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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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사순3주일(나해): 박 블라시오 신부 07-10-14 00:13: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707   
사순 제3주일 (나해) 2003. 3.23. 본원 강론 복음: 요한 2.13-25

미사를 시작하며...

만물이 새롭게 소생하는 봄임을 느낄 수 있는 주일입니다. 오늘 수도원을 방문하셔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장사꾼들로 가득찬 성전을 정화하시며, 당신의 몸이 새로운 성전이라고 선포하십니다. 우리의 몸 역시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이 거처하시는 성전이 되었습니다. 이 거룩한 신비를 거행하기에 앞서, 우리 마음속에 정화해야 할 것은 없는지 반성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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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방금 들은 복음은 예수께서 성전에 가셔서, 성전에서 장사하고 있는 이들과 돈을 환전해 주고 있는 이들을 쫒아내시며,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하시는 대목과,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고 하신 말씀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늘 이 성전 정화사건 때문에 예수께서는 반대자들에게 고발의 빌미를 주었고,, 십자가에 못박혔을 때에도 이것 때문에 조롱을 당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성전은 헤로데가 자신이 통치하던 유대인들을 회유하기 위하여 기원전 19년에 건설하기 시작하여 서기 64년에 완성한 성전입니다. 오늘 복음에 46년이나 걸려 지었다고 나오는데, 예수님 당시에는 아직 다 완성되지 않았고, 주요 부분만 지어진 상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는 삶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성전을 야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현존하신다는 것을 나타내는 거룩한 장소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들은 날마다 성전에서 희생제물과 번제물을 바쳤고,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바쳤습니다(사도 3,1).

이스라엘의 삼대 축제인 오순절, 과월절, 초막절에는 온 백성이 성지순례를 하며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갔습니다. 또한 최소한 일 년에 한 번, 과월절에는 성전에 올라가는 것이 의무였다고 합니다(루가 2,41).


예수께서도 유대인들이 성전에서 행하던 의식들을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하지만 성전에서 거행되던 종교의식을 세속적으로 오염시키는 형식주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단죄하셨습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집이요, 기도의 집이며, 당신 아버지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성전이 흥정의 장소로 변해 버린 것을 보고, 예수께서는 격분하시어 환전상들과 장사꾼들을 성전에서 쫓아내십니다.

이어 당신 몸이 곧 성전임을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유대인들은 성전을 단순히 건물로만 생각하였습니다. 이미 성전은 형식주의에 사로잡힌 종교 예식이 행해지는 곳으로 변모되었고, 장사꾼들이 그들의 이득을 취하는 세속적인 장소로 변질되었지만, 그들은 그러한 건물에만 사로잡혀 새로운 메세아의 도래에 대한 어떠한 감각도 갖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예수의 이 성전 정화는 성전의 성스러운 성격이 이미 상실되었고, 유대교의 성전이 하느님 현존을 드러내는 표지로써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이제 돌로 지어진 이 성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바로 하느님 현존을 보여주는 표지가 됨을 예수께서는 선포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자신의 몸을 성전으로 이해하였고, 죽었다가 부활할 자신을 통해 언제나 하느님께 제사가 거행되는 새로운 성전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전혀 이 새로운 성전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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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수께서 알려주신 이 영적인 성전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고린토 전서 6장 19절에서 사도 바오로는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전”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몸 역시 하느님이 계시는 성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에페소서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퉁이 돌로 하고, 사도들과 예언자들이 기초를 떠받치고 있는 주님의 거룩한 성전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교회는 바로 이러한 하느님의 성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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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성전에 관하여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였는데, 과연 예수께서 새로이 우리에게 알려주신 이러한 성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모여서 함께 기도하고 있는 이 집 또한 성전이지만, 이곳에 모인 우리 한사람 한 사람이 모두, 하느님이 현존하시는 성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대 주위에 함께 모여 기도하고 있는 우리 전체가 하느님의 현존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성당에 모여 함께 바치는 공동 기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기도, 하느님과의 개인적인 만남, 부르심에 대한 응답, 가족과 형제들과의 친교 등 드러나지 않는 모든 것들이 다 소중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유대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새로운 가르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정된 틀과 부족한 감각으로, 새로운 것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과 만남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또한 막연히 건물로써의 성전만이 아니라, 나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으로 변모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성전에 대해 우리가 이해할 때, 새로운 하느님과의 관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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