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오늘의 강론 > 사순 제4주일: 내가 다가가마

일본의 유명한 동화작가이자 교육자인 ‘하이타니 겐지로’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유치원을 세웠는데, 그 유치원에 혼자 겉도는 아이가 있어 골찌덩어리였다고 합니다. 걸핏하면 집에 가버리고 점심도 밖에서 늘 혼자 먹고 혼자 놀았습니다. 겐지로는 “아이가 식사만이라도 친구들과 함께 할 수는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하루는 배식을 마치고 막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교실을 들여다보는 그 말썽꾸러기 아이와 눈이 마추쳤습니다. 그래서 “들어와서 같이 먹자”고 손짓을 했지만 그 아이는 도리질 쳤습니다. 그 순간 “점심은 꼭 교실에서 먹어야 하나? 아이를 교실로 들이려고만 하지말고 내가 밖으로 나가면 되지” 하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실에서 밥을 먹는 다른 아이들한테 “잠깐만, 우리 오늘 밖에서 점심을 먹을까요? 날씨도 참 좋네” 하면서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식판을 들고 아이들은 신나서 잔디밭으로 가는데 그 문제 아이도 친구들 뒤를 따라 쭈삣쭈삣 따라갔습니다. 잔디밭에 빙 둘러앉자 겐지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그 아이를 불렀습니다. “너도 같이 먹자.” 아이는 마술에서 풀린 듯 걸어와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그날 겐지로는 깨달았습니다. “너가 와 주겠니?”보다 “내가 너에게 다가가마”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할 때 아이들 마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는 진리를 깨우쳤습니다. 그는 이 진리를 평생의 교육 철학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당대의 위대한 율법학자였던 니코데모와 대화를 나누시면서 하느님과 세상의 관계, 그리고 당신이 이 세상에 오신 목적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말썽꾸리기 우리 인간들이 하느님께 먼저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친히 먼저 “내가 너희에게 가마” 하신다는 것입니다. 말썽꾸러기 아이가 변화된 것은 선생님이 먼저 그 아이에게 다가갔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도 우리 인간의 변화, 곧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당신이 먼저 우리 인간에게 다가오셨습니다. “그래 내가 가마.” 이것이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우리에게 먼저 오신 것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자꾸 빗나기만 하는 우리를, 어둠을 더 사랑하는 이 세상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극명하게 증명된 사건이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높이 달리신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우리 인간이 가야할 그 극단까지 참여하신 예수님의 생애에 감동을 받아 예수님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이 사랑에 응답한 사람들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에 빚진 이들입니다. 하느님의 이 사랑에 우리는 사랑으로 빚을 갚아야 합니다.

만일 우리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에는 하느님과 멀어진 때임을 알고 이미 우리에게 다가오신 하느님의 소리에 응답하도록 합시다. 이 응답이 바로 사랑의 빚을 갚는 것이 됩니다. 사랑의 빚을 갚을 때마다 우리 자신이 먼저 내면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내면의 변화는 우리 자신을 우리와 멀어진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도록 이끕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내 중심에서 이웃 중심으로 건너가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중심을 내 자신에서부터 이웃으로 더 가까이 옮길 때마다 이 세상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더욱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