와 천정부지로 치닫는 물가, 기업체들의 도산,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 이 모든 것은 우리 가 떠맡게 된 커다란 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경제를 이 지경에 처하게 한 장본인들과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극에 달해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일각에선 "우리가 사람을 잘 못 보고 잘 못 뽑은 탓"이라는 자성의 소리도 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때입니다.

사물을 보는 눈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180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물을 제대로 보아야 올바른 판단과 선택이 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에 대해 오늘 복음을 중심으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은 당신 고향 나자렛에서 배척당하시는 예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분은 나자렛 회당에서 당신 자신의 예언적 사명을 천명하십니다. 회당에 있던 유대인들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그들은 예수의 말씀을 듣고 그분에 대해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온 은총의 말씀에 놀랍니다(루가 4,22참조). 그러나 후반부에 가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즉 예수의 말씀에 분통을 터뜨려 그분을 죽이려고 벼랑으로 데려갑니다(루가 4,28-29참조). 불과 몇분 사이에 이런 극단적 반응이 과연 가능할런지 모르겠습니다. 예수께 대한 찬양과 경탄이 순식간에 분노와 증오로 바뀝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에게 예수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한 방해물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예수에 대한 고정관념, 선입견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루가 4,22). 이것이 바로 그들의 눈을 가리운 방해물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는 보잘 것 없는 일개 목수의 아들에 불과하다는, 평범하고 비천한 가문 출신이라는 고정관념인 것입니다. 여기에 매여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예수의 참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루가 4,24). 바로 이런 고정관념, 선입견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일 내가 유대인들과 같은 처지에 있다면 나는 과연 그분을 제대로 알아 보았겠는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그들과 별 다를 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고정관념과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물을 볼 때 우리는 흔히 이미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을 놓쳐버립니다. 이는 사람을 보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혈연, 지연, 학연에 깊이 매여있습니다. 출신 지역이 어떻고, 집안과 학벌은 어떻고, 외모는 어떻고, 재산과 권력은 어느정도인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리고 늘 과거에 매여 있다보니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 나라를 망치게 한, 그리고 유대인들이 예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한 주범이었던 것입니다. 고정관념과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와질 때 사물을 제대로 보게 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우셨습니다. 그분은 과거보다 현재를 더 중요시하셨습니다. 따라서 그분 앞에는 영원한 의인도, 영원한 죄인도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이 변화 가능성을 믿을때 과거로부터, 또 인습과 관습으로 인한 고정관념으로부터 해방될 것입니다.

유대인들로 하여금 예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한 두 번째 걸림돌은 거침없이 말씀하시는 예수의 '쓴 말'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시돈 지방의 한 과부와 나병환자 나아만에게 일어난 일을 통해 이스라엘의 불신앙을 책망하시고 구원의 보편성을 선포하십니다(루가 4,25-27참조). 예수의 이 말씀이 그들의 비위를 몹시 상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시돈 지방의 과부와 나아만은 모두 이방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 이방인은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이스라엘 백성을 제치고 하느님의 자비를 입었으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자기 구미에 맞는 음식만을 골라먹는 편식가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양실조에 걸릴 수밖에 었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이 병을 고쳐주시려고 다른 음식, 즉 입에 쓴 음식을 주셨던 것입니다. 그분은 그들의 무딘 마음을 열고자 하셨습니다. 혈연과 지연, 율법과 인습에 얶메여 있던 그들의 왜곡된 눈을 뜨게 하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그들이 예수의 의도를 알았다면 그 음식을 받아먹고 영양을 섭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편식은 생각보다 심했습니다. 그들은 입에 단 말만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예수의 '쓴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분을 끌어내 죽이려 하였던 것입니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듯이 입에 '쓴 말'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입에 '단 말'은 먹기는 좋지만 결국은 우리 건강을 해칩니다. 입에 '단 말'만을 받아들이다 보면 마음의 눈이 멀어 사물을 제대로 보고 판단하지 못하게 됩니다. 많은 유대인들이 예수를 알아보고 그분을 믿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입에 '단 말'에 현혹되어 지금의 이 난국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고정관념'과 달콤한 말만을 받아들이려는 '편식'이 우리 마음의 눈을 가리우는 방해물들입니다.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와질때 비로소 사물을 제대로 보고 올바른 판단과 선택이 가능할 것입니다. 여기에 매여 있으면 우리 역시 유대인들처럼 예수를 메씨아로 알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그분의 '쓴 말'을 거부하려 할 것입니다.

입에 '쓴 말'. 이것은 또한 참된 예언자를 식별하는 표지이기도 합니다. 만일 타인의 구미에 맞는 말만을 한다면 그는 참된 예언자가 아닐 것입니다. 예언자는 사람들의 평가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그릇된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을 바른 길로 돌이키고 하느님께 방향을 전환시키려 합니다. 이것은 전적인 변화와 새로운 시작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의 말은 언제나 입에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배척과 박해를 받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께서는 참된 예언자이십니다. 그분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거침없이 입에 쓴 말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로부터 배척과 박해를 당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의 끝 부분에 는 이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한가운데를 지나서 떠나가셨다"(루가 4,30). 죽음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너무나 태연하고 당당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예수의 태도는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와 일치'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예례미아 예언자도 "내가 네 옆에 있어 도와 주리라"(예레 1,19ㄴ)는 하느님 말씀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예언에 따르는 박해는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와 일치 안에서만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사실 입에 '쓴 말'. 그 자체가 예언의 목적은 아닙니다. 예언은 우리를 위협하고 겁주려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용기를 주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랑이 전제되어야만 합니다. 만일 '쓴 말들'이 사랑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면 무의미할 것입니다. 그 말들은 희망과 용기를 주지 못하고 오히려 분열과 파괴를 초래할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울로는 사랑의 위대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모든 은사 중 가장 큰 은사이며, 사랑을 통한 증거야말로 가장 훌륭한 예언적 증거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를 따르는 우리는 예수의 예언적 사명에 동참해야 합니다. 우리 역시 이 시대에 예언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증거하여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예언적 소명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모든 고정관념과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와 져야 합니다. 그리고 남들의 비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의 눈을 떠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랑과 신앙을 키워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에 희망을 주는 예언자가 되어야 합니다. I.M.F 한파로 움츠러들고 삶의 의미와 희망을 잃게 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이 어려운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할 역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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