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중 18주일(루카 12,13-21)

130804. 본원.

어떻게 살 것인가? - 어리석은 부자와 의 좋은 형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기반을 지식이나 재산, 권력 위에 세우고 그것들에서 자신의 존재의의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고 힘도 없으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식이 있어야 힘 있는 사람대접을 받습니다. 또 가진 것이 있어야 대우를 받습니다.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이뿐만 아닙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도 있듯이 힘이 없으면 억울해도 풀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너나없이 더 많은 지식과 재산과 권력을 갖기 위해 때로는 이웃을 희생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식이나 재산, 권력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려는 삶에는,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언제나 불안과 허탈, 고독이 뒤따르고, 그것들이 생명을 보장해주지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는 밭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어들여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입니다. 나아가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이제 몇 년 동안 걱정할 것 없이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겨라.”(루카 12,19)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인생도 즐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판단 기준으로 볼 때, ‘영리한 부자’임에 틀림없는 이 부자를 예수께서는 “어리석은 자”라고 말씀하십니다(루카 12,20). 그가 어리석은 까닭은 무엇보다도 먼저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준다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루카 12,15).

또한 부자는 그 많은 재산을 앞에 놓고 자기 자신하고만 독백하며, 자기 혼자만의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철저히 혼자였습니다. 가족이나 이웃과 더불어 즐거워하는 삶은 그와 무관했습니다. 요즘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안 되는 전 최고 권력자와 그 가족의 부정축재와 CJ그룹 재벌 회장의 비리는 이런 어리석은 부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해 씁쓸합니다.

“사람이 자기가 번 돈을 세고 있을 때,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의 남은 날 수를 세고 계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부자가 어리석은 결정적 이유는 바로 시간이 자기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하느님을 생명의 주인으로 모시지 않고, 자신이 삶의 주인으로 착각하며 사는 사람은 모든 것이 허무하게 인생을 마칠 수밖에 없습니다(코헬 12,2).

‘어리석은 부자’와 대조적인 ‘의 좋은 형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무슨 일이든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았던 조선 세종 시대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서 살았던 이성만, 이순 형제의 실제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 형제는 함께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거둔 넉넉한 소출을 똑같이 나눕니다. 그런데 아우는 식구가 많은 형에게 벼가 더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고, 형은 새살림을 시작한 아우에게 벼가 더 필요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형과 아우는 각각 늦은 밤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볏단을 옮겨 놓습니다. 밤마다 볏단을 날랐어도 도무지 줄지 않고 항상 그대로였습니다. 밤이 깊어 또다시 볏단을 나르던 형제는 밝은 달빛 아래에서 마주칩니다. 그제야 모든 것을 알게 된 형제는 서로 얼싸안습니다.

이성만, 이순 형제는 그 후에도 아침에는 형이 아우 집으로 가고, 저녁에는 아우가 형의 집을 들러 한 상에서 같이 음식을 먹었으며, 한 가지 음식이 생겨도 서로 만나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1497년(연산군 3년)에 후세 사람들의 모범이 되게 하기 위하여 조정에서 효제비를 건립합니다.

‘의 좋은 형제’야말로 탐욕을 버린 하느님 앞에 참 부자요, 그리스도를 입은 “새 인간”(콜로 3,10)입니다. 이기적인 욕망에서 해방되어 나눌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하느님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새 인간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지금 여기서 하늘에 보화를 쌓는 것입니다.

삶의 의미는 소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서로 사랑하고 사는 데 있습니다. 재산이 많아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야 행복합니다. 돈에 비굴하거나 권력에 머리를 숙이지 말고, 사랑과 생명의 하느님을 신뢰하고 하느님 뜻에 따라 삽시다. 지금 여기서 나누며 사랑함으로써 하늘에 보화를 쌓읍시다. 사랑과 나눔으로 하나 되는 삶이야말로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어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누릴 생명이요 기쁨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야 할 인생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