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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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성체와 성혈 대축일(나해): 허 로무알도 신부 07-10-14 00:28:5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651   
성체와 성혈 대축일(03. 6. 22)

제1독서: 출애 24,3-8
제2독서: 히브 9,11-15
복 음: 마르 14,12-16.22-26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성체와 성혈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정하신 성체성사를 기념하고 그 신비를 묵상하는 날입니다. 성체와 성혈 신비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신비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사랑을 주제로 성체성사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무교절 첫날, 즉 수난 전날 밤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최후만찬을 나누실 때, 빵과 포도주를 주시며 “이것은 내 몸이다. 이것은 나의 피다”하시며 당신 몸과 피를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셨습니다. 이로써 세상 끝날 까지 항상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하신 약속(마태 28,20 참조)을 지키셨습니다. 주님은 성체성사를 통해 세상 끝날 까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즉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늘 우리 안에 현존하시며 우리를 이끄십니다.

성체성사는 무엇보다도 사랑의 성사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지극한 표현이자 그 열매이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는 우리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그 사랑은 자기를 내어줌, 자기희생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주셨습니다. 이로써 우리에게 사랑은 자기희생이며 자기를 내어주는 것임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자기희생 없는 사랑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한 사랑은 참된 사랑이 아닐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것, 자기 친구나 형제 또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것. 이것이 사랑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이나 원수, 또는 죄인을 위한 희생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더 위대한 사랑의 행위입니다. 사랑은 이처럼 자기희생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자기 희생은 자기 생명마저 내어주는 데로 나아갑니다. 예수께서는 ‘벗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주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우리 죄인을 위해 당신 생명을 내어주셨습니다. 이로서 가장 크고 위대한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보잘것없는 우리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당신 몸과 피를 주시는 성체성사야말로 사랑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은 자기희생입니다. 자기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결국 우리에게 참된 행복,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유행가 가사가 있습니다. 이 말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평화롭고 행복해 보입니다. 그래서 항상 싱글벙글합니다. 이런 얼굴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반면 온갖 근심 걱정, 미움과 분노로 가득 찬 사람의 얼굴은 찌들고 불안해 보입니다. 왠지 불편해집니다. 사랑을 하면 무엇보다 마음이 예뻐집니다. 예쁜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니 겉모습도 예뻐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얼굴은 어떻습니까?

이런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사랑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인데, 사랑은 다음과 같은 증세들을 동반한다고 합니다. 사랑을 하면 먼저 폐활량과 심장 박동이 증가한답니다. 또 혈관이 확장되고 피부온도가 상승되며, 체력도 강화된다고 합니다. 가끔 눈먼증과 자다가도 웃어대는 몽유 증세와 두근거림을 동반한 심근 경색증과 같은 증세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합병증으로는 아무데서나 애인 자랑을 해대는 안면 철판증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이런 증세를 경험해 보셨습니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아마도 사랑에 깊이 빠져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인생을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대상을 잘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상을 잘 못 선택하면 우상숭배, 물신숭배, 불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또한 수도자들의 경우, 구도의 여정에서 부차적인 것들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본질적인 것들을 놓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일개 수단일 뿐인 어떤 일이나 활동 자체에 너무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활동주의에 떨어지게 되고, 결국 수도자로서의 정체성의 위기를 초래하게 됩니다. 사랑의 참된 대상을 찾지 못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가 이미 포기했던 세속적 쾌락이나, 인간적 욕망과 안위만을 추구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 사랑의 대상, 그것은 무엇보다 하느님이어야 합니다. 그분은 우리의 참된 애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한 분을 짝사랑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의 애인은 너무나 관대하고 아름다우십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분입니다. 우리는 이 분께 대한 사랑에 빠진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습은 예뻐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예뻐져야만 합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기쁨과 평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의 사랑이 아직도 미약하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평화를 주어야 합니다.

성체성사는 또한 일치의 성사라 할 수 있습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주님과 한 몸이 될 뿐 아니라, 성체를 나누어 먹는 사람들과도 한 몸을 이루게 됩니다(1고린 10,17 참조). 그래서 우리는 주님 안에 모두 한 몸이요, 한 형제자매들입니다. 우리 가운데는 어떠한 차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일치된 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사랑과 일치. 이것이 성체성사의 참된 결실일 것입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 자신의 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사랑으로 일치된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지 못하면 미사도 영성체도 무의미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으로 일치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를 아낌없이 내어주고 희생해야 합니다. 사랑으로 인한 자기희생 없이 일치란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환상일 것입니다. 따라서 사랑으로 인한 내어줌, 자기희생의 삶을 사는 것이 성체성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먼저 사랑에 빠져야 합니다. 사랑 없이는 이런 삶이 불가능합니다. 조건 없이 자기를 희생하고 자기를 내어주는 삶이 어찌 정상이겠습니까? 사랑에 미쳐 약간 돌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 합니다. 어찌 보면 밑지는 장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결국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이득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영원한 생명입니다. 사랑에 빠져야 합니다. 먼저 하느님께 대한, 예수님께 대한 사랑에 불타올라야 합니다. 그러나 이 불은 인위적으로 잘 타오르지 않습니다. 사랑의 불을 놓는 것은 주님이십니다. 이것은 하나의 은총입니다. 기도로써 이 은총을 간구하고 성체성사를 통해 늘 그분 안에 머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있을 때 주님께서 우리 안에 더 큰 사랑의 불을 놓아줄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사랑을 먹고 살아가야 합니다. 사랑은 우리의 양식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에게 이 양식을 주십니다. 우리 각자의 부르심에 따른 거룩한 생활로 이 양식을 받기에 합당한 자 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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