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표징 <마태 12, 38-42.>

왜 우리는 주님의 표징을 기다리는가? 이는 사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악이 승리하고 선이 패배하는 현상이나 치유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현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우리 수도원의 신부님이 가라지의 비유를 놓고 세상의 원수들이 심어 놓은 가라지 때문에 좋은 밀이 해를 입게 된 것을 하느님이 버려두시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하며 창조한 세상을 아름답게 보신 하느님이 아름답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말을 듣고 나는 해결의 열쇠는 주님이 쥐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십자가의 열쇠를 가진 이만이 알아듣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주님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표징만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창조된 세상이 그대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면 주님은 세상에 오실 이유가 없습니다. 인간이 망친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하여 반드시 십자가의 열쇠를 잡고 부조리와 모순의 세상을 열어야 해결의 실마리가 열립니다.

세월호의 무고한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푸는 열쇠도 그들의 희생이 세상 부조리를 여는 길이며 잊지 않겠다는 어른들의 결심을 통해 더 좋은 세상으로 바꾸어 놓아야 합니다.

주님이 악의 세력에 의하여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셨으나 부활의 신비를 통하여, 아니 표징을 통하여 선의 승리를 알려주셨기에 고통 속에 사는 이들이 희망을 품고 악의 세력과 싸워나가는 것입니다. 구원의 길은 험하고 거칠고 위험해도 우리가 이 길을 가는 이유는 이 길만이 온 인류가 구원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도 고난의 길에 서 있는 사람, 악의 세력에 짓눌려 신음하는 사람들이 주님의 십자가 열쇠로 빛을 향하여 나가고 악의 세력을 극복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