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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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부활6주일(나해): 김 D. 안드레아 신부 07-10-14 00:25: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122   
부활 제6주일 본원 강론

* 미사 도입말

5월의 끝자락에서 한 달을 돌이켜 보면,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참 많은 기념일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 교회는 ‘계절의 여왕’이라 할 수 있는 5월을 ‘성모님의 달’로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의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는 말씀은 얼마 남지 않은 5월, 이 푸른 계절에 잘 어울리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예수님이 주신 계명을 지켜야 합니다.
이 계명은 바로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고,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하느님이 우리 가운데 계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공동체, 그리고 가정 안에서 사랑의 정을 꽃피울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 나가도록 합시다.

구원의 신비를 합당하게 거행하기 위하여 우리의 잘못을 반성합시다.



((강론))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쓰는 말들 중에서, “삶”, “사랑”, 그리고 “우리”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세 단어를 합쳐서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보면, “우리 모두는 살아가는 동안 사랑을 합니다”, 또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이 되어갑니다. 즉 하느님을 닮아 갑니다”라는 아름다운 문장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목표이자 숙제인 이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듣고, 느끼고, 감동하고, 끝없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이 무엇인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또 무엇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솔직히 잘 모르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자주 애용(愛用)하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느낌은 그저 누가 더 아름답고, 예쁘고, 멋있고,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고 떠드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에 관해 오늘 제2독서에서는 “사랑은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하느님이 바로 사랑이시다”고 말하고, 제1독서에서는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은 누구에게도 차별을 두지 않으신다. 모두에게 공평하신 분이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일시적이고, 한계가 있고, 또 나름대로의 이유와 조건이 채워져야 사랑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하느님은 ‘조건’이나 ‘이유’를 따지지 않고, 모든 인간을 공평하게 사랑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시 사랑받을 만한 구실을 찾기 힘든 사회적인 약자들,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들을 더 사랑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약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랑, 손해보는 사랑, 이유와 조건이 없는 사랑을 하셨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 산삼 한 뿌리를 주는 것보다, 병들어 아픈 사람에게 도라지 한 뿌리를 주는 것이 더 보람된 일입니다. 따라서 사랑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크고 값진 것입니다.


사랑의 주요 대상은 나와 가까운 이웃이 아니라, 나에게서 소외된 이웃이며, 그 방법은 나 혼자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협력하며 주고 받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마저 씻겨 주셨듯이, 겸손과 봉사의 자세로 사랑하셨습니다. 또한 절규하는 (절실한) 이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으셨고, 결국은 자기 자신의 목숨까지, 전부를 내어 주셨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사랑이 ‘좋은 느낌이나 감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에 내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것이 낭만적으로도 느껴집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깎지가 씌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고, 또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에도 감동아닌 감동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어떻게 하기 때문에, 또 어떻게 해주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조건이나 사랑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우리 역시 용기와 결단을 가지고, 의지적으로 다른 사람을 감싸 안는 사랑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먹을 것을 구하려면 동전을, 입을 것을 구하려면 은전을, 진주를 구하려면 금전을 지불해야 한다. 사랑을 얻으려면 바로 ‘자기 자신’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자신을 의지적으로 먼저, 내어주는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입니다. 그 사랑 안에서 우리는 성장하는 것입니다.


한평생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많은 경우,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 사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아픔’이라고도 표현합니다. 나를 십자가에 매다는 것이 사랑입니다. 아픔을 빼놓고 사랑하는 것은 탈을 쓴 거짓 사랑이거나, 틀만 갖추는 형식적인 사랑일 것입니다.


신앙이란 곧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잘 엮어서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사랑의 행위 입니다.

사랑은 하늘로부터 주어진 가장 귀한 선물이고, 모든 덕을 종합해 놓은 종합 선물 세트이며, 은총 중의 은총입니다. 또 사랑은 국경도 없고, 모든 언어를 초월하고, 모든 사람과 통할 수 있는 하느님의 언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먼저’, 그리고 ‘항상’ 사랑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내어주는 사랑을 함으로써, 사랑의 하느님을 닮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죽는 순간에 남는 것은 “얼마나 위해주고, 사랑했느냐?” 아니겠습니까?

수도원 홈페이지에 어느 분이 남겨주신 글로 오늘 강론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면 당신은 발길로 차일 것이다. 그래도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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