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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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8주일(나해): 김 D. 안드레아 신부 07-10-14 00:11:4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794   
연중 제8주일 (마르 2, 18-22) 왜관본원

한 해를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3월입니다. 겨우내 땅 속에서 움츠리고 있던 새싹들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달을 맞아 우리 역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로 생겨납니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이 새로움은 언제나 ‘떨림’과 함께 합니다.
신입생, 신곡, 신기록, 신랑, 신부등 한자로 새로울 신(新)자가 들어가는 낱말들은 한결같이 ‘새로움’과 약간의 떨림이 있는 아주 싱그러운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 ‘새로움’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상생활 속에 묻혀버리고 마는 것 같습니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가들이 힘겹게 첫걸음을 떼고 나서부터는 별다른 노력없이 자연스럽게 걸어다니는 것처럼, 사람들은 새로움을 잊어버리고 일상 속에서 그냥 그렇게 살아갑니다. 이러한 인간의 삶 속에서 우리는 일찍이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던 모든 새로움에 대한 기억들을 되살려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새 천 조각이 낡은 옷에, 새 포도주가 낡은 부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씀 하십니다.

이 말씀은 낡은 정신과 닫힌 마음으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예수님으로 인해 새롭게 시작된 새 시대에 알맞은 삶의 양식을 갖추라는 말씀입니다.

새 포도주는 발효되는 과정에서 강하고 독한 가스를 발생시킵니다. 이 때 새 부대는 신축성과 탄력성이 있기 때문에 이 가스를 잘 견디지만, 낡은 부대는 주름 잡히고, 딱딱해서 이 가스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립니다.

새 포도주는 반드시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면 낡은 부대를 지킬 수 있는 반면, 이것을 무시하면 낡은 부대도 버리고, 새 포도주까지 완전히 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새 포도주는 예수님으로부터 비롯된 기쁜 소식을 의미하고, ‘낡은 가죽부대’는 당시 유대교의 형식주의와 위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새 것과 헌 것은 서로 반대되기 때문에 어울릴 수 없고, 섞어서도 안됩니다.

당시 예수님의 가르침은 새롭고, 혁명적이었습니다. 한 예로 유다인들이 안식일에 일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하며,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를 살려주셨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는 사람들이 이미 맛본 복음의 기쁨과 거기서 솟아나는 힘을 이제 다시는 낡은 율법의 틀로 가둘 수는 없습니다.

유다인들은 형식주의와 위선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예수님의 새로운 진리와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위선은 마치 주름 잡히고, 메마르고, 딱딱하고, 탄력이 없어 새 포도주를 담지 못하는 헌 가죽 부대 같은 것이었습니다.

새 포도주를 담을 수 있는 새 부대는 바로 예수님을 믿고, 말씀을 실천하는 ‘신앙’을 의미합니다. 신앙이 있어야 예수님과 복음을 담을 수 있습니다.

또 새 부대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뜻을 매 순간 새롭게 받아들이는 ‘신축성’과 ‘탄력성’을 의미합니다. 복음 앞에서 열린 마음과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에게 전혀 다른 새로운 분입니다. 세례를 통해 새 부대가 된 우리들은 더 이상 낡은 부대와 어울리지 않는, 전적으로 새로운 부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새로움을 잊어버리며 살고 있습니다. 처음의 새롭고, 설레던 기억들은 이미 과거 속으로 묻혀버리고 만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움에 대한 기억’입니다.

새롭고 설레었던 그 기억들을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 일깨워, 열린 마음과 열린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의 옛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기쁘게 살겠다는 결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새 포도주입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예수님을 모실 수 있도록 신축성과 탄력성을 가진 새 부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어울립니다. 매일의 삶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우리 마음 안에 계속 담아나갈 수 있는 은혜를 청하면서 이 미사를 봉헌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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