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해 참회예절 강론

“안녕들 하십니까?”

우리는 작년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를 기억합니다. 2013년 12월 고려대 한 학생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이 달린 대자보 안에서 ‘철도 노조 파업,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밀양 송전탑 사건, 쌍용자동차 노조이야기 등이 오가는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며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우리에게 안녕을 물어왔었습니다. 이에 깨어있는 대학생들은 너도나도 이 대자보에 응답하는 또 다른 대자보를 붙이며 줄줄이 안녕하지 못함을 토로하였습니다. 한 사람의 조용한 물음이 다른 사람들의 안녕을 일깨우며 ‘안녕들 하십니까?’를 묻기 시작했고 이 여파는 온 국민이 ‘안녕들 하십니까?’를 묻게 되는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짧은 한마디 인사 ‘안녕들 하십니까?’에 너도나도 응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는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말의 형식에서 찾으면 우리에게 인사해 왔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말하는 이의 의도에서 찾으면 그 인사말은 우리 각자의 양심을 일깨우는 말마디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양심은 혼자만 살아갈 때가 아닌 더불어 살아갈 때만 안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넌지시 들려주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인사를 성경 안에서 이미 들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다락방에 모여 있는 제자들에게 “평화가 너희와 함께”(루카24,36) 라고 인사하시면서 처음 말을 건네셨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인사말이 ‘샬롬’ 곧 ‘평화’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인사는 ‘안녕들 하십니까?’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성경 안에서 예수님께서 본질적 평화에 대해 이야기 하신 내용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합니다. 요한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14,27)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평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루카 복음서는 언급합니다. “내가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루카10,34)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달리 비계진 우리 마음을 도려낼 칼처럼 다가올 것임을 이야기하십니다. 칼로 도려진 비계진 우리 마음에 드러나게 되는 것은 돌판에 새겨진 옛 글자가 아닌 마음에 새겨진 새로운 글자 곧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이름’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이 건네시는 인사말 “평화가 너희와 함께”가 우리에게 일깨우는 것은 예수그리스도 자신인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그리스도는 오로지 자신 안에서만 ‘참된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육화, 수난, 그리고 부활로 이어지는 ‘그의 사랑의 삶’을 통해서 우리에게 드러내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인사말로 다가오시는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당신의 사랑을 일깨웁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두 눈을 들지 못했던 세리의 통회의 눈물과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지 못했던 창녀가 지녔던 순수한 눈물을 우리에게 묻습니다. 또 다시 그분은 굶주리고 감옥에 갇혔으며 억압받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연민의 눈물을 우리에게 묻습니다. ‘그리스도’라는 이름, 그것이 의미하는 모든 것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우리의 응답은 어떻습니까?

‘시나이의 아나스타시우스의 고백’으로 강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저는 당신께 청하여 용서받은 도둑을 알고 있습니다.

온 영혼을 다하여 당신께 다가가 용서를 얻어낸 창녀를 알고 있습니다.

마음 깊은데서 부터 한숨을 쉬고 의롭다고 판정을 받은 세리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과 같지 않습니다.

사실 제게는 흐르는 눈물이 없습니다.

제게는 진실된 고백이 없습니다.

제게는 마음 깊은데서 나오는 한숨이 없습니다.

제게는 깨끗한 영혼이 없습니다.

제게는 순수한 단식이 없습니다.

제게는 형제를 향한 사랑이 없습니다.

제게는 영혼의 가난이 없습니다.

제게는 지속적인 기도가 없습니다.

제게는 타인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동정심이 없습니다.

제게는 육신의 절제가 없습니다.

제게는 천사의 순수함이 없습니다.

제게는 하느님께 합당한 식별이 없습니다.

제가 무슨 주장으로 또는 무슨 언어의 자유로 용서를 청하겠습니까?

그러나 당신은 아들에게 하듯

제게 입맞춤해 주시고,

구원자로서 제게 말을 걸어주시고,

제게 팔을 뻗어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내 아들아, 왜 내개 부르짖느냐? 일어나라, 두려워마라, 다시 한 번 일어서라.

나는 너를 위해 나 자신을 낮추어 내 등에 짊어 메었다.

나는 너를 위해 내 피를 흘렸다.

내가 어찌 나에게 돌아와 간구하는 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