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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백 비뚜스 수사님 장례 미사 강론- 장휘 엘마르 신부 07-10-14 00:19: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037   
백 비뚜스 수사님 장례 미사 강론- 장휘 엘마르 신부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를 떠나신 비뚜스 수사님을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는 뜻으로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가 이제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비뚜스 수사님은 우리를 아주 떠나셨다는 그 사실입니다. 그분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시지 않으십니다. 아주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제 하느님 곁에 있는 새 형제,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께 기도해주시는 형제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한 것은 아닙니다. 믿음의 눈으로 볼 때만 확실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믿으면서, 숨어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일들을 믿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곁에 있는 형제를 얻었습니다.

숨어 있는 방법으로 행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많은 경우에 우리의 삶은 도전을 받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흔들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비뚜스 수사님께서 한 80년 전에 수도원에 입회하시던 날에 그분 부친이 돌아가셨습니다. 주님을 따라가기 위해서 부친을 떠나신 비뚜스 수사님은 주님의 축복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주님을 이해하기 어려운 분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나의 봉헌을 거절하시지 않으신가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의 이 아픔에 대해 주님의 대답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수사님은 받은 상처를 주님께 맡기고 수도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이 때 받으신 상처를 받아들이셨지만,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대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본디 수사님은 선교하는 사제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수도원에 입회하셨지만 당시 장상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지만, 비뚜스 수사님은 사제가 될 성소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평수사로서 선교 사업에 참여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결정도 수사님께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장상의 결정을 받아들였지만 일생 동안 그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습니다. 원망하지 않으셨지만 그 아픔이 늙은 나이까지 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알아듣지 못한 것을 믿음으로 수용하시고 예수님을 따르는 길을 계속 가셨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이 덕원 수도원을 철수할 때에 수사님의 가장 오래 되고 가장 심한 십자가의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신부, 수사, 수녀님들과 함께 옥사독 강제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여러 번이나 굶어죽을 지경이었는데 죽지 않기 위해서 계란 하나를 형제들 몰래 훔치신 일도 있었습니다. 고생시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셨지만 위로해 주시는 주님을, 먹을 것을 주시는 하느님을 직접적으로 만나보지 못하셨습니다. 주님을 믿기만 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비뚜스 수사님 삶의 비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사님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고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는 영광을 믿으셨습니다.

죽음과 직접적인 싸움은 부활 대축일 오후에 시작되었습니다. 심한 경련을 겪게 되셨습니다. 우리는 수사님을 도와주면서, 수사님 대신에 그리고 수사님을 위해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지난 얼마 후에 수사님은 - 의식은 없었지만 - 누구에게 이야기하듯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셨다. 예수님은 살아계시다. 나도 부활할 것이다. 나도 살 것이다.” 또 “주여, 임하소서! 내 마음에.”

몇 시간 동안 그런 말을 되풀이 하셨습니다. 다 무의식중에 있던 일이었지만 몇 시간 동안 부활에 대한 믿음, 주님의 오심에 대한 믿음, 하느님이 가까이 계심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셨습니다. 이런 고백은 비뚜스 수사님의 마지막 말들이었습니다.

경련이 있는 동안 하느님께서 보이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후에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부활에 대한 고백, 하느님이 가까이 계심에 대한 고백은 아마도 이제 비뚜스 수사님 대신에 수사님 마음에 머물러 계신 성령의 기도가 아니었는가 생각됩니다. 성령의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수사님 곁에 계셨고, 수난을 당하신 수사님의 손을 잡으시고 당신 영광에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죽음도, 강제 수용소살이도, 마음의 어두움도, 아무것도 수사님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느님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을 어려운 가운데서도 믿어온 비뚜스 수사님은 이제 이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수사님에게는 하느님의 일들이 더 이상 숨겨져 있지 않습니다. 환히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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