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바탕 <마태 13, 54-58.>

사람은 어떤 부모에게서 나왔으며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를 알아보고 사람을 평가합니다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이는 주님이 공생활을 시작하면서 권위와 지혜가 넘쳐흐르는 것을 보고 그 지혜의 근원을 따져 보는 말입니다. 당연히 가문도 좋고 살아온 환경도 좋으면 남보다 지혜나 삶의 모양이 다르겠지만, 그들은 주님이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목수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저도 출신으로 말하면 보잘것없는, 소위 뱃사람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항구마다 이사를 다니느라고 좋은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해방 후 북쪽에서 월남해서 인천에서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먹고 살기 위하여 다리 밑에서 채소 장사,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소년기를 보내고 세관에 급사까지 하다가 6.25 사변으로 부산으로 피난 가서 부두 노동을 하면서 가사를 돌보고, 수영 비행장 쓰레기 치우는 조합에 들어가 일하며 17살 때 조수로서 운전하다가 면허증이 없어 10일 유치장 신세도 지고, 마지막은 미군 부대 목공소에 들어가 나무 상자를 만들다가 하느님께 이렇게 살지 않고 공부를 해서 세상에 유익한 사람으로 살기를 청하려고 한 달 동안 미사참례를 약속하고 "공부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청하니 3개월 만에 공부할 기회를 주시어, 공부하면서 받은 은혜 감사하려고 하니 저를 왜관 수도원으로 보내 주셔서 수도 사제가 되어 서원 50주년, 사제 서품 50주년을 지내게 해주시고 하느님의 종으로 살게 해주셨습니다.

이런 것을 아시는 분은 저를 무시하여도 하느님의 인정만 받으면 저는 행복합니다. 지금 하루에 한두 번 상담 고백자를 만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혜롭게 일하고 살게 해주시는 것은 비록 자연적 태생이 비천하지만, 하느님에게서 나서 하느님으로 돌아가는 삶이 얼마나 고귀하고 행복한지를 저는 의식하고 살아갑니다.

저는 오늘도 아무리 비천한 사람이지만 하느님의 힘으로 모두가 저 높은 곳으로 나아가고 하느님 나라에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