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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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19주일(나해): 박 안셀모 신부 07-10-14 00:33:0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663   
미사 전

더위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여행을 위해서는 목적지를 정하고 가는 길을 알아보고, 양식을 준비하고, 필요한 경비도 준비해야 합니다.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하느님 나라를 향한 길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위한 여행길에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이 모든 준비를 다 해 놓으셨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당신 나라를 향한 길과 방법과 필요한 양식을 모두 준비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알려 주신 길로 주님께서 마련해 주신 음식을 먹으며 곧장 달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 나라를 향한 길이요 생명의 음식이요 진리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 바로 하느님 나라의 시작입니다. 너무도 감사롭고 놀라운 일입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입니다.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입니다.” 하지만 우린 너무도 자주 그 길에서 벗어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음식을 받아들이지 았습니다. 세상이 주는 달콤함을 쫓곤 합니다. 빵이 맛없다고, 길이 험하다고 불평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하늘에서 내려온 주님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시는 지금 이 자리가 바로 하느님 나라, 천국입니다. 천국을 내 안에 받아 모실 수 있도록 잠시 마음의 준비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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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무릉 가는 길 1 민영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정해야 한다. / 가까운 길이 있고 먼뎃길이 있다. / 어디로 가든 처마 끝에 / 등불 달린 주막은 하나지만 / 가는 사람에 따라서 길은 다른 경관은 보여준다.

보아라 길손이여, 길은 고달프고 골짜기보다 험하다. / 눈 덮인 산정에는 안개 속에 벼랑이, / 어둠이 깔린 숲에서는 / 성깔 거친 짐승들이 울고 있다.

길은 어느 곳이나 위험 천만 / 집 잃은 그대여 어디로 가려 하느냐?
그럼에도 나는 권한다. / 두 다리에 힘주고 걸어가라고 / 두 눈 똑바로 뜨고 찾아가라고 / 길은, 두려움 모르는 자를 두려워한다고 / 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고 / ..... ‘한데, 어디에 있지?’ / 지도에도 없는 꽃밭 / 무릉.


민영이라는 분이 쓴 [무릉 가는 길]이라는 시입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삶의 인생길이 고달플 때 일수록 우리는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묻게 됩니다.

우리는 이 인생길을 걸어가며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에 휩싸여, 일에 휩싸여, 돈에 휩싸여, 그리고 자기 자신에 휩싸여 어디로 가고 있는 지 목표를 잃은 사람, 자신이 세운 목적지가 분명하다고 여기고 정신없이 달려갔지만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음을 알고 후회와 좌절에 빠진 사람, 참된 목적지를 알고 있지만 기운을 잃고 주저앉은 사람,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부러울 만큼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무릉가는 길]의 시인은 “한데 어디있지, 지도에도 없는 꽃밭, 무릉” 하며 무릉이 어디인지 몰랐습니다. 아니 무릉이 어디인지 아직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의 대부분은 우리의 무릉도원, 우리 삶의 목적지를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것, 하느님과 일치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생길의 목적지임을 말입니다. 그러나 그 길에는 안개 속의 벼랑과 어둠 속의 거친 짐승들이 있음을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안개 속의 벼랑과 어둠 속의 거친 짐승들은 오히려 자신을 버리고 온전히 주님께 자신을 의탁하도록 만들어 주는 도구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길을 제대로 간다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어둠 속의 등대와 같은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과 예수님께서 보내 주신 우리 곁의 동료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제 1독서에서 우리는 주님을 만나기 위한 길을 떠나는 한 사나이, 엘리야를 만났습니다. 그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에는 양식이 필요했습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양식이었습니다. 그 음식으로 힘을 얻어 40일간 밤낮으로 걸어 하느님이 계신 곳 호렙 산에 이릅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에서 양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양식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과거 유대인들이 먹었던 썩어 없어지는 양식이 아니라, 영원히 살수 있도록 해 주는 양식이었습니다.

그 양식은 바로 하느님 자신이셨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인 빵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 그분과 일치할 수 있도록 그분이 우리의 음식이 되셨습니다.


이 음식을 통해 그분이 우리 안에 들어 오시어 우리가 점점 그분의 모습으로 변화되어 마침내 그분과 하나가 됩니다. 이것은 무슨 마술같은 것이 아니라, 그분의 사랑이 빵을 통해 우리 안에 스며드시어 우리를 사랑으로 변화시켜 주시고 그 사랑을 나누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먹고 나누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의 무릉,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아집과 편견, 이기심과 선입견은 눈에 보이는 양식만을 찾습니다. 우리가 참으로 가야하는 곳은 하느님 품이라는 진리를 알려 주시며, 그 품으로 인도해 주는 길이 되시고, 그 품으로 힘차게 아나갈 수 있도록 우리를 양육시켜 주시는 참 생명의 양식인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길을 쫓거나 주저앉아 길이 힘들다고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우리는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그가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말하는 유다인들은 이런 우리의 내면을 대변해줍니다.

우리가 참된 양식을 받아모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믿음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분이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신다는 믿음, 그리고 우리를 참 행복으로 인도하신다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에게 고달픈 골짜기 길도 고달픔이 아니요, 앞이 캄캄한 안개 속 벼랑과 같은 답답한 현실도 어둠이 깔린 숲 속에 성깔 거친 짐승도 두려움 없이 지날 수 있으며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마주 오는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주님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기쁨도 고통도, 행복한 순간도 시련의 시간도, 나를 어렵게 만드는 사람도,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도 모두 하느님을 만나게 해 주는 길이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가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좀 더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무거운 집을 짊어지고, 산더미 같은 수레를 끌며 길을 갈 것입니까!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과거의 상처와 원망들, 반복해서 범하는 잘못들 이런 것들은 우리의 여정을 방해하는 거추장스런 짐들입니다.


내려놓으십시오!! 거추장스런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길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양식으로 힘을 얻어 그분의 인도로 그분과 함께 길을 가길 바랍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분은 우리를 인도해주시는 목자이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로 생명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이 말씀은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 생명의 책임을 지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결코 우리가 굶주리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 생명의 양식으로 힘을 얻어 참 생명을 누리며 참 생명의 나라에 들기를 원하십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이미 예수님과 함께 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분을 우리 안에 날마다 모심으로서 우리는 힘을 얻고 그분을 닮게 되고, 그분이 알려주신 하느님을 이미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잡고 계신 그분 손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잘못을 범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욕심과 욕망에 휘둘려 있을 때, 우리 스스로 그분의 손을 놓고 길을 잃고 방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 제2 독서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성령을 슬프게 해드리지 말고, 서로 친절하고 자비롭고 용서하며 사랑스런 자녀답게 살아 때 우린 그분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입니다.


약하디 약한 살이 되셨으며, 십자가를 딛고 일어서 부활의 삶을 사셨고, 스스로를 밀이 어스러저 만들어지는 빵이라고 말씀하신 그분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리고 그 사랑을 받아먹고, 그 사랑을 배우고 나누는 것, 그것이 바로 하늘 고향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여행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주님과 함께 하는 이 여행길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요!

이제 잠시 침묵 가운데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주님 앞에 자신을 되돌아 보시길 바랍니다.


주님 저희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방황하며 살았습니다. 아니 알면서도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며 그 길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양식을 진심어린 마음으로 준비해서 받아 모시지 못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주님을 제 안에 모시려고 합니다. 주님과 함께 이 길을 가고 싶습니다. 이젠 주님의 손을 놓지 않으렵니다.


저의 한 손에는 주님의 손을, 다른 한 손에는 형제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주님 사랑하게 하소서, 주님, 항구하게 하소서, 주님, 겸손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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