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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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7주일 강론(나해): 인 끌레멘스 신부 07-10-14 00:10:3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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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중 7주일입니다. 먼저 우리와 함께 주일 성찬례를 봉헌하는 대전 법동 성당 청년회와 대구 만촌 성당 주일학교 교사 형제자매들을 주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 수도 공동체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알게 모르게 여러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며 또 앞으로도 많은 상처를 입을 것입니다. 이 상처를 치유할 의사는 단 한분 예수 그리스도 한분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을 의지하고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확고한 믿음과 함께 기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저희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상처를 잘 아시는 의사이신 주님, 당신 성령의 능력으로 저희 상처를 치유시켜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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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 전 대구 지하철 방화 사고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다쳤으며, 또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많은 가족들이 지금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니, 구조대 네 명이 들것을 들고 천천히 지하철 입구에서 나오는데, 들것에 실린 시신이 아주 작아 보였습니다. 바로 어린 아이의 시신이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가슴을 제일 아프게 한 것은 바로 어린 아이들의 희생이 무척 켰던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조금 지나면 이 사건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왜”라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질문은 인간 사회 구조를 우리가 냉철히 보게 합니다. 불을 지른 한 사람과 얼굴 한번도 마주 친 적도 없는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어째서 희생되어야 하는가? 어째서 한 사람의 악한 행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또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도, 강대국의 몇몇 정부 당직자들의 결정이 힘없는 한 나라를 위험에 쳐해 있게 하고 그 나라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의 위협 속에 살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죽음의 구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렇게 몇 사람들의 악한 행동과 판단이 우리 생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이러한 죽음의 구조에 갇혀 우리는 한탄과 한숨만 쉬고 있어야 합니까? 과연 우리를 살리는 생명의 구조, 살림의 구조는 없다는 말입니까?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죽음의 구조에 대적하는 강력한 생명의 구조, 우리를 살리는 살림의 구조가 있다는 증거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예수께 네 사람이 중풍 병자 한 사람을 들것에 떠메고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그 병자를 들고 온 네 사람의 믿음을 보시고, 그 병자에게 “그대 죄가 용서받았습니다” 하고 말씀하셨고 치유의 기적도 행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께서는 이 네 사람에게 있는 믿음을 보시고 그 병자를 낫게 하신 것이었습니다. 아마 이 네 사람은 평소 중풍병자를 위해 많은 기도를 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 기도가 예수께 닿아 기적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구조입니다. 몇 사람이 신뢰를 가지고 기도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구조가 바로 생명의 구조, 살림의 구조입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사람을 알게 되면 그 사람에게 부탁 한 가지를 꼭 빼놓지 않고 합니다. 바로 기도의 부탁입니다,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는 부탁입니다. 사실 저나 여러분이나,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의 기도를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자신이 자신의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알거나 모르거나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기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우리가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죽음의 구조뿐 아니라, 생명의 구조 안에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자신을 돌아다 볼 때 우리 자신이 너무나 나약한 이들이고 기도하는 데 무척 게으르다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비록 성당이나 집에서 기도는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리 기도가 빈말이 아닐까, 과연 이루어질까 하고 의심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눈에는 보이지도 우리 손으로 느낄 수도 없지만, 이렇게 나약하고 게으른 우리의 기도에 힘을 보태주는 사람들이 더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고 이 땅에 존재하는 것만 믿는 이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 감각 밖에 있는 것은 믿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도 지금 이 자리에서는 분명 우리와 함께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 주는 영적인 존재들이 있습니다. 바로 성인들과 천사들입니다. 모든 성인과 모든 천사 가운데서도 특히 주님의 어머니이시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이 계십니다. 교회에서 이를 ‘성인들의 통공’이라고 부릅니다.


기도 가운데 가장 위대하고 가장 중요한 기도가 바로 우리가 드리고 있는 성찬례, 곧 미사입니다. 미사에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성인들도 함께 현존합니다. 그래서 미사 감사기도 중 전구 부분에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그리스도 몸소 저희를 영원한 제물로 완성하시어, 아버지께서 뽑으신 이들, 특히 하느님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복된 사도들과 영광스러운 순교자들과 그 밖의 모든 성인들의 전구로 언제나 도움을 받으리라 믿나이다.” 여기서 전구란 말은 하느님께 우리의 기도를 중재하는 기도를 말합니다. 또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할 때 우리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모든 천사들도 우리와 함께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죽음의 구조 안에 갇혀 죽고 상처입고 고통과 슬픔 속에 사는 사람을 나 혼자만 들것에 메고 힘들게 예수님께 데리고 가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천사들과 성인들이 다른 세 사람의 몫을 해서 나와 함께 들것을 메고 그 사람을 유일한 의사이시며 치유자이신 예수님께 데려 갑니다. 천사들과 성인들이 부족한 우리의 기도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신뢰할 때, 우리는 기도에 더 열심히 할 수 있고 또 우리 기도에 더 신뢰할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기도할 때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내가 이르노니, 일어나 침상을 들고 집으로 가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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