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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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론  
제 목 :  연중 제15주일(가해, 2017.07.16) - 오 아브라함 신부 17-07-23 13:02: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1   
석양에도 씨를 뿌리는 사람
‘농사꾼은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 ‘농부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종자를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농부는 씨앗을 귀중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한 알 한 알 정성껏 씨앗을 심지 길가나 돌밭, 가시덤불에 뿌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부적절한 비유를 드신 것일까요?
오늘의 비유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그 당시 이스라엘의 농경문화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씨를 뿌리기 전에 먼저 밭을 갈아 풀과 돌들을 골라낸 후 씨를 뿌리고 흙으로 씨를 덮습니다. 반면에 이스라엘을 비롯한 고대 중근동 지방에서는 밭을 갈아엎은 뒤에 씨를 뿌리지 않고, 일기가 알맞은 때를 골라 씨를 뿌린 후에 밭을 갈아엎었습니다. 우리와 정반대 방식으로 파종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씨앗이 길이나 돌밭, 가시덤불에 뿌려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씨 뿌리는 농부처럼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공생활 초기에는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따랐지만 얼마 되지 않아 돌밭이나 가시덤불에 뿌려진 씨들이 말라버리듯 떠나가는 사람들과 적대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 나라를 확산시키고 그 일을 할 제자들을 길러내는 하느님 나라의 농부이셨던 예수님의 삶이 헛수고가 된 듯 열두 제자와 몇몇 사람들만 남은 상황이 이 비유의 배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실패를 경험합니다. 실패는 삶의 일부입니다. 실패를 통해 스스로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면서 고통과 좌절을 딛고 일어설 용기를 내야 합니다. “고통은 우리들을 더 나은 존재로 인도하시려고 하느님께서 사용하시는 도구입니다.”(H. W. Beecher).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께서는 실패의 고통을 통해 우리가 더욱 성장하도록 도와주십니다.
“씨 뿌리는 사람”을 주제로 수십 점의 그림을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90)의 그림을 보면, 노란빛을 이글거리며 태양이 떠오를 때 농부가 기쁘게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농부 뒤에 그려진 태양에서 노란색 하늘에 가득 퍼져나가는 햇살로부터 밝고 활기찬 기운이 붉고 파란 점묘색의 밭을 환히 비추고 있습니다.

그림  씨 뿌리는 사람
그림  석양의 씨 뿌리는 농부

그런데 고흐가 죽기 2년 전인 1888년에 그린 “석양의 씨 뿌리는 농부” 그림을 보면, 여전히 씨를 뿌리고 있는 농부와 중앙에 대각선으로 서 있는 큰 나무를 검은색으로 그려 빛이 없는 밤의 절망적인 상황처럼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달처럼 여전히 샛노랗게 지평선 위에 떠 있는 석양의 태양과 연두색의 하늘, 강물처럼 푸른 상단부의 밭은 파종의 수고가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슨 일을 시작할 때 ‘동기’가 있어야 행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동기 안에는 ‘희망’이 숨어 있습니다. 그 희망을 잃지 않아야 석양에도 파종을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옥토에 뿌려진 씨로 마침내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수확을 거둘 것을 내다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는 하느님 안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농사로 빚을 지게 되어도 농부는 농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농사가 단순한 영리행위가 아니라 생명을 가꾸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인생 농사, 사람 농사, 하느님을 따라 사는 것도 마찬가지로 생명을 돌보고 살리는 일입니다.
인생 농사, 사람 농사, 하느님의 말씀대로 사는 농사에서 씨가 길이나 돌밭, 가시덤불에 떨어져 뿌려진 씨의 4분의 3을 잃어버렸어도 포기하지 맙시다. 4분의 1의 씨만 좋은 땅에 떨어졌어도 적어도 서른 배 이상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단 한분의 십자가 죽음으로 떨어진 씨앗은 성령을 통해 교회라는 풍부한 열매를 맺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열매를 맺어주십니다. 이런 하느님께 희망을 두어야 예수님처럼 자신을 땅에 떨어진 씨로 묻을 수 있고, 그 씨앗으로부터 많은 열매가 열릴 것입니다. 비록 그 열매를 내가 맛 볼 수 없을지라도 지금 여기에서 복음의 씨를 뿌리는 소금 땀을 기쁘게 흘리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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