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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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29주일(가해): 박 안셀모 신부 07-10-14 00:00: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677   
- 연중 제 29주일 -
2002-10-20

미사를 시작 하면서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시오, 그러나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리시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자기 자신에게 얽매여 황제의 것도 내 것, 하느님의 것도 내 것, 내 것은 더욱 내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기도 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나와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 삶에로 옮아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면 이제는 자신에게서 좀 더 벗어나 훌훌 털어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느님께 자신을 되돌려 드리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모범은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지금 우리는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돌려 드린 예수님의 구원의 신비를 거행하려고 합니다. 잠시 침묵 가운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느님께 되돌려 드리고 있는지 반성합시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 안에 주님께서 들어오실 수 있도록 온전히 자신을 열어 보입시다.



강 론

저는 수도원의 성소 담당을 맡은 후로 예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은 만나고 있습니다.
수도생활을 하기 위해 수도원을 찾아오는 많은 젊은이들과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삶에 지쳐 위로 받고 싶은 사람들,
마음의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
내려야 할 결정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등을
면담이나 전화, E-mail을 통해 만나기도 합니다.

그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기도 하고 함께 괴로워하기도 하고, 또 함께 기도합니다.
저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낍니다.

그런데, 저는 삶에 지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가지 공통된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아파하는 많은 이들이 공통되게도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고, 사랑받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상처와 버림을 받았다고 느끼고,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시지 않으며,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을 받아주고 감싸주고,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소중한 사람으로 여겨 주길 바랍니다.

둘째로 자신이 처한 힘든 상황을 다른 사람이나 환경의 탓이라고 돌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는 착하게 살려고 했는데, 가만히 있는 나를 다른 이가 괴롭혔기 때문에, 혹은 주어진 현실이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습니다.

셋째로 지금 [주어진 고통스런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하는 경우 입니다.
모든 것이 싫고, 무의미 하며, 그래서 때로는 죽고 싶기도 하고 떠나 버리고 싶기도 하고 그러나 떠나자니 걸리는 것들이 많고, 맘만 아픈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합니다.

다음으로 [어떤 한 사람과의 힘든 관계를 하소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사람만 보면 주는 것 없이 밉고, 자꾸만 판단하고, 미워하고 잘못되길 바라기도 하고, 함께 사는 것 자체가 고역으로 느껴지는 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쉽게 용서하거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돈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상당히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 깊이 자리하는 욕심이 자신을 눈멀게 하는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처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괴로워하는 그 마음에 안타까운 생각이 가득 들곤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힘들어하는 많은 경우는 대게 ‘나만을 위하는 마음’이 아주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는 사랑 받아야하고, 나는 잘못이 없고, 현실이 나를 힘들게 하니 편안한 곳으로 떠나야 하고-떠난다고 진정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 내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사람, 좀더 갖고 싶어 하는 나의 욕심]

이런 [‘나’라는 것에 얽매여 있는 마음]이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듯합니다.

주어진 현실에서 오는 크고 작은 어려움과 상처들, 그리고 두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 듯한 자신의 모습들에서 이제는 좀 물러나 새로운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평화로움이 우리 삶 안에 자리하게 할 수는 없는 걸까요?


하느님의 사랑 받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만나게 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얽매여 있는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들은 동족들 안에서도 존경을 받고 하느님의 율법을 충실히 지키며 잘 살아 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자렛이라는 시골 출신의 한 사나이가 나타나 율법의 조항들을 어기며, 오히려 자신들을 ‘위선자들, 독사의 족속들’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신들을 인정하고, 받아주며,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 거룩한 삶을 우러러보고 존중해 주어도 알아줄까 말까 하는데, 오히려 비난하고 질책하는 예수님이 눈 안의 가시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 반동 세력이 없어야 자신의 기득권이 유지되고 백성들은 변함없이 자신들로 말미암아 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이해하기 힘들고 자신을 어렵게 하는 상황 가운데서 진정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려 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갇혀, 나에게는 어떤 잘못이 없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 나의 욕심을 가로 막는 사람은 없어져야 내가 편안히 살 수 있다고 여깁니다.

