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치레 <마태 17, 22ㅡ27>

오늘 주님은 성전 세를 내는데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것이 없으니” 하시면서 체면치레를 하신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체면을 중하게 여기고 자기 체면을 지키려 하고 다른 사람 체면도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살아갑니다. 주님은 성전 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분이시지만 체면을 차려 성전 세를 내셨습니다. 이 세상에 얼굴값을 하고 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사람의 얼굴값도 못하고 사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은 대중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하여 자기 얼굴을 가리려 합니다. 저는 사제로서 미사 때 헌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타 본당 미사에 가면 신자 석에서 봉헌 행렬에 나가 봉헌 금을 내고 돌아옵니다.

사람은 체면을 차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가지고 싶다고 다 가지려 하고 먹고 싶다고 다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말을 하고 싶다고 말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예모 있게 말을 하고 큰 소리로 자신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호수의 물과 같이 물 흐르듯 말을 하는 것이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일에 의무도 없고 할 이유도 없다고 교만한 마음으로 모든 이가 하는 일을 피한다면 점잖지 못한 행위이며 체면이 손상되는 일입니다.

어제 분도회의 수석 아빠스님이 교황님 미사에 함께 참례하실 때 가슴에 맨 십자가를 제의 속으로 감추어 미사를 드렸는데 교황님이 그렇게 하시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할 수 있어도 하지 않는 겸손, 가난한 마음, 온유한 마음이 오늘 교회의 참모습으로 떠오른 것을 직감하게 됩니다. 가난한 교회는 경제적으로 빈곤상태가 아니라 겸손과 온유함입니다.

이치에 합당하지 않아서 아니라, 할 말이 없어서 아니라, 침묵은 참으로 금입니다. 참고 견디는 힘을 오늘 주님에게 받고 점잖게 자기 체면을 다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오늘 교회의 참모습입니다.

저는 오늘도 주님과 같이 자기주장만 앞세우지 않고 품위를 지키며 주님의 겸손하고 온유한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