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부활대축일 성야 미사

오늘 저녁 기도에서도 요나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구약성서의 열두 소예언서 중에 요나 예언서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요나에게 사명을 주셨는데, 요나는 그 사명을 외면하고 하느님을 피해 배를 타고 달아납니다. 그러나 배가 큰 폭풍을 만나자 선원들은 요나를 바다에 던져 제물로 삼습니다. 그러자 파도는 잔잔해집니다.

물에 빠진 요나를 큰 물고기가 삼켜,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 밤낮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물고기 뱃속에서 진실되이 하느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이 이야기를, 십자가 상에서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수님과 연관지어 말을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성삼일 내내 진도의 사고난 여객선에 갇힌 수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라 무척이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뒤집혀 있는 배가 마치 요나를 삼킨 거대한 물고기처럼 생각되고, 그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300명이 넘는 생명들이 여전히 숨쉬고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마지막 순간까지 버리지를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거행하고 있는 이 파스카 성야는 ‘물’과 ‘불’이 주는 풍부한 상징들을 통하여 구원의 역사를 묵상하게 합니다. 처음으로 들은 창세기 독서에서, ‘한처음에 어둠이 심연을 덮고 있었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습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상태였고, 하느님은 자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세번째 독서로 들은 탈출기에서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물’과 ‘불’을 통해서 종살이하던 이집트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죽음으로 부터 구해 내는 것을 들었습니다. 도망친 노예에 불과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룻밤 사이에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며,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영원히 잊어버릴 수 없는 체험을 합니다. 앞에는 건너갈 수 없는 바다가 버티고 있고, 뒤에는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몰려오는 파라오의 군대들이 보입니다.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상황이고,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그런 상황에서 거센 바람으로 바닷물을 밀어내시고, 바닷물이 갈라지게 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닷 사이를 가로질러 마른 땅을 밟고 건너가게 하셨습니다.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그들을 구원하셨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좌우 벽이 되어 주었던 그 물은 이집트 사람들에게는 죽음의 물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오합지졸이던 사람들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됩니다. 그 옛날 불기둥으로 이스라엘을 백성을 이끌던 그 모습은 오늘밤 ‘빛의 예식’을 통해 다시 재현되고 그 불은 제대 옆에 밝혀져 있는 파스카 초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집니다. 또한 물을 건너 새로운 삶을 살게된 그 놀라운 사건은 오늘밤 교회가 거행하는 ‘세례와 세례 갱신 예식’을 통해서 재현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했던 그 구원 체험은 오늘 밤 우리가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도록 이끌어 주는 소재들이 됩니다.

여덟번째로 우리가 들은 로마서의 말씀에서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도 하나 되는 세례를 받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전통적으로 부활 전 사순시기는 몇 년 동안 교리교육을 받고 있던 신자들이 집중적인 교육을 받으며 세례를 준비하던 시기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큰 잘못을 저질러 교회로 부터 쫒겨난 사람들이 재의 수요일에 참회복을 입고 참회 생활을 시작하여 성 목요일에 화해 예식을 통해 다시 교회로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보속하는 시기였습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살아나심을 선포하고 기뻐하는 이 밤에, 세례성사의 물을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나, 하느님 자녀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자녀들의 탄생을 경축하고, 또한 자신의 잘못으로 교회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갔던 형제 자매들이 다시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자신의 지위를 회복하도록 합니다.

오늘 우리가 부활의 신비를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죽음에서 생명의 상태로, 노예에서 하느님의 백성으로 건너 갔듯이,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 또한,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여 자신의 죽음조차 받아들이심으로써 죽음에서 부활로 ‘건너가셨듯이’, 우리 역시 우리를 얽매는 죽음의 상태, 어둠의 상태에서 생명과 빛의 상태로 ‘건너가야’ 할 것입니다. 이 밤은 이러한 ‘건너감’을 기뻐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가진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확인하는 밤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며 부활의 삶을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우리 자신을 넘기는 것’을 체험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 싸고 있는 어둠의 세력에서 벗어나 빛으로 우리 자신을 넘기는 것, 이기심으로 뭉쳐진 나 자신을 벗어나 남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로 나 자신을 넘기는 것, 우리를 잠식하고 있는 무질서한 욕망과 충동으로 부터 벗어나 하느님 사랑과 이웃에 대한 헌신과 사랑으로 우리 자신을 넘기는 것, 받아들이기 힘든 온갖 고통스런 상황과 부조리한 상황을 하느님께 대한 신앙으로 넘겨서 새로운 희망의 문을 여는 것 일 겁니다.

이러한 자기 넘김의 체험을 할 때 우리는 우리의 삶 안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입니다. 자꾸 걸려 넘어지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그 곳에서 우리는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이끄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 때문에 비록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고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똑 같은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인간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십자가가, 어둠을 밝히는 부활초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세례의 물이 어제와 다른 오늘이 가능함을 늘 우리에게 이야기 합니다.

오늘 어떤 신부님의 책을 읽다가 나누고 싶은 말이 있어 말씀드립니다.

“모든 성인[聖人]은 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죄인에게는 밝은 미래가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모든 죄인에게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우리가 비록 과거에 넘어졌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하느님의 놀라운 아들 딸들입니다” <아주 특별한 순간 - 안토니오 신부의 치유피정에서>.

우리를 죄에서, 잘못에서, 죽음에서 불러내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희망이십니다.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