자신에게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타협할 수 없는 세력인 헤로데파 사람들 마저 이용합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온건주의자들이었기에 마지못해 주민세를 내면서, 자신들에게도 걸림돌이 되었던 주민세 문제를 가지고 예수님을 올가미에 씌워 없애 버리려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그들의 질문에 예수님께서 주민세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면 헤로데파 사람들 앞에서 로마 황제를 거역하는 것이 되고, 주민세를 내야한다고 하면, 민족을 배반하고 로마 황제를 신으로 섬기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실제로 유다와 열혈 당원들이 주민세를 강력히 거부했는데, 그 이유는 첫째, 하느님 홀로 이스라엘의 통치자라는 신앙 때문이었습니다. 로마 황제에게 주민세를 바치는 것은 황제를 통치자라고 인정하는 행위이므로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둘째, 주민세로 바치는 데나리온 은화에는 황제의 흉상과 대비의 좌상이 있고, 황제를 신격화 하는 “디베리우스 황제 카이사르, 지존한 신의 지존한 아들”이라는 각명이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데나리온은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계명과 유일신 신앙에 저촉되는 화폐였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로마의 세금 징수를 탐탁치 않게 여겨 열혈 당원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내고 있었습니다.
바리사이들의 질문은 예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출발하여 그들에게 명쾌한 답변하고 계십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시오. 그러나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리시오”
이 말씀은 다시 말해
“현실과 타협하여 이미 황제에게 세금을 내고 있는 여러분들은 자기 자신과 황제를 우상으로 섬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우상들에서 벗어나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자신을 되돌려 드리시오”라는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이 세상 모든 만물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의 주인이시며, 모든 것을 당신의 섭리대로 이끌어 주십니다. 황제 역시 하느님의 피조물이기에 하느님의 것입니다.

진정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넘어 자신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되돌려 드리는 것입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자신에게 얽매여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드리지 못하고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사람들이고 세례로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기에 온전히 하느님의 것입니다.
하느님의 것이기에 우린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되돌려 드려야 하고 하느님께 속한 사람다운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데도 우린 바리사이파 사람들처럼 하느님 보다는 내안에 내가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 제 1독서에서처럼 모든 것을 당신 섭리대로 이끄십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선물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현실은 나를 성장시켜 주는 발판입니다.
하느님의 위로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자각은 다른 형제자매를 위로하고 사랑하게 만들어 줍니다. 욕심은 또 다른 고통을 낳을 뿐입니다.

‘나 자신’을 황제의 자리에서 몰아내고 하느님을 주인으로 모셔야 할 것입니다.
황제에게는 주민세만 바치면 끝나지만, 하느님께는 마음과 정신과 생각을 다하여 사랑을 드려야 합니다.
자신에게만 만족하고 자신 안에 갇혀 지낼 때, 우리에게 고통은 계속됩니다. 우리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자신을 되돌려 드립시다.

그리고 그 되돌려 드림은 바로 하느님의 섭리와 전능을 믿고 고백하며, 그 분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나누는 사랑과 기쁨의 삶입니다.
사실 인간이기에 자신의 중심에서 자신의 것을 자신에게 돌리고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것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으시고, 하느님을 위해서 사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어 주셨고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고난을 감수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등 상황에서 항상 하느님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해결책이요, 참된 행복입니다. 그리고 우린 바로 이런 예수님의 삶을 본받고자 하는 제자들입니다.

어떤 이는 ‘그것을 이미 나도 잘 알고 있지만, 잘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이지 않는가?’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사랑을 알고 맛들이며 하느님과 함께 살기 위한 준비요, 여정이지 않습니까!

하루 하루 일상의 삶 가운데 자신만을 위한 마음을 조금씩 버려 나가고 하느님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 간다면 주님께서는 우리의 작고 약한 마음을 기꺼이 되돌려 받으실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 미사 가운데 “아버지 저는 당신의 것이 옵니다”라고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맘으로 고백하며, 하느님께 자신을 되돌려 드리기 위해 좀 더 열린 마음, 좀 더 사랑하는 마음, 좀 풍요로운 마음을 주시길 청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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