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하시는 분 <요한 9, 1-41>

오늘 복음은 눈먼 사람을 보게 하심으로써 눈먼 이는 주님을 알아보고 다른 이들은 안식일의 법을 어기셨다고 주님을 배격한 사건을 자세히 다룹니다. 우리는 눈으로 잘 본다고 하지만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보지 못하는 사람을 보게 하셨지만 다른 곳에서는 바로 보게 하시려고 눈을 보지 못하게 하셨다가 바로 보게 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눈이 가려서 그리스도 신자들을 보이는 대로 잡아가려고 다니다가 주님을 만나 다시 눈을 뜨고 모든 사물을 바로 보게 하셨습니다.

우리도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다른 이가 하는 일을 비방하거나 방해하는 사람, 옛 전통만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빛이 없어 보지 못하고, 깨우침이 없어 보지 못하고, 길을 찾지 못하여 방황하는 사람은 가르치고 배워서 진리를 깨닫게 할 수 있으며 빛을 통해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즈가리아의 노랫말 속에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나타나시고 우리의 발걸음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시도다.” 주님의 오심은 그때나 지금이나 기다리고, 바라고, 사랑하는 사람에 따라 우리의 먼눈을 뜨게 하시고 평화의 길로 인도하십니다.

진보적이고 새로운 길을 여는 사람은 고독하고 많은 어려움을 당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본당신부로 있으면서 1960년도 어려운 농촌과 신자 생활을 활성화하려고 본당에 처음으로 신용협동조합을 육성발전 시키려고 하니 신자들이 성스러운 성당에서 돈놀이한다고 비난과 방해가 있었지만, 지금은 눈이 뜨여 칭송하는 소리만 듣습니다. 어느 본당에서 1970년도 성당 안이 더워서 선풍기를 놓으려 하니 어떤 신자가 정신없는 짓 한다고 저를 찾아와서 그만두라고 하면서 “나는 집에 선풍기도 에어컨도 있어서 미사 동안 고심 극기하려고 땀 흘리는데 공로 쌓을 기회를 신부님이 빼앗는 것입니다.” “저는 미사를 다섯 대 드리는데요.” 하니 “신부님은 그렇게 살려고 신부 되지 않았어요?” 하여 사제 생활 그만두려고 하다가 주님의 십자가가 걸려 다시 마음 고쳐먹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렇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올바른 눈을 가지 못한 사람은 새로운 것을 듣고, 깨닫고,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기도합니다. 주님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는 사람은 주님 당신의 빛으로 빛을 보게 하시며 은총의 삶을 살도록 해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