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과시 <마태 9장 27ㅡ31.>

자기를 지나치게 드러내려는 사람은 허영이나 거짓의 늪에 빠지기 쉽습니다. 오늘 복음은 진실하신 주님이 눈먼 사람을 치유해 주시고도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시려 하셨다고 합니다.

요사이 자기가 자진 것 이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하려는 사람이 있어 능력 이상의 약속을 하고 자기는 만능을 가진 사람처럼 말하고 전하려고 합니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자기 말이 유명하고 말의 힘이 있다고 착각을 하고 대중 앞에 함부로 행동하는 이들은 약빠른 고양이가 밤눈이 어두운 것과 같습니다.

주님은 나는 왕이란 말을 하지 않으시고 나는 하느님이란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주님이 왕이시고 하느님이신 것을 알고 믿으며 따라 살고 있습니다. 자기 명성을 위하여 남을 깎아내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셨듯이, 우리도 어느 자리에 있든지 자기 일을 묵묵히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무엇을 해야 이룩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 되게 살고 자기 소명을 다하는 것이 큰일을 하는 것입니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호랑이 가죽을 사람들이 깔고 뭉개는 것처럼 사람의 이름도 깔아뭉개면서 이름에 먹칠을 합니다.

사람은 죽으면 남는 것이 없으며 남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용물 밖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살아 있는 동안 사랑하고 서로 보호하고 어려운 사람을 돌보고 보살피는 일을 하는 것 외 다른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은 눈먼 이를 낮게 하시고, 벙어리를 말하게 하시고, 걷지 못하는 이를 걷게 하시고, 손이 오그라든 사람의 손을 펴주시고, 죽은 자를 살리시는 일을 조용히 하셨습니다. 자기 위치가 지도자이든 보통 사람이든 사랑을 실천하면서 사는 사람이, 다른 이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상관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저는 어제부터 설사기가 있었는데, 오늘 아침 미사 전에 제의를 입다가 설사가 나서 장상에게 양해를 얻고 미사를 못 드리게 되었고, 억지로 아침 식사를 해야 하기에 혼자 나가서 먹다 남은 음식을 먹으면서, '그래도 내가 혼자서 걸어나갈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도움을 주는 이들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것은 사치입니다.

이렇게 살기 위해 수도자로 사는데 혼자서 할 수 있을 때까지 혼자 하는 것입니다. 남의 덕으로 살려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입니다. 어떤 당의 대선 후보는 자기 힘으로 되지 않으니 힘을 빌리려고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대통령이 되어도 남의 힘만 의지하면 어떻게 될까? 염려됩니다.

자기 자만심이나 자기 과시욕은 오류를 만들어 내고 자기나 남에게 해가 됩니다. 이 세상에는 자기 일을 묵묵히 실천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름 없는 성인이 우리 주위에는 더 많이 있습니다. 가족이나 자식을 위하여 천한 일을 말없이 하는 사람을 볼 때 나는 존경스럽고 사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도 세상 어느 구석에서 자기 일을 말없이 하는 이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