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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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성령강림대축일(나해): 인 끌레멘스 신부 07-10-14 00:27:2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784   
2003년 6월8일 성령강림대축일(나)

우리는 50일 동안 주님의 부활을 경축했습니다. 이제 부활시기의 끝맺음에 와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봤듯이, 오순절 날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비롯한 제자들에게 성령께서 불혀 모양으로 내려오셨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만이 아닙니다. 지금 이 시간, 바로 여기서 이 사건은 우리한테도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사건인 것입니다.

부활의 첫 열매로 하느님 아버지와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주십니다. 사실 우리는 세례 때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견진을 통하여 성령의 다양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우리가 이미 받은 성령의 선물을 다시 한번 더 인식하고 더 잘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령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바로 그리스도 몸의 건설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한 건물로 생각해 보면, 이 건물의 설계자는 하느님 아버지이시고, 그리스도께서는 이 건물의 주춧돌이시고, 성령께서는 이 건물의 설계 도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성령이 없이는 한갓 모래나 자갈일 뿐입니다. 모래나 자갈은 각자 떨어져 흩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나 시멘트와 결합되면 건물을 짓는데 쓰이는 훌륭한 건축자재가 됩니다. 바로 성령께서 우리를 잇게 만드는 시멘트이십니다. 성령의 시멘트와 융합이 된 우리는 벽돌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러나 모두 다 동일한 같은 모양의 벽돌이 아닙니다. 이 벽돌은 다양합니다. 오늘 부속가에서 우리는 성령께 청하기를, “일곱 가지 선물, 칠은을 주소서” 하고 노래했습니다. 이 일곱 선물의 종류는 이사야 11,1-3에서 일곱 가지 덕행으로 나옵니다. 지혜의 덕, 슬기의 덕, 경륜의 덕, 용맹의 덕, 지식의 덕, 자비의 덕, 그리고 주님을 경외하는 덕입니다.

이 일곱 가지 은혜를 통해서 우리는 아주 다양한 크기와 모양과 색깔의 벽돌이 되어, 서로 친교를 맺으면서 그리스도 몸이라는 건물을 건설합니다. 그리스도 몸의 건축은 우리가 세례와 견진을 받을 때부터 시작되었고,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되는 사업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 몸은 단순한 시멘트 건물이 아닙니다. 사람이 서로 편하게 잘 사는 집입니다. 다시 말해서 친교와 일치가 싹트고 피어나는 집입니다. 수도자는 협조자이신 성령의 도우심으로 수도원이란 친교의 공동체를 건설하고, 평신도들은 가정이란 화목의 공동체를 건설합니다.


우리 베네딕도 수도원은 규칙과 아빠스를 중심으로 건설되는 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 때문에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때문에 수도규칙과 장상에게 순명하고 장상을 중심으로 건설되는 것입니다. 장상 역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모든 형제를 대해줘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부 성 베네딕도가 바라는 평화, 다시 말해서 “Pax benedictina” (베네딕도의 평화)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그대들에게 평화”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첫 인사를 건네십니다. 사실 평화는 성령께서 베푸시는 일곱 가지 선물의 가장 큰 열매입니다. 이 평화는 자비로 건설됩니다. 그리고 이 자비는 용서와 일맥상통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성령을 받으시오. 누구의 죄든지 그대들이 용서해 주면 용서받을 것이요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바울로 사도의 말씀대로, 우리는 한 영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된 사람들입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사는 사람은 형제를 용서해주는 사람이고 또 형제의 용서를 기꺼이 청하는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용서를 서로 주고받는 집에 평화가 거처합니다.

“오소서, 성령이시여, 허물을 씻어 주시고 굳은 맘 풀어주시며 찬 마음 데어주시고 바른 길로 저희를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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