避    靜

오늘은 예비교리 교사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피정을 가는 날이다.

1개월 전 월례회합 때 신부님이 ‘교사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피정체험을 한 사람이 있느냐?’고 하실 때 예비신자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정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피정은 避世靜念의 준말로 성직자. 수도자. 교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영성생활에 필요한 결정이나 새로운 쇄신을 위해 일정기간 동안 묵상과 성찰의 기도 등과 같은 종교적 수련을 행하는 과정을 말한다.  피정은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며 기도했던 일을 그의 제자들이 본받아 수행하게 되면서부터 그리스도교 안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각종단체에서 실시하는 피정이나 산사체험(Templestay) 등에 조금은 식상했기에 주저하기도 했지만 묵언과 엄한계율로 세계에서 유명한 베네딕도 수도원에서 수녀님과 훌륭한 교사님들과의 피정이 좋은 체험이 될 것 같아서 동참을 하게 되었고 기대도 컸다.

 우리는 06시에 성당에 모여서 신부님의 강복을 받고 환송을 받으며 출발하였고 봉고차 안에서 묵언을 실천하며 기도하였다.

  수원을 출발하여 3시간 만에 왜관 수도원에 도착하였다.

 베네딕도 수도원 본원은 경북 칠곡군 왜관에 있으며 1908년 7월에 설립되었다.

설립이념은 성 베네딕도 규칙에 따라 수도승 생활을 하면서 시대와 지역에 따라 선교사로서 복음화 활동(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선교사)을 한다.

회원은 신부님을 포함한 終身 서원자를 비롯해서 有期 서원자, 수련자. 청원자들로 구성되어있고 활동은 선교. 교육사업. 사회사업. 문화예술사업. 피정의 집 운영 그리고 수녀원지도. 병원사목 등을 한다. 수도승 생활은 하느님을 찾는 삶으로. 청빈. 정결, 순명을 바탕으로 광야로 들어간 은수자나 독수자들의 삶의 전통을 잇는 것이다.

 수도생활은 아침 5시에 기상해서 아침기도와 묵상과 미사를 시작해서 20시에 끝기도를 마지막으로 하루일과를 마친다. 수도승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외적으로 비춰지는 평화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고쳐나가는 노력 때문이다. 

  수도원 피정의 집에 방을 배정받았다.

 짐을 풀고 10시 미사에 참례했는데 오늘은 운 좋게도 베네딕도 아빠스 성인의 축일과 수도원 도입 100주년 기념미사에 부제와 사제의 서품식이 있어서 그 의미가 더욱 컸다.

 20여명의 신부님과 50여명의 수사들 그리고 각처에서 오신 많은 신자들! 생소한 그레고리오 성가, 미사는 너무나 장엄하고 경건했다. 신비스런 수도원의 수도승들과 함께 하다니 감개무량했고 새 사제로부터 강복까지 받는 행운까지 겹쳤다. 15시에 수도원 원로신부님으로부터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 나라>의 강의를 듣고 그 의미를 분명히 깨달게 되었다.

 18시부터 성체조배를 하고 두 분의 수사님 진행으로 성무일도를 바치고 신부님과 개별면담을 하였다. 개별면담이나 고해성사는 아직도 많이 부담스럽지만 진실하게 묵상하고 성찰하고 통회하였다. 마음의 짐들을 고백하고 사죄경을 받으니 기분이 상쾌했다.

석식 후 <하느님의 말씀은 생명이다>라는 내용의 강의를 통해서 성경봉독의 의미와 순서를 배우고 전 세계 10억을 울린 인도영화<블랙>을 시청하면서 인권의 중요함과 희망과 사랑의 힘을 깨달았다.

 다음날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면서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성무일도를 바쳤다.

조식 후 <평신도의 사명>이라는 강의를 듣고 수도원으로 건너가서 70여명의 수도승들과 함께 주일 미사에 참례했다.  너무나 질서정연하고 엄숙하여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고 미사의 은혜인 <자비>와 <일치>와 <사랑>을 충만히 받았다. 점심식사 후 <수도자>영화를 관람하고 그들의 굳은 믿음과 숭고한 사랑과 희생에 더욱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피정을 통해서 많은 은혜를 받았다.

 “주님,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오로지 주님께 맡깁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응답하게 해주소서. 저의 바람과 희망을 어긋나지 않게 해 주소서” 피정시작 전에 청원기도를 바치고 지도 신부님의 강의나 지시에 순명하였다. 순명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가장 큰 원리이며 예수님을 따르기 위한 가장 기본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주님께 나를 완전히 개방하고 낮은 자세로 내 생활 안에 주님을 모시도록 노력했다. 세속의 삶을 잊는 것도 쉽지 않고 수도원 일과에 따른 기상과 취침이 귀찮고 힘들고 하루일과가 서툴고 어색했지만 수도원을 감싼 고요 속에서 흰 수도복을 입으신 수도승들과 기도와 미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좋은 강의를 듣고 묵상하고 성찰했다. 

주님! 피정후의 내 삶이 변화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훌륭한 교사님들과 공동체 안에서 희생과 봉사와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 1박 2일의 피정과 ‘기도하고 일하라’를 실천하는 수도원과 서로를 섬기며 즐거운 공동체를 이루는 수도승들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수도승들이 일생 동안 정진하시는 길인데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얻어서 오래 기억하려는 것은 과욕이지만 수도원에 잠깐 들러 수사님들의 생활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힘을 얻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도 삶이 힘들고 지치고 방황할 때마다 일상을 벗어나 혼자 2박 3일정도 조용한 곳에서 자기의 좌표를 점검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면서 죽음도 체험하고 유언도 써보는 등 인생을 깊이 성찰하고 묵상한다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마음도 안정되고 활력과 평화도 되찾을 수 있어서 더욱 여유 있고 성숙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신부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終     

   詩 :  하느님 나라.

眞善美 하느님 나라는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곳.

信望愛는 

그 나라로 가는 길.

악과 어둠의 세력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봉사와 나눔과 사귐을 통해

하느님 나라로 바꾸어 가세.            2009년 7월 12일.   류 형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