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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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부활4주일(나해)-성소주일 강론(2003): 박 안셀모 신부 07-10-14 00:24: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469   
성소주일 강론(2003)

미사 전

성소주일을 맞아 이렇게 저희 수도원을 방문한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광주, 부산, 마산, 진주, 울산, 대전, 대구, 영천, 포항, 경주, 구미 등에서 오신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성소주일은 착한 목자이신 주님을 중심으로 이렇게 각지에서 모인, 우리 양들이 주님의 부르심에 귀기울이고, 부름받은 자신의 자리에 감사드리며, 함께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께서는 양들을 사랑하기에 양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으셨습니다. 우리 역시 착하신 목자인 주님을 본받아 주님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의 삶을 살도록 주님께서는 지금도 우리를 내어 놓는 삶에로 부르고 계십니다.

구원의 신비를 거행하기에 앞서 과연 나는 어떤 삶에로 부름을 받았는지, 그리고 주님의 부르심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지 잠시 반성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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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찬미 예수님!

우리가 지금 검은 옷을 입은 수도자들과 함께 그레고리오 성가 미사를 드리고 있는 이곳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입니다. 제가 이곳 수도원은 처음 찾은 것은 고등하교 2학년 때입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수도원에 입회하였습니다.

사실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나름대로 ‘한번 주어진 인생인데 하느님을 위해 좀 더 의미있게 살고 싶다’는 바램과 수도원을 방문하였을 때 느껴지는 평화와 전례의 엄숙함은 저를 이곳에 살게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곳에 와서 한명의 인간으로써, 신앙인으로써, 수도자로써, 그리고 사제로써의 교육을 다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형제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지금도 그분의 사랑을 배우고 있는 중 입니다.

지금 제단 둘레에 함께 모여 살아가는 저희 형제들 모두도 저와 같이 각기 나름대로 이 수도원에 살게 된 사연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동일한 것은 [수도성소]라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섭리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고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을 위해 수도원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번 성소주일을 맞아 저희 수도원의 형제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도 잘 나타납니다. 설문 조사의 첫 번째 질문은 [왜 수도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까]였습니다.

많은 수사님들이 그 답을 “하느님께 대한 사랑 때문에, 혹은 하느님을 위해 살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여기 왜관 수도원의 수도자의 삶에 매료되어”라고 답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한 수사님의 답변을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하느님을 더 잘 알고 싶었고, 그분이 나를 어떻게 이끌어 오셨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기를 원하실까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단순한 삶 속에서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고 갈망하는 삶을 살고픈 원의가 제 안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원의를 갖고 있던 중 여기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을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되었고, 수도자들의 삶에서 드러나지 않게 일생을 하느님을 위해 충실히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라고 말하셨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미사 복사를 하면서 막연히 성소의 길을 동경해 왔고, 왜관 수도원에서 운영하던 성 마오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수도생활에 뜻을 두게 되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처럼, 많은 분들이 어린 시절부터 사제의 길, 혹은 수도자의 길을 꿈꿔왔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수도생활을 시작하는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입니까?”였습니다. 대부분이 “주변의 수도자와 성직자, 부모님 그리고 본당의 동료들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주변에서의 모범적인 삶과 권고가 바로 젊은이를 수도생활로 인도하는 도구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형제 자매 여러분, 수도 생활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삶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교회를 위해서 구체적인 수도 공동체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교회가 한그루의 나무라면 수도자의 삶은 ‘나무의 뿌리’와 같을 것입니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으면 그 나무는 어떻게 됩니까? 세상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나무의 뿌리와 같이 교회가 자라게 하고 열매 맺게 하는 것은 바로 수도자들의 보이지 않는 기도와 사랑의 삶을 통해서 입니다.


흔히들 [수도자의 삶] 하면 ‘고독과 침묵, 엄격한 규율과 수행’ 등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수도자의 삶은 기쁨과 행복의 삶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하느님과 함께 하는데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분이 주시는 기쁨, 그분이 주시는 행복, 그분께서 주시는 사랑을 누리며 살아가는 은총의 삶이 바로 수도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독과 침묵, 엄격한 규율과 수행 등은 우리의 가리워진 눈, 우리의 닫혀진 마음, 하느님께서 주시는 행복을 받아들일 수 없는 우리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을 부수기 위한 도구인 것입니다. 뿌리의 소중함을 알아 가도록 하는 도구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님께서 주시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 모든 신자들이 수도생활을 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세례를 통해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세례받은 우리 모두는 주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응답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응답하는 삶은 바로 [예수님처럼 사는 삶, 곧 사랑의 삶]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 형제, 자매, 친구들, 부모님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입니다.


이러한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과 같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는 사랑의 삶, 다시 말해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의 양식에는 구체적으로 [결혼 성소]와 [교구 사제 성소]와 함께 [수도 성소]도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을 가득 받는 학생 여러분, 그리고 선생님 여러분,

오늘 하루 수도원에서 수도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수도원 구경도 하고 잔디밭에서 뛰어 놀기도 하며 신나게 지내십시오. 그리고 지금 소풍 온 것과는 달리 수도원에 와 있기에 이런 생각도 한번쯤 해 보았으면 합니다.


“왜 수도자들은 장가도 안가고 남자들 끼리 함께 모여 살까?

세상에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느님이 도대체 누구이시길래 수도자들이 검은 옷을 입고 자신의 뜻과 개인 재산을 포기하고 살까?


나는 어떤 성소를 받았을까? 결혼 성소일까? 수도성소일까? 사제가 되는 것일까? 사제가 된다면 교구사제 성소일까? 아니면 수도사제 성소일까?


하느님께서 나에게 원하는 삶은 과연 무엇일까? “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수도자들과 어머니, 아버지들은 각자가 받은 성소에 감사드리며, 주님의 부르심에 보다 충실하기를 다짐하고 서로를 위해서 기도해 주는 시간을 갖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수도원에 머물며 저희 수도원의 형제들과 함께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친교를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저희 수도자들이 수도자로 더욱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 모아 기도해 주시길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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