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주인이 올 때 깨어 있는 종들은 행복하다’고 합니다. 행복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깨어 준비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복음은 이어서 “주인의 뜻을 알고 준비하고 있어라”고 합니다. 주인이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단 한 가지는 ‘사랑’입니다. ‘행복하기 위해 사랑해야 한다’는 근원적인 말씀을 되새기면서 이 미사를 드리도록 합시다.

Homily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 무더운 조그마한 방에서 자야 하는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 많지 않나 하는 염려를 합니다. 이런 날씨에 나라 안은 시끄럽습니다.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삼척 핵발전소 유치 반대, 쌍용차 해고자 복직 투쟁,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남북한간의 개성공단 해결을 위한 신경전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나라 안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안정과 평화를 되찾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도록 기도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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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 말씀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충실하지 못한 종은 ‘주인이 늦게 오겠지’라고 생각하고, 먹고 마시며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주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 불충한 종을 처벌합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통해서, “너희는 준비하고 있으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고 우리에게 경고하십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하느님께 나의 온 생애를 바치겠다고 결심하고 수도원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첫서원을 하고, 종신서원을 하면서 ‘가난하고, 정결하게, 그리고 순명하며 살겠다’고 하느님과 공동체 앞에서 서약을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난과 정결과 순명보다 내 뜻과 내 바램과 내 의지를 먼저 앞세울 때가 많습니다. ‘하느님 잠시만 뒤에 계세요’ 라며 내 편함과 내 욕심을 챙기고 있는 나를 볼 때가 많습니다. 이웃이 어떻게 살아가든, 나라가 어떻게 되든 내 안위만 생각하며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그런 나에게 예수님은 “하느님이 너에게 언제 오실지 모른다. 깨어 준비하라”고 일러주십니다. 그리고 “준비하되, 네가 바라는 것을 준비하지 말고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을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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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정결, 순명은 우리가 세상 마지막까지 붙들고 가야 할 도구입니다. 이 도구들을 통해 하느님께 가는 것이 우리의 생의 목표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자꾸만 엇길로 새는 게 또한 우리의 현실입니다. 엇길로 가고 있는 자신을 추슬러 다시 방향을 틀어 하느님께로 나아가려는 부단한 정화와 쇄신이 요구됩니다.

어느 신부님이 오늘 복음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읽었습니다. “주님을 기다릴 때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손에 들고 있어야 합니다. 허리에 띠를 띠는 것은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고, 또한 허리에 정욕이 있으므로 금욕과 절제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등불을 켜놓는 것은 한밤중에 갑자기 찾아 올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서입니다.”

늘 이렇게 긴장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긴장의 끈을 늦추어지기도 하지만 다시 늦추었던 긴장의 끈을 조이어야겠습니다.

A'

'하느님의 뜻을 알고 준비하고 있으라‘는 예수님의 당부의 말씀, 우리에게 큰 도전입니다.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라고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먹고 마시고 술 취하려는 나의 본능에 따라 사는 삶이 아니라, 가난하고 정결하고 순명하며 하느님께 나아가라고 하십니다.

폭염 속에서 무더운 단칸방에서 지내야 하는 이웃들이 많습니다. 그런 이웃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려는, 자신의 기득권만을 유지하려는, 자기 집단의 폭리만을 취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나라 안이 많이 시끄럽습니다.

가난하고 힘없고 약한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우리의 작은 힘이 보태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뜻은 높고 이상적인 것은 아닙니다. 나의 가난의 실천이, 나의 정결한 삶이, 나의 뜻이 아닌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려는 다짐이 나를 넘어서 형제들과 더불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랑의 행위로 번져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