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십자가 현양 축일은 십자가를 바라보고 찬미 찬송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구원의 길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이는 미사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미사에 동참하는 것처럼 각기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축일입니다.

십자가의 길을 하는 이유는 주님이 가신 길을 따라가겠다는 결심이지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전에 본당에 있다가 수도원에 들어와 학교 종교수업을 책임지고 수업하다가 하루는 6시간 수업을 하고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지쳐서 바에 앉아 있다가 본당에 나가도록 해주든지 아니면 수도원을 나가라고 하던지 청원하는 편지를 쓰고 아빠스님 편지함에 넣고 금요일이라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하다가 9처에 외서 세 번이나 넘어지시어 지치신 주님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주님! 가시던 길 계속 가십시오. 주님이 여기서 일어나지 못하시면 우리의 구원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말을 하는 나를 돌아보니 나는 지쳐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기도를 중단하고 뛰어가 편지함에 편지를 다시 가져오면서 쓰레기통에 넣고 순명하면서 살았습니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며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우리는 그 고통이 나와 모든 이의 구원에 관계된 일이라고 생각하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갈바리아 동산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입으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주님을 찬미하면서 몸은 십자가와 멀리 떨어져 살려고 한다면 이는 자기모순이며 올바른 주님의 제자도 아니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삶이 아닙니다.

저는 오늘 십자가 현양 축일을 지내는 이들이 모두 각기 자기 십자가를 지고 참 그리스도 신자로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