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뒤에 숨어 있는 영원한 생명 <요한 16, 20-23>

우리가 희망하는 “기쁨은 아무도 빼앗지 못한다.” 우연한 역사적 사실은 십자가 명패에 달려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유대인의 왕, 우주의 왕”으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지만, 다시 살아나셔서 2000년 역사 안에 우뚝 서서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승리자는 패배를 두려워하고 패배자는 승리의 희망 속에 살아갑니다. 우리 속담에도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주님도 높이 오르려면 낮은 자리로 가라고 하십니다.

십자가를 통해 얻은 슬픔과 고난을 통해 얻은 기쁨이나 행복은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으며 사라지지 않습니다.

바보처럼 살았다고 전해지는 우리나라의 김 추기경님은 시간이 갈수록 명성이 높아지고 그분 고난의 삶이 영광의 빛으로 남아있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에게는 패배가 없으며 절망도 없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의 눈에는 패배요 끝난 일처럼 보여도 하느님 안에 감추어진 참 생명, 참 행복은 변함없이 패배자를 받쳐주고 있습니다. 믿음 때문에 순교한 사람은 비참하게 죽임을 당한 것 같지만 그들의 머리는 빛나는 화관으로 꾸며지고, 그들의 생명은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히 살아 움직입니다.

우리 수도원에 똑똑한 사람 많이 있었고 로마, 미국, 독일 등 외국에서 공부했지만, 그들을 수도원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보잘것없어 보이던 사람들이 이곳저곳 수도원에 남아 자기 몫을 하며 수도원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흙으로 고귀한 사람을 만들어 하느님과 같은 존재가 되어 계속 그 목적을 향해 살아가도록 이끄십니다.

사람을 땅에 살게 하시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을 향해 날아갈 수 있도록 하셨으니 아무리 세상에서 보잘것없이 가난하게 살아도 영원한 존재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의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어서 하느님으로 남아 영원한 것이라 칭합니다.

나이 들어 살아있는 것 행복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사는 것 행복입니다. 후회되는 일도 있고 쓰라린 경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병든 조개 안의 진주로 남아 하느님 앞에 영광스럽고 기쁨에 넘치는 삶을 살도록 합니다.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알도록 이끌어주십니다. 하느님이 만왕의 왕이시며, 모든 존재의 근원이며, 흔들리지 않는 쇠기둥이십니다.

젊어도, 건강해도, 권력이 있어도, 돈이 많아도, 명예가 높아도, 자기중심이나 자기 생각으로만 사는 사람은 모든 것이 헛되게 됩니다.

믿는 모든 사람은 하느님으로 살고, 하느님으로 죽고, 하느님 중심으로 살 때 패배는 없고 언제나 승리자로 남아있습니다.

순교자들은 이를 알고 깨달아 목숨을 내놓으며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며, 사랑하였습니다. 잠시 지나가는 것에 의지하지 말고 영원한 것에 의지하여